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기반 활성화
새로운 원·달러 환율 형성될 수도
국내 스테이블코인 입법 추진 움직임 가속화
"우리 정부 위험 관리 시스템 구축 시급"

[이데일리 김아름 김윤지 기자] 미국 상원이 달러에 연동된 가상자산을 규율하는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 논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송금의 편의성은 물론, 자국 통화 주권을 지키는 전략적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어 정치권의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일명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으로 불리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찬성 68표, 반대 30표로 가결했다. 법안은 하원 심의를 거쳐 최종 입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법안은 2500억달러(약 345조원) 규모로 성장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명확한 규제 틀 안에 처음으로 편입시키는 세계 최초의 입법 시도로 평가된다. 주요 내용은 △준비금 1:1 보유 의무 △감독 주체 명시 △발행 자격 요건 △정기 감사 △결제 수단으로서의 법적 지위 부여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특히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제도화되면서 달러 수요가 급증할 수 있고, 이는 원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지는 등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외환·금융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일각에서는 정부의 직접 통제가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환율이 등장할 가능성이나, 미국 내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며, 보다 빠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이 풍부한 해외 거래소나 탈중앙화 거래소(DEX)에서 원화 및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발행·거래될 경우 양자 간에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환율’ 형태의 원·달러 환율이 형성될 수 있다”며 “이 과정에 국내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을 열어줘야 역외 발행 주체에 의한 시장 선점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선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발행사에 최소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 요건을 부여하고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발의했다. 이어 안도걸 의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액의 100% 이상 담보자산 보유를 의무화하고, 기획재정부(외환), 한국은행(통화), 금융위원회(감독)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담은 ‘디지털 지급결제수단에 관한 법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강준현 의원 또한 발행사의 자기자본을 10억원 이상으로 하고, 발행량에 비례해 자본을 적립하도록 하며, 금융위 내 디지털자산위원회 신설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혁신법’ 발의를 공식화했다.

이들 세 법안에 더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준비 중인 정부안까지 포함하면 향후 국회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 법안들이 병합 심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복잡성과 국제 동향을 고려할 때 법안 정비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으나,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본격화되면 국내 외환시장과 통화주권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한 만큼 한국도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만약 미국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유통을 본격화했을 때 문제가 발생하면 그에 따른 통화 위험의 관리 권한이 우리 정부가 아닌 외부에 넘어갈 수도 있다”며 “정부가 주권적인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아름 (autum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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