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IT언더라인
애플의 달라진 지금 2편
M&A로 혁신 선보인 애플
이번엔 AI 기업 인수 검토
AI 역전극 위한 발판 마련
도움 안 될 거란 신중론도
애플이 퍼플렉시티를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이 나온다.[사진 | 더스쿠프 포토]
# 우리는 지난 1편에서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애플의 현주소를 살펴봤습니다. 애플은 가성비가 뛰어난 중국 브랜드에 밀려 점유율을 야금야금 빼앗기자, 울며 겨자먹기로 최근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죠. 줄곧 고수해온 '프리미엄 전략'이 흔들리기 시작한 셈입니다.
#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또다른 변곡점에 섰습니다. 인공지능(AI) 시장에서 후발주자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 지금 가장 '핫한' AI 기업인 퍼플렉시티의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퍼플렉시티의 몸값이 워낙 비싼 탓에 애플이 유례없는 승부수를 던지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지금까지의 애플이 써 내려온 M&A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애플은 M&A로 부족했던 기술력을 만회하는 전략을 써왔습니다. 무선 이어폰 에어팟, 아이폰의 지문 인식 기술 등은 이런 전략적인 M&A를 통해 탄생한 '혁신들'입니다. 이번에도 애플은 같은 전략을 취할까요? 더스쿠프가 애플의 M&A 소식을 깊게 취재해 봤습니다. '애플의 달라진 지금' 2편입니다.
애플이 인공지능(AI) 기업을 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스마트폰 업계에 퍼졌습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애플의 인수·합병(M&A) 최고 결정권자들이 최근 AI 업체 퍼플렉시티(Perplexity)를 인수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양사는 최근 수차례 회의를 가졌는데, 초기 단계인 만큼 투자 규모나 인수 조건 등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퍼플렉시티가 뭐길래 애플이 눈독을 들인 걸까요. 퍼플렉시티가 2022년 7월 론칭한 동명의 서비스는 검색 엔진에 AI 챗봇을 결합한 것이 특징입니다. AI를 통해 정보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에 능하고, 여러 정보를 취합해 제공하기 때문에 다른 검색 엔진보다 답변이 풍부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소비자 사이에선 '검색 성능만 놓고 보면 구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란 긍정적인 평가도 나옵니다. 이용자도 상당히 많습니다. 5월 기준 월간활성화사용자(MAU)는 2200만명 수준입니다.
■ 떠오르는 검색 엔진의 강자 = 이런 잠재력 덕분인지 퍼플렉시티는 '통 큰 투자'도 곧잘 받습니다. 지난 5월엔 5억 달러(약 6811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는데, 삼성전자·SK텔레콤 등 국내 대기업들이 여기에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결과, 퍼플렉시티의 기업 가치는 론칭 3년 만에 140억 달러(약 19조750억원)로 커졌습니다. 명실상부한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으로 성장한 셈입니다.
퍼플렉시티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건 애플과도 연관성이 있습니다. 애플은 M&A를 신중하게 하는 기업으로 손꼽힙니다. M&A에 큰돈을 베팅하지도 않습니다. 2014년 음향 기기 브랜드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30억 달러(약 4조845억원)에 인수한 게 그나마 규모가 큰 편에 속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몸값만 100억 달러가 넘는 퍼플렉시티 인수를 실제로 진행한다면, 애플 입장에서도 상당이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겠죠.
■ M&A 통한 혁신 = 애플의 M&A 목표는 대부분 해당 기업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애플은 혁신 기술력을 가진 제품과 기능을 선보이곤 했습니다. 비츠 일렉트로닉스의 사례가 대표적이죠.
애플은 이 기업을 인수한 지 2년 만인 2016년 9월에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출시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에어팟은 론칭하자마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무선 이어폰 시장의 지평을 열어젖힌 기념비적인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볼까요? 2012년 애플은 지문 인식 기술과 보안 솔루션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 '어센텍'을 3억5600만 달러(약 4846억원)에 인수했습니다. 1년 뒤인 2013년에 정밀하고 빠른 지문 센서 기술 '터치 ID'를 당시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5s에서 선보였죠. 이 기술은 1초 미만의 빠른 인식 속도를 자랑해 소비자들의 큰 호평을 받았고, 스마트폰의 업계 표준으로 자리매김했죠.
물론 애플의 M&A가 늘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건 아닙니다.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의 사례는 여기에 해당합니다. 애플은 2020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전문기업 넥스트VR을 1억 달러(약 1361억원)에 인수해 4년 뒤인 지난해 2월 비전 프로를 출시했습니다. 현실과 가상 세계를 융합하는 MR 기술을 애플만의 스타일로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지만, 비싼 가격(499만원) 탓에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애플은 M&A 후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는 패턴을 보여왔습니다. 애플이 퍼플렉시티에 관심을 가진다는 소문이 퍼지자, 업계에서 즉각 애플의 AI 분야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현재 애플은 현재 AI 시장에서 '후발주자'란 평가를 받습니다. 기술력이 뒤처지는 것도 문제지만, 소비자에게 약속했던 기능을 차일피일 미룬 탓에 기업 인식도 나빠졌죠. 일례로, 애플은 지난 3월 자사의 AI 플랫폼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 기능을 업데이트하는 걸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 뉴시스]
그 핵심 기능 중 하나가 '더 개인화된 시리(Siri)'입니다. 애플의 AI 개인 비서인 '시리'가 여러 앱을 다루면서 사용자의 복잡한 명령을 처리하는 게 '더 개인화된 시리'의 핵심입니다. 지난해 하반기에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이 기능을 기대하며 아이폰15를 구매했지만, 애플이 업데이트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이를 두고 페데리기 애플 부사장은 지난 9일 열린 세계개발자회의25(WWDC25)에서 "우리의 높은 기준에 다다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며 업데이트를 연기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럼 애플이 퍼플렉시티를 품으면 상황이 좀 나아질까요? 애플이 겪고 있는 AI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을 거란 의견이 많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신중론도 존재합니다. 퍼플렉시티가 애플의 AI 기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이유에서인데요. 왜일까요? 이 부분은 '애플의 달라진 지금' 3편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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