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표지. 네이처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적지 않은 연방기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을 비롯한 3000종 이상의 학술지를 발행하는 '스프링거 네이처(Springer Nature)' 저널의 구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프링거 네이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과학·기술·의학 분야 학술 출판사다.
27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따르면 상당수 트럼프 행정부 연방기관들이 스프링거 네이처 저널의 구독을 끊었다고 알려졌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스프링거 네이처의 저널들이 연방정부를 비판하는 기사가 편향적"이라고 지적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해석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주관 부처인 보건복지부(HHS)는 사이언스에 "스프링거 네이처 저널과의 모든 구독과 계약을 취소했으며 이를 스프링거 네이처에 알렸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정부 지출 공개 포털에 따르면 17일 기준으로 미국 농무부와 에너지부가 올해 3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약속했던 스프링거 네이처 구독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대변인은 "NSF는 스프링거 네이처와 구독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프링거 네이처 27일 성명을 통해 "연방기관과의 개별 계약 상태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지만 미국 사업 전반에서 고객수나 지출액에 큰 변화는 없으며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강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구독 취소가 첫 사례는 아니다. 지난 3월 농무부는 비용 절감을 위해 국립농업도서관이 구독하는 학술지 구독을 취소했다. 도서관이 구독하는 약 2000종의 저널 중 15개 기관에서 발행하는 약 400종이 대상이다. 당시 스프링거 네이처는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행정부 관계자들은 스프링거 네이처를 비롯한 여러 학술지의 편집 정책을 비판해 왔다. 4월 에드 마틴 워싱턴 D.C. 전 연방 검사 대행은 학술지 편집자들에게 "점점 더 많은 학술지들이 다양한 과학적 논쟁에서 편파적임을 인정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답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지난 5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복지부 소속 과학자들이 주요 동료 심사 의학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다고 밝히며 "과학자들이 부패했으며 제약 회사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과학자는 사이언스에 "스프링거 네이처 저널 구독을 해지하면 연방기관의 구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소속 연구원들이 필요한 논문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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