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반대 여론 속 아르세날레 전시장으로 변경
약혼자와 6800억 슈퍼요트서 거품 파티 목격되기도
제프 베이조스(오른쪽) 아마존 CEO와 연인 로런 산체스. NDTV 캡처.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보안 우려 탓에 결혼식 장소를 이탈리아 베네치아 중심가에서 외곽으로 옮겼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이조스와 약혼녀 로런 산체스는 오는 26∼28일 베네치아 중심가인 카나레조 지구에 있는 웅장한 중세 건물 ‘스쿠올라 그란데 델라 미제리코르디아’에서 결혼 축하 파티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현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결혼식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결혼식 당일에는 하객 진입 저지 시위까지 예고되자 부득이하게 장소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결혼식 장소는 베네치아 동쪽 끝 카스텔로 지구의 아르세날레 전시장으로 전해졌다. 이곳은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있어 보트로만 접근할 수 있으며, 연결된 다리들을 들어 올리면 외부 접근이 차단돼 보안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다.
현지 시민단체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No Space for Bezos)는 결혼식 장소 변경 소식에 환호했다.
이 단체의 토마소 카치아리는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무척 자랑스럽다”며 “우리는 그냥 평범한 시민들일 뿐인데, 함께 힘을 모아 조직적으로 행동한 끝에 결국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한 명을 도시 밖으로 몰아냈다”고 기뻐했다.
그린피스 이탈리아와 영국 저항단체 ‘모두가 일론 머스크를 싫어해(Everyone Hates Elon)’가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그의 호화 결혼식에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베네치아는 최근 몇 년간 관광객 급증에 따른 소음과 사생활 침해, 치솟는 집값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객에 밀려 떠나는 주민이 늘어나면서 베네치아가 거대한 세트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베이조스가 도시 전체를 사실상 전세 내듯 빌려 초호화 결혼식을 치르려 하자 현지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억만장자가 베네치아를 놀이터로 삼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해 왔다.
여기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도 베이조스의 베네치아 결혼식에 반대하는 시위에 가세했다.
그린피스 이탈리아와 영국 저항단체 ‘모두가 일론 머스크를 싫어해(Everyone Hates Elon)’는 23일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시위를 벌였다. 이 현수막에는 베이조스의 웃는 얼굴과 함께 ‘결혼식을 위해 베네치아를 빌릴 수 있다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문구가 영어로 적혀 있었다. 경찰은 곧바로 출동해 현수막을 수거했다.
베이조스는 전 부인 매켄지 베이조스와 25년간 결혼 생활 끝에 2019년 이혼한 뒤 방송기자 출신인 산체스와 약혼했다.
이 결혼식에는 스타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킴 카다시안, 가수 믹 재거와 케이티 페리, 배우 에바 롱고리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 등 약 200명의 유명 인사들이 초대됐다.
유럽 지역의 해안에서 거품 파티를 즐기고 있는 제프 베이조스(왼쪽 두 번째) 아마존 창업자와 약혼자 로런 산체스. 뉴욕포스트 캡처
한편, 베이조스와 산체스는 지난 주말 유럽 해안에서 5억 달러(한화 약 6800억 원)짜리 초호화 슈퍼요트에서 거품 파티를 열었다. 로렌 산체스의 아들 에반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24일 미국 뉴욕포스트는 베이조스가 지난 주말 유럽의 해안에서 자신의 슈퍼 요트 ‘코루’ 선상에서 산체스와 춤을 추는 모습이 목격됐다.
수영복 차림의 베이조스와 비키니를 입은 산체스는 파파라치를 피하려는 듯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했고, 수영하는 베이조스의 모습을 산체스가 스마트폰으로 찍어주는 모습도 보였다.
박준우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