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장 본인 제공

블록체인, 수평적 신뢰 시스템이 열리다

메타버스라는 다중성의 세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보안 기술 중 하나가 블록체인이다. 차세대의 미래 기술 중 가장 중요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블록체인은 기존 소수 엘리트 집단에 의존한 중앙 통제적 인증 방식에서 벗어난 완벽한 수평 구조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해킹이 불가능한, 이론적으로 거의 완벽한 보안 인증 시스템이다.

게임이론과 확률이론에 근거해 만들어진 블록체인 기술은 독립된 개인의 연결을 통한 수평적 P2P 구조로 이뤄져 있다. 사용자 개인은 각자의 보안 지갑을 가지고 다른 익명의 사용자를 서로 인증하고 확인시켜주면서 완벽한 수평적 인증을 한다.

그리고 익명의 개인과 개인이 무한대로 연결됨으로써 보안과 안정성이 더욱 철저하게 보장되는 구조다.

이러한 완벽한 수평적 보안 인증 구조의 탄생으로 과거 오랫동안 유지된 중앙 통제식 신뢰 시스템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한 중앙 통제식 신뢰 시스템에서 가장 취약한 단점인 '중간자와 대리인이 소수 엘리트의 이익만을 위해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혁신적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금융 위기를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많은 사람은 중앙 통제식 사회에서 발행하는 화폐의 존재 가치를 불신하게 됐다. 그 대체제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암호화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탄생시켰고, 미술계의 대체불가토큰(NFT)과 그 외의 완벽한 보안이 필요한 분야에서 점점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렇듯 현재 우리는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과 시스템을 신뢰해야 하는 전환기에 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익숙했던 기존의 신뢰 방식이 무너지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새로운 신뢰 방식을 요구받고 있다.

이름도 생소하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버추얼한 기술의 시스템을 신뢰해야 하는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혁신 구조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중앙 집권적 시스템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수직적 권한 구조와는 정반대다. 메타버스 시대의 새로운 신뢰 시스템은 기술을 바탕으로 수평적 네트워크를 통해 집중과 권한이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어떤 특정 대상보다는 패턴과 알고리즘을 신뢰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미래 메타버스 세상에서 신뢰 시스템의 열쇠를 제공했으나 여전히 보완되고 고려돼야 할 부분이 많다.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은 먼저 그것을 완벽하게 지탱할 수 있는 기술과 시스템이 구현돼야 한다. 그리고 그 기술을 누가 만들고 관리하느냐의 문제가 발생한다.

즉, 완벽한 신뢰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그 기술을 만들고 관리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 문제가 과제로 던져진 것이다.

신뢰 시스템의 전환에 따른 혼돈과 저항도 예상된다. 지금으로서는 블록체인이 중앙 통제적 시스템을 보완할 최선책이지만 변화에 따른 혼란도 피할 수는 없다. 사람이 어떤 대상이나 체계를 신뢰할 때 이성적 판단과 더불어 오래전부터 믿어온 문화와 관습이 무의식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다른 형태의 신뢰 방식을 요구받을 때 극심한 심리적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기존의 중앙 집권적 시스템 내에서 활약하던 엘리트와 중간자, 대리인의 저항, 그리고 그들의 지지자들의 거센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물론 혼란과 거센 저항이 예상된다고 해서 이미 대세가 된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다.

오랜 역사가 증명하듯 결국 허술한 현재의 시스템은 물러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특히 현실과 거의 유사한 메타버스라는 디지털 가상 세계에서는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가짜 세상 속 진짜를 찾아라

보이지 않고 경험할 수 없는 시스템을 신뢰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 서양의 옛 속담에 '보이는 것이 믿는 것'(seeing is believing)이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수많은 세월을 통해 오직 '보이는 것만 믿을 수 있다' 또는 '보이는 것은 믿을 수 있다'는 불변의 교훈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속담은 지금은 통하지 않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보는 것만으로도 믿을 수 없는 세상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에서 모든 것이 실제 경험하는 것처럼 구현됐을 때 과연 '보이는 것은 믿을 수 있는 세상'이 유효할지 의문이 든다.

반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믿을 수 없는 것인가'는 문제도 고민해 봐야 한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기술이 구현하는 가상 세계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체가 분명한 현실 세계와 비교할 때 분명 허구이자 가짜인 세상이다. 그 안에는 실제 모습은 보이지 않는 가상의 아바타가 있다. 이들은 서로 어울리며 웃고 이야기를 나눈다.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하고 부동산을 사고파는 등 경제활동도 한다. 그런데 실체가 보이지 않으니 이들과 함께한 모든 활동이 가짜라는 말인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타버스에서는 우리가 단지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시스템적으로 믿을 수 있는 완벽한 보안 장치가 필요하다.

디지털 메타버스의 전성시대에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아바타가 경제 활동, 생산 활동, 금융 활동, 본인 인증, 디지털 자산 인증, 디지털 계약 등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활동을 할 것이다. 그 안에서 누가 진짜인지, 무엇이 진짜인지 혼란을 겪지 않으려면 가상 세계 속 진짜를 증명하고 인증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메타버스 및 가상현실 전문가 ▲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 건축학과졸 ▲ 미국 컬럼비아대ㆍ오하이오주립대ㆍ뉴욕 파슨스 건축학교 초빙교수 역임 ▲ 고려대 겸임교수 역임 ▲ 현대자동차그룹 서산 모빌리티 도시개발 도시 컨설팅 및 기획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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