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내 TV에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시설 공격이 '불완전한' 공격이었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라늄을 농축하는 시설은 일부 파괴됐지만 핵무기 9~10개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핵무기 9~10개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저장소가 파괴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21~22일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했다. 공격한 이란의 핵 시설은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에 있는 시설이다. 앞서 이스라엘은 13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을 공습했다.
이란이 핵 무기를 가지기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은 '우라늄 광석 채굴', '우라늄 가스 변환', '우라늄 고농축', '고농축 우라늄 저장', '고농축 우라늄 금속 변환', '핵무기 제조', '무기 운송' 등이다.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핵무기 제작에 쓰이는 우라늄-235(U-235) 동위원소의 농도를 90% 이상으로 높이는 우라늄 고농축 과정이 필요하다. 우라늄을 가스로 변환시켜 우라늄 가스를 극한의 속도로 회전시켜 우라늄-235를 농축한다. 이어 고농축 우라늄을 금속 상태로 변환시켜 폭발 가능한 핵탄두로 가공시켜 핵무기를 완성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이란이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핵 기술 전문성이 일부 피해를 입었다. 이란의 주요 핵 전문가도 최소 14명 숨진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우라늄 광석을 채굴하는 이란 중부 지역의 우라늄 광산 2개 지역은 피해를 입지 않아 이란은 여전히 우라늄 광석을 채굴할 수 있다.
우라늄을 고농축하는 핵심 과정인 우라늄 가스 변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란에서 천연 우라늄을 불소가 6개 결합된 우라늄 가스로 전환할 수 있는 유일한 시설이 이스파한에 있었지만 이번 공격으로 파괴됐다. 전문가들은 재건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라늄을 농축하는 시설은 손상됐지만 범위는 불분명하다. 미국 공격이 있기 전 이스라엘은 나탄즈의 모든 원심분리기를 파괴한 것으로 평가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6일(현지시간) 포르도 우라늄 농축 시설에 설치된 원심분리기가 미국의 벙커버스터 폭격으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은 다른 비밀 우라늄 고농축 시설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란이 저장한 고농축 우라늄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IAEA 국제 사찰단은 올해 초 이란이 약 400kg의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고농축 우라늄은 이스파한 인근의 핵시설 깊숙한 장소에 특수 용기에 담긴 채 자동차 10대의 트렁크에도 실릴 수 있을 만큼 비교적 작고 은닉이 용이한 형태로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IAEA와 유럽 정보기관들은 미국 공습 전 이란이 핵 물질을 전국 여러 장소에 분산시켜 보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스파한에 있는 이란의 우라늄 금속 생산 시설은 파괴돼 이란이 핵무기로 만들기 위해 고농축 우라늄을 금속으로 변환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 수백 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란의 핵무기를 운송하는 능력을 완전히 없앴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된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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