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제공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번 주 표지로 뇌가 만들어지고 있는 올챙이의 모습을 담았다. 작은 배아의 반투명한 머릿속에 전자회로처럼 보이는 섬세한 전극망이 퍼져 있는 장면이다. 뇌가 자라는 방향을 따라 부드러운 전극이 함께 늘어나고 구부러지며 조직 안으로 스며드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표지에는 ‘사이보그 올챙이(Cyborg Tadpoles)’라는 글귀도 함께 실렸다.
표지 속 장면은 실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연구팀은 배아기 개구리와 멕시코에 서식하는 양서류 아홀로틀의 뇌에 부드러운 전극망을 이식하고 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전극망은 신경세포 하나하나가 어떤 방식으로 활동을 시작하고 여러 세포가 어떻게 연결돼 집단 활동을 형성하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극이 필요한 이유는 뇌가 처음 만들어지는 구조를 밝히기 위해서다. 우리 몸의 뇌는 처음엔 납작한 ‘신경판’이라는 조직에서 시작된다. 이후 신경판이 말리듯 접히면서 입체 구조로 바뀌고 점차 뇌와 척수의 형태로 발달한다.
문제는 이처럼 구조가 급격히 바뀌는 동안 뇌 속 신경세포들의 활동을 안정적으로 추적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조직이 자라는 방향과 속도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전극이 필요한 이유다.
지아 리우 하버드대 교수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극도로 얇고 부드러운 메쉬 구조의 마이크로 전극을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극의 두께는 1마이크로미터(μm) 이하로 머리카락보다 훨씬 얇고 신경조직처럼 잘 휘고 늘어난다. 전극은 배아 시기의 신경판에 이식된 뒤 뇌가 자라나는 3D 변화 과정을 따라가며 조직 속으로 자연스럽게 통합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배아 단계의 개구리와 아홀로틀을 이용해 실험했다. 아홀로틀은 물속에서 평생 살아가며 뇌와 팔다리를 스스로 재생할 수 있는 특이한 생물이다. 실험 결과 뇌가 커지고 형태가 바뀌는 과정에서도 전극은 안정적으로 조직 안에 머물며 신경 활동을 장기간 기록했다. 면역 반응, 유전자 발현, 행동 실험 등을 통해 전극이 뇌 발달에 해롭지 않다는 점도 입증됐다.
특히 아홀로틀에서는 뇌가 손상된 뒤 재생되는 과정을 전극으로 추적할 수 있었다. 외부에서 전기 자극을 가했을 때 재생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도 관찰됐다. 뇌 발생뿐 아니라 신경 재생 연구에도 이 기술이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뇌가 만들어지는 초기 과정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태아기 뇌 발달은 물론, 신경계 질환이나 뇌 손상 치료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86-024-07490-0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