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개 적고 회복빨라 대기 길어도 로봇수술 희망
'줌인' 화면 보며 정밀 집도 가능해 의사들도 선호
비싼 수술비에도 수요 급증해 로봇 수입액 증가
서울 신촌의 세브란스병원 수술실에서 자동화시스템로봇수술기로 외과수술이 진행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인튜이티브서지컬 차세대 로봇수술 시스템 다빈치 5(da Vinci 5).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제공.
국내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이 자동화시스템로봇수술기를 잇달아 도입하면서 수술 로봇 수입액이 크게 늘었다. 고통과 후유증 적게 수술받고 싶어하는 환자가 늘어나며 로봇에 기반한 외과수술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영향이다.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내 의료기기 수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10위 수입 품목에 자동화시스템 로봇수술기가 포함됐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2005년 로봇수술기가 국내에 도입한 이래 처음으로 상위 10위 수입 품목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3년부터 빠르게 수입이 늘었다. 2023년 로봇수술기는 수입품목 순위 23위였는데, 지난해는 10위로 전체 의료기기 수입 품목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지난해 로봇수술기의 수입 규모는 5540만3902달러(약 757억원)로 2023년 3532만7476달러(약 483억원) 대비 57% 늘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로봇 수술은 복강경 수술로 일반 개복 수술과 달리, 복부에 작은 구멍을 내고 손떨림 없는 로봇 팔로 수술하기 때문에 정교하고, 환자들의 회복도 빨라 대기자가 많다"면서 "의사들도 로봇 수술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국내 로봇수술기 수입을 주도하는 업체는 미국 의료기기 전문기업 인튜이티브서지컬이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인 다빈치(da Vinci) 모델은 국내 수술용 로봇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병원 업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고대안암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47개 상급병원이 모두 다빈치 로봇수술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빈치 모델은 현재 국내에 200여대 있으며, 상급병원의 45%는 다빈치 모델을 두 대 이상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 출시된 5세대 모델인 다빈치5(da Vinci 5)도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 대전을지대병원, 강원대학교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등에서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세브란스 병원 관계자는 "신촌, 강남 등 각 병원에 도입한 수술용 로봇은 총 15대이며 이 중 13대는 인튜이티브서지컬 다빈치 모델이고, 두 대는 국산 레보아이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빈치 로봇으로 지금까지 5만례 이상 수술을 진행했다"며 "수술의 영역은 비뇨의학과, 갑상선내분비외과, 위장관외과, 유방외과 등 대부분의 외과 수술에 다 적용된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심장, 혈관, 흉부외과, 성형외과 등 외과 수술 대부분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로봇수술은 비급여라 일반 수술보다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환자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현재 다빈치 4세대 중 로봇 팔 4개를 하나의 포트로 묶은 다빈치 SP(Single Port)를 사용하는 모델을 수술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빈치 모델 도입 병원이 늘면서 이 제품의 수입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인튜이티브서지컬 다빈치 모델과 부품의 수입 규모는 1억4221만달러(약 1931억원)으로 2023년 1억1206만달러(약 1522억원)대비 27% 늘었다.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는 2023년 의료기기 수입 상위 4위 기업에서 지난해 메드트로닉코리아, 한국존슨앤존슨메디칼에 이어 수입 상위기업 3위에 올랐다.
서울대병원은 인튜이티브의 다빈치와 메드트로닉에서 개발한 '휴고'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휴고는 지난해 6월 식약처에 품목 허가를 받아 올해 5월 8일 대학병원에서 첫 상용화한 로봇수술기다. 메드트로닉 관계자는 "아직은 서울대병원 한 곳에 제품을 도입했다"면서 "몇십억원 하는 장비이고, 병원도 1~2년 전에 지출 계획을 짜기 때문에 제품 보급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의정갈등으로 보급이 어려웠는데,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판매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다빈치 외 다른 외국 수술용 로봇들도 한국에 상륙할 예정이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영국 '씨엠알써지컬'과 수술 로봇 '베르시우스(VERSIUS)'(베르시우스)를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현재 식약처에 제품 허가를 받기 위한 준비 과정에 있다"면서 "로봇수술기 기기 등록은 진행했고, 임상에 대한 허가와 시스템 허가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병원은 로봇 수술기 수요가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로봇수술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환자가 많은 이유는 일부 병원에 로봇수술기 대수가 적은 이유도 있다"면서 "로봇수술은 로봇의 팔만 빌릴 뿐 의사가 직접 수술을 집도한다. 로봇수술은 수술 시 디스플레이로 시야를 확대할 수 있어 환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의사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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