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무조건 항복하라" 요구…강경파 "폭탄 필요하면 제공" 호응
MAGA 진영은 '불개입 원칙' 고수…"이란 공격은 공약 위반·또 하나의 전쟁 반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이란에 대한 미국의 무력 개입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에서 이 문제에 대한 찬반을 놓고 균열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동의 맹방인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는 찬성론, 대선 공약인 고립주의와 불개입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실익도 없다는 반대론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공화당 내에서 전통적 주류로 분류되는 네오콘 성향 인사들이 주로 강경노선을 주창한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공화, 사우스캐롤라이나)은 지난 15일 CBS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를 향해 "(이스라엘에) 폭탄이 필요하다면 폭탄을 제공하라. 이스라엘과 함께 비행해야 한다면 함께 비행하라"고 촉구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기회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AP통신은 18일(현지시간) 전했다.
강경파들은 이란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점점 강경해지는 와중에 함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돌연 중단하고 16일 워싱턴DC로 복귀하면서 그 사유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때문이 아니라 "훨씬 큰 것"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후 미군의 직접 개입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즉시 테헤란을 떠나라"는 공습 경보성 메시지를 날리더니, "최고 지도자(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어디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무조건 항복하라"고 요구했다.
또 폭스뉴스 앵커 출신의 친(親)트럼프 보수 언론인 터커 칼슨이 이란 문제에 대한 개입을 비판하자 "누가 제발 그 괴짜(kooky) 터커 칼슨에게 좀 설명해줘라. 이란은 절대로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親트럼프 보수 언론인 터커 칼슨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말폭탄'이 실제 이란에 대한 폭탄 투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기 집권에 결정적 역할을 한 핵심 지지층 MAGA 진영에서 터져 나오는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괴짜'로 표현한 칼슨은 '트럼프의 책사'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란 국민이 내 적이라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누굴 미워해야 하는지 강요하지 말라"고 말했다.
'트럼프 충성파'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 의원(공화, 조지아)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칼슨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을 반박하며 "그건 괴짜스러운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우익 단체 '터닝 포인트 USA'의 창립자인 찰리 커크는 FOX뉴스 인터뷰에서 "젊은층은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 트럼프를 지지했다"며 "미국이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또 하나의 전쟁이 아니라, 가능한 한 빠른 평화"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이란 문제에 깊이 빠져들수록 국내 정치적으로, 그리고 외교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불법체류자 추방, 관세를 앞세운 각국과의 무역 협상,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서둘러 매듭짓고 대중(對中) 견제에 전력투구하겠다는 그의 구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브 배넌은 칼슨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건 단지 MAGA 연합을 무너뜨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 예컨대 미국 내 불법체류자 추방 같은 것도 망쳐놓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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