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LG AI연구원 설립 초기부터 ’님 문화‘ 정착
”수평적인 분위기지만 성과에는 엄격“
LG AI연구원, 5년 만에 300명 규모로 성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조직 내부에서 수평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젊은 인재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 후보자는 구성원의 전문성과 성과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세운 리더로 알려졌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배 후보자는 LG AI연구원에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고, 자율성을 기반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데 집중했다. 실제 그는 LG AI연구원이 창립된 2020년부터 직함을 뗀 ‘님’ 문화를 정착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 LG그룹의 기업문화는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그룹 계열사와 산하 조직 가운데 ‘님 문화’가 안착한 곳은 LG AI연구원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LG AI연구원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배 후보자를 배 원장님이 아니라 ‘경훈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분위기다. 형식적인 수평이 아니라 실제로 누구든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이라고 전했다.
배 후보자는 지난 2020년 LG AI연구원 설립 초기부터 “우리만의 연구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하게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AI연구원이 작년 5월 서울 마곡 신사옥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배 후보자는 연구원들과의 약속을 지키게 됐다. 그는 ‘이 공간(신사옥)이 또 다른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배 원장의 리더십은 젊은 연구진이 많은 조직 특성에 잘 맞았다. 초기 70명으로 출발한 연구원은 4~5년 만에 300명이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배 원장은 내부적으로 ‘플레이그라운드(놀이공원)’라는 표현을 즐겨 쓴 것으로 알려졌다. AI 인재들이 자율적이고 즐겁게 역량을 발휘하는 연구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지난 2022년 LG AI 아티스트 ‘틸다(Tilda)’를 소개하는 모습./LG그룹 제공
업계 관계자는 “LG AI연구원의 사무공간을 단순히 책상과 자리로 채우는 대신, 자연스럽게 모여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며 “이런 환경이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 후보자는 업무 성과에 있어서는 조직원들에게 엄격한 기준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LG AI연구원이 설립된 2020년 CVPR이 주관하는 지속학습(Continual Learning) 경진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2021년 스탠퍼드 SQuAD 경진대회에서는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023년에는 KorQuAD 2.0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배 후보자는 서울 출신으로, 광운대 전자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전자공학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서던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스탠퍼드대에서 최고프로젝트경영 과정을 수료했다. 박사과정 중에는 3R에 합류해 영상인식 및 3D 영상 분야기술 리더로 활동했다. 이후 삼성탈레스에서 AI 기반 무인자율로봇 연구를, SK텔레콤에서는 영상인식과 빅데이터 기반 AI 연구를 수행했다.
지난 2020년 LG AI연구원 출범을 기념하며 진행한 온라인 행사에서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LG그룹 제공
2016년 LG그룹에 합류한 배 후보자는 LG경제연구원, LG유플러스, LG사이언스파크 AI추진단장을 거쳐 2020년부터 LG AI연구원을 이끌어왔다. 초거대 AI ‘엑사원(EXAONE)’ 개발과 사업화를 주도했고,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2023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바 있다.
LG AI연구원은 작년 6월 엑사원 3.0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데 이어 12월에는 32B 모델을 포함한 엑사원 3.5를 선보였다. 올해는 데이터 리스크 자동분석 AI ‘넥서스(NEXUS)’, 수학·과학·코딩 추론 특화 모델인 ‘엑사원 딥(EXAONE Deep)’을 공개했다. 특히 32B 모델은 미국 민간 연구단체인 에포크AI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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