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삼성폰, 다시 펼칠 시간] ① 엑시노스 적용 첫 폴더블폰
[편집자주] 삼성이 2019년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 시장을 열었지만, 중국 제조사들의 거센 추격에 독주 체제가 흔들린다. 폼팩터와 기능의 혁신 부재 논란 속에 삼성이 다시 한번 반격에 나선다. 핵심 전략은 '초슬림'과 '자체 AP 탑재'다. 내달 7세대 폴더블폰 시리즈 공개를 앞두고 삼성의 승부수와 시장판도 변화 가능성을 짚어본다.
/그래픽=윤선정 디자인 기자
삼성전자가 내달 공개하는 '갤럭시Z플립7'(이하 플립7)에 '엑시노스' 칩셋이 전량 탑재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플립7의 국내·외 모델에 '엑시노스2500'을 적용한다. 국내 모델에만 엑시노스를 적용하고 글로벌 시장엔 스냅드래곤을 공급할 것이란 기존 예상과 다른 흐름이다. 같은 날 공개하는 '갤럭시Z폴드7'은 퀄컴의 '스냅드래곤8 엘리트'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가 자체 설계·생산하는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다.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가 생산을 맡는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는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핵심 부품이 통합된 SoC(시스템온칩)다.
이로써 플립7은 엑시노스가 적용된 첫 삼성 폴더블폰이 된다. 그동안 삼성은 갤럭시S 시리즈에서 지역과 모델에 따라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을 교차 적용했지만, 폴더블폰에는 스냅드래곤만 채택해왔다. 폴더블폰은 구조적으로 내부 공간이 좁고 발열 제어가 까다로워, 엑시노스보다 성능과 효율이 좋은 스냅드래곤을 탑재했던 것이다.
삼성전자가 플립7에 엑시노스를 전량 탑재하는 것은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엑시노스2500은 삼성의 3nm(나노미터) 2세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으로 처음 생산되는 칩셋이다. 전작 대비 AI 연산 성능과 전력 효율, 제조 안정성 측면에서 큰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갤럭시S25'에 우선 탑재할 예정이었으나, 초기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적용하지 않았다.
삼성이 엑시노스를 선택한 데는 애플처럼 기기의 심리스(Seamless)한 결합을 위한 의도도 있어 보인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칩셋과 디바이스 간 최적화가 필수다. 엑시노스를 활용하면 전력 효율, 카메라 처리, AI(인공지능) 기능 등 갤럭시에 특화된 기능을 더욱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다.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퀄컴의 플래그십 칩셋은 단가가 최소 수십달러에 이를 만큼 고가다. 엑시노스를 활용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고, 향후 외부 고객사에 공급할 경우 라이선스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퀄컴 의존도를 줄이고 칩 설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퀄컴에 의존할 경우 기술 노하우가 외부에 집중돼 삼성 내부의 역량 축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모바일 반도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엑시노스 생태계의 유지와 확장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 전량 탑재는 단순한 부품 선택이 아니라 삼성의 전략적 전환을 의미한다"며 "자체 칩셋을 중심으로 한 최적화, 원가 경쟁력, 생태계 주도권 확보가 향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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