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지우. 본인 제공
“장르를 가리지 않는 조연 배우가 되고 싶어요”
16일 오후 스포츠경향은 ‘비질란테’,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미지의 서울’ 등에 출연한 배우 남지우를 만났다. 궂은 날씨를 뚫고 경향신문 본사에 도착한 그는 ‘그래도 오는 길에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미소와 함께 취재진에게 인사했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한 남지우는 한 영상 수업 과제에서 도전한 연기에 대해 ‘재밌는 재능’이라는 교수의 호평을 받았다. 본격적으로 연기에 관심을 가진 뒤로는 전공수업보다 연기 수업이 더 기다려지는 순간도 있었다.
“그 시절은 조연 배우들이 한국에서 각광을 많이 받기 시작할 때였어요. 조진웅 선배님이 유명해지고, 곽도원 선배님, 유해진 선배님을 (작품에서) 많이 볼 수 있었죠. 대중들이 조연 배우의 미학을 인지하기 시작했을 때 저 역시도 이분들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덕분에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시기였고요. 늦었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대학생활 도중 진로를 변경한 남지우는 ‘맨땅에 헤딩’하는 격으로 한국행을 선택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온 한국에서는 독립영화나 단편영화 등 작품을 가리지 않고 연기 생활에 빠져들었다. 남지우는 지난 2016년 영화 ‘승준의 휴가’로 데뷔했으며 5년이 족히 넘는 시간 끝에 상업작품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었다.
“한국에 혼자 와서 독립이나 단편을 했던 기간이 좀 길어요. 단역을 많이 하다가 ‘비질란테’(디즈니 플러스·2023)에서 조단역을 하고, 그 이후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넷플릭스·2024), ‘무도실무관’(넷플릭스·2024)에서 단역과 작은 조연을 연달아서 했어요. 한 순간에 작품에서 큰 역할을 맡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이 다 아는 작품을 하게 돼서 행복해요. 먼저 연락을 해주시기도 하니 기분이 좋고요(웃음)”
최근 남지우는 tvN ‘미지의 서울’에도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가 연기한 최승현은 주인공 박보영(유미지 역)과 박진영(이호수 역)이 재학했던 두손고등학교 학생으로, 동창생의 결혼식에서 재회해 박진영과 다툼을 벌인다.
“이번 작품에서에서 2개의 에피소드에 출연하는데 ‘쟤 진짜 꼴도 보기 싫다’는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옛날에는 검색해야 한 두개 정도 볼 수 있었거든요. 이번 역할을 통해 더 좋은 배역을 맡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오디션이나 미팅이 있을 때 감독님께서 ‘이 역할을 맡았던 배우구나’라고 기억해주실 수 있다면 되게 멋질 것 같습니다”
배우 남지우. 본인 제공
조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오디션 과정은 어땠는지 물었다. 이에 남지우는 “당일에 캐스팅 연락을 받았다”는 이례적인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아없숲’에 같이 출연했던 분들과 오디션을 봤어요. 얼떨결에 봤던 오디션이지만 너무 하고 싶었고, 빨리 끝날 수 있었던 걸 ‘왜 1-2페이지만 하고 다른 건 안 하냐’고 보챘어요. 그랬더니 감독님께서 귀엽게 봐주시고 더 연기할 수 있게 해주시더라고요. 여한없이 오디션장을 나와서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날 저녁에 ‘너 됐다’는 연락이 왔어요. 아무래도 저한테서 최승현 캐릭터를 발견해주셨던 게 아닐까 싶어요”
하루 만에 출연이 결정된 ‘미지의 서울’은 남지우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작품이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많은 성장을 했다며 “이만큼 얻어가는 현장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촬영시간이 되게 타이트하잖아요. 나중에 하자고 넘길 수 있는데도 촬영하다 말고 ‘네가 이런 식으로 연기를 하고 있고, 연기 쪼(습관)같은 것도 이렇게 보완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셨어요. 이 습관을 알게 되니 나중에 연기 선생님에게 가서 고칠 수가 있었습니다.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평생 가져가야 할 습관을 고치게 됐으니 이번 작품이 저에게는 학교 같아요”
배우 남지우. 본인 제공
‘미지의 서울’ 촬영을 마친 그는 현재 과외 수업과 몇 개의 작품 촬영을 병행하며 날아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숫자로만 보면 10년 차가 된 연기자이지만,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많고 출연하고 싶은 작품도 많다. 그의 가까운 연기 목표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조연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감독님들이 특정 역할이 필요할 때 ‘누구한테 맡기지? 일단 남지우한테 하자’라고 말하게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작품 안에서 흘러가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남지우라는 사람이 나왔다는 생각조차 안 들게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싶어요”
끝으로 남지우에게 조연 배우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결국에는 중요한 부품이라는 생각이에요. 작품이 거대한 기계라면 태엽이 하나라도 없으면 작동을 안하니까요. 그 태엽 하나조차도 정성스럽게 만드는 장인이 있다는데, 조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조연은 주연보다 눈에 띄어서도 안 되고 기억에 남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작품 전체가 대중들에게 각인될 때 조연이 빛이 난다, 멋진 장면을 만들어주는 일부다’라는 게 저의 철학입니다”
김희원 온라인기자 khil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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