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승소
“기존 저작물 재창조라 ‘공정 이용’”
앤트로픽 홈페이지와 로고 / 연합뉴스
인공지능(AI) 훈련을 위해 책을 작가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 사용한 것이 합법이라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책 원본을 그대로 쓴 것이 아니라 변형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윌리엄 알섭 샌프란시스코 연방 판사는 지난 23일 작가와 출판사들이 앤트로픽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앤트로픽의 손을 들어줬다고 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앤트로픽은 AI 챗봇 ‘클로드’를 개발한 AI 기업으로, 오픈AI의 대항마 중 하나로 꼽힌다.
재판부는 AI 훈련에 창작물을 사용한 것이 ‘공정 이용(fair use)’이라고 했다. 책 원본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목적이나 의미로 재창조했기 때문에 변형적인(transformative) 행위라는 설명이다. 알섭 판사는 “AI 훈련으로 탄생한 모델이 저작물의 창의적 요소나 작가 고유의 표현 방식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아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 이용은 저작물을 허락 없이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으로, 빅테크의 주요 법적 방어 수단이었다. AI 모델을 학습하려면 방대한 규모의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빅테크는 비용 절감을 위해 공정 이용을 앞세워 각종 학술 자료나 언론 기사를 무단으로 사용해왔다. 미국 법원은 공정 이용 여부를 판단할 때 원저작물에 새 의미나 표현을 추가하는 변형적 이용인지를 판단한다.
이번 판결은 대형언어모델(LLM)의 개발과 훈련에 사용한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법원이 AI 기업의 손을 들어준 첫 판결인 만큼, 현재 진행 중인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과 창작자들간 저작권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작가와 언론사, 음반사 등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플랫폼 등 AI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재판부는 앤트로픽이 AI 훈련을 위해 사용한 700만권의 책 대부분을 인터넷에서 불법 다운받아 저장한 점은 저작권 침해라며 문제 삼았다.
알섭 판사는 “앤트로픽이 반드시 AI 훈련에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불법 복제된 책 사본을 저장함으로써 작가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합법적으로 구매하거나 접근할 수 있었던 원본 사본을 해적(불법) 사이트에서 다운받는 것이 ‘공정 이용’에 왜 필요했는지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12월 별도 재판을 열고 앤트로픽이 지불해야 할 배상액을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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