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올해만 약 1만명 인력 감원
아마존 CEO “사무직 감소” 예고
국내에도 시작된 구조조정 바람
기업들 신입 채용도 문 걸어 잠가
“인공지능(AI) 때문에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막연했던 이 같은 전망이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을 덮쳤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AI발 대규모 구조조정이 현실화하고 있다. AI 사업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거나 인간의 업무를 AI가 대체하면서 기업의 인력이 줄고 있다. 말 그대로 ‘올 게 왔다.’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향후 AI로 인해 기업의 인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에 더욱 힘이 실린다. 정보통신(ICT)업계를 비롯해 전 산업군에서 AI로 촉발되는 인력 지각변동이 더욱 속도를 붙게 될 전망이다.
24일 ICT업계에 따르면 AI발 인력 감축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글로벌 대표 ICT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MS는 다음달 초 수천 명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달 6000∼7000명 감원에 이어 두 달 만에 또 다시 이뤄지는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당시 MS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개편을 계속 진행 중”이라며 전체 인력의 3%를 감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MS의 전체 직원은 22만8000명이다. 지난달 감원은 1만명을 구조조정했던 2023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MS가 대규모 감원을 실시하는 것은 AI 위주로 회사를 재편하기 위해서다. 특히 구조조정의 가장 큰 희생양이 AI가 대체 할 수 있는 개발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SW) 개발자가 전체 감원 인원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MS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역시 수년 내 AI로 인한 대규모 인력 감축을 예고했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사 직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도입은 기존의 업무방식을 바꿀 것”이라며 “정확히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몇 년 안에 회사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AI 사용으로 인해 전체 사무직 인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이미 2022년부터 2만7000명 이상의 직원을 감원했다. 올해도 여러 차례 감원을 단행했다. 아마존은 월마트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민간 고용업체다. 지난 3월 말 기준 156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아마존의 구조조정 규모가 커질수록 그 파장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적으로 미칠 여지가 크다.
국내에서도 AI발 인력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다. KT는 지난해 말 AI에 힘을 싣는 사업 구조개편 등을 위해 2800명에 달하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국내 기업들은 기존 직원의 구조조정과 함께 신규 채용 역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인사·채용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IT업계 채용 공고는 1년 전에 비해 13.4% 감소했다. 특히 신입 개발자 채용은 1년 전 대비 18.9%가 줄었다. 매년 늘어나던 경력직 개발자 채용 공고도 5.3% 감소했다. IT 기업들이 AI로 대체할 수 있는 분야에서 신입 채용부터 줄이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AI발 인력 감축 속도는 갈수록 더욱 빨라져 인력 구조 판도 자체를 바꿀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오픈AI의 경쟁사인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 역시 최근 “AI가 향후 5년간 모든 신입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을 없애고 실업률을 최대 20%까지 급등시킬 수 있다”고 언급, 일자리 변화에 대해 경고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은 “5년 안에 AI가 인간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역시 ICT발 인력 감원으로 2035년까지 기존 일자리 3억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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