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서울=뉴스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 국민주권과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함께 AI 100조 투자, 소버린 AI 추진 등을 위해 AI 미래기획 수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AI 기업 출신 인사로 임명하는 등 AI, 데이터, 미디어 등 디지털 정책 분야에서 산업 중심의 대변화를 예고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정부 조직 개편 TF를 만들어 기재부 분리, 검찰 개혁,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을 포함한 조직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AI를 포함한 디지털 분야의 거버넌스 개편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디지털 정책 거버넌스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있다. 1994년 김영삼 정부에서 신설된 정보통신부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폐지되고 ICT 정책 기능을 여러 부처로 분산하는 분산형 ICT 정책추진체계를 채택하였다. 다만, 방송통신이 융합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통합하여 방송통신위원회를 설립하였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분산형 ICT 정책추진체계에서 나타난 ICT 산업성장 둔화 등에 대한 대책으로 여러 부처의 ICT 기능을 총괄하는 집중형 독임제 ICT 부처의 필요성을 절감하였고, 이는 결국 과학기술부와 구 정보통신부의 기능이 합쳐진 미래창조과학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방통위는 지상파, 보도, 종합편성 등 정책 및 규제 업무 등을 수행하고 그 외 방송통신 정책 및 진흥 업무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였다. 이런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통합, 유료방송과 방송정책, 방송·통신 분야 규제 기구의 분리를 내용을 하는 과기정통부, 방통위 분리 체제는 문재인 정부를 거쳐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그러나 16년 이상 이어온 방송 분야의 분리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나 감독 업무에 관한 여야 간 대립으로 인해 토론과 합의를 통한 합리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가칭 공영방송위원회를 별도의 합의제 기구로 두되 그 외 방송정책, 방송·통신 분야 규제는 과기정통부로 이관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혹자는 반대로 과기정통부의 통신, 방송 정책 기능을 분리해 가칭 정보미디어부 내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를 두자고 하나, AI를 포함한 디지털 전 분야의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정책과의 결합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AI를 기반으로 사회 전 분야의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서 이 분야 기획 예산, 규제 개혁, 정부 혁신 기능을 같이 수행하는 부총리급의 가칭 AI 디지털혁신부(Ministry of AI & Digital Innovation)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다 대통령실의 AI 미래기획 수석,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삼각체제를 구축해 AI 혁신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가인공지능위원회의 사무국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 AI 디지털 혁신부에 AI 정책실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AI 최고의사 결정 기관으로서 대통령실, AI 기획 및 조정을 위한 위원회, AI 정책 실행을 위한 행정 부처의 유기적인 협력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다만,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분리하여 과학기술은 교육부에, 정보통신은 산업부와 합치는 방안은 이명박 정부의 분산형 ICT 정책추진 체계의 실패를 답습하는 것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기 어렵다.
다음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0.8월 중앙행정기관으로서 새롭게 출범하여 지난 5년간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막대한 과징금 부과 등을 통해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했고 전 분야 마이데이터와 AI 시대를 대비한 개인정보 활용 특례 도입을 통해 디지털 혁신에 기여했다. 다만, 여전히 개인정보 유출은 지속되고 있고, 국내 AI 경쟁력에 개인정보 규제가 장애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AI 시대 바람직한 개인정보 거버넌스 모델에 대해서는 크게 보면 독립위원회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과 아울러 전문 부처로서 정보, 보안 업무를 총괄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그 외 위원회 구성 강화, 정책 및 사업 집행기관으로서 개인정보보호원 신설,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역할 강화, 개인정보보호기금 신설 등이 제시되고 있다. 추가로 방통위의 위치정보법과 금융위의 신용정보법의 이관, 개인영상정보보호법 제정도 거론된다.
우선 개인정보 규제와 혁신을 위원회 구조에서 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것이 쟁점이다. 방통위 사례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위원회 체제는 독립성, 합의성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과 집행이 필요한 진흥 업무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독립규제위원회로서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개인정보보호 규제는 원칙으로 프라이버시권을 보호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인간의 존엄한 경제적 삶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개인정보보호 규제는 한계를 지니게 되므로 이 범위 내에서 개인정보 활용을 위한 적극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AX 시대 개인정보는 가장 중요한 AI의 원재료라는 측면에서 데이터 활용의 극대화를 위한 규제 예외나 특례의 인정이 필요하다.
또한 독립규제기관으로서 독립성, 공정성, 투명성, 전문성 향상이 필요한바, 공공기관 등에 대한 개인정보 규제 강화, 조사 및 제재 처분의 대심적 기능 강화, 인력의 전문성과 공정성 강화, 집행력 강화를 위한 개인정보보호원 신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입법부, 사법부를 포함한 공공기관에 대한 개인정보보호 규제 강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국무총리 소속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으므로 대통령 소속으로의 변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가 법체계의 정합성을 위해 특별한 규율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추가 입법과 그러한 필요성이 없는 분야의 특별법에 대한 통합이 필요하다. 전자의 예가 가칭 'AI 혁신을 위한 개인정보보호 특례법' 제정이고 후자의 예가 위치정보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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