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73이닝 1.36의 평균 자책점
정우주와 전주고 역대 최전성기 이끌어
고교 선수 중 가장 뛰어난 체인지업
KIA 타이거즈, 2R에서 이호민 전격 지명
데뷔전서 kt 중심 타선 맞아 싸움닭 투구 KIA 타이거즈 2R 신인 이호민이 6월 17일 kt전에서 데뷔전을 가졌다.KIA타이거즈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난 드래프트에서 KIA의 1라운더는 사실상 결정된 상태였다. 김태형까지가 딱 빅5로 묶였고 거기에 김태형은 전라 지역 연고이기도 해 KIA가 지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몇 주 남기고 사실상 결정됐다. 문제는 2라운드였다. 좋은 투수도 많고 야수도 많았던 드래프트였기에 어떤 선수를 뽑아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됐다. 그리고 KIA의 선택은 이호민(당시 전주고)이었다.
KIA는 시즌 때부터 이호민을 계속 보고 있었다. 이호민은 고교 무대에서는 초특급의 성적을 낸 선수다. 1라운드에 지명된 투수들도 이호민의 성적을 보면 고개를 절로 내저을 정도다. 전주고 재학 당시 주창훈 감독은 경기에서는 정우주보다 이호민을 더 믿을 정도였다. 이호민은 작년 73이닝 24사사구 1.36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성적이 하도 출중하다 보니, 청소년 대표팀에도 선발됐다. 제구는 고교 수준에서 범접할 상대가 없었고, 무엇보다 ‘체인지업’이 일품이었다. 모든 고교 생 중에서 가장 체인지업이 좋다고 평가됐다. 로하스를 삼진으로 잡아낸 바로 그 체인지업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신장이 그리 크지도 않고, 구속이 그리 빠르지도 않다는 점. 구속이 140km 초반대였다. 공을 던지는 폼이 예쁘기는 했지만, 너무 평범하다는 인식 또한 함께 갖고 있는 것이 이호민이었다. 이 점이 그를 최상위로 지명하는 데 망설임을 제공했다. 하지만 KIA는 달랐다. 과감하게 선택했다. 어떻게 보면 KIA는 청소년 대표팀의 투수 중 가장 마지막에 남은 보석을 2라운드에서 얼리 픽을 한 것이다. KIA타이거즈 제공
전주고 시절 이호민. 사진=서동일 기자
KIA 김성호 스카우트 팀장은 작년 신인 드래프트 이후 공식 인터뷰에서 “우리가 뽑고 싶은 선수를 뽑고자 했다. 그래서 라운드에 상관없이 빠르게 이호민의 이름을 불렀다”라고 했다. 말 그대로 KIA 타이거즈 스카우트 팀의 독자적인 픽인 셈이다.
6월 17일 kt전. 데뷔전을 치른 이호민은 상당한 임팩트를 선보였다. 안현민에게 중견수 앞 안타를 맞았지만, 빗맞은 안타였다. 그리고 로하스를 상대로 포심과 각이 큰 커브, 거기에 명품 체인지업을 무기로 첫 탈삼진을 잡아냈다.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의 데뷔전이었다.
이호민은 고교 시절부터 완투 능력, 변화구 구사 능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선수다. 공을 쉽게 던지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KIA에서는 유달리 그런 선수들이 잘 성장하고 있다. 올 시즌 KIA의 믿을맨으로 성장한 성영탁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성영탁은 부산고 시절 신장이 작고 공이 깨끗하고, 구속도 빠르지 않아 10R에 턱걸이 지명된 선수다. 황동하도 7R였다. 황동하 또한 고교 때 구속은 140km 초반 정도에 크게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런데 KIA에 와서 급성장했다. KIA타이거즈 제공
KIA의 기조는 빠른 공이나 신장보다는 완성도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고, 작금의 그런 투수 기조는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적어도 KIA에서는 제구력이 문제가 있는 투수보다는 구속이 빠르지 않더라도 제구가 좋고 변화구 완성도가 있는 타입이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호민은 고교기준에서는 그런 완성형의 정점에 서 있는 선수다. 프로에서 쓸 수 있는 좋은 변화구와 제구력, 배짱, 큰경기 경험, 부드러운 투구폼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KIA 연고지 선수로서 팀에 대한 충성도도 높다.
1R보다 2R가 먼저 프로에 데뷔했다. 이호민이 KIA에서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직 성급하지만, 데뷔전만 보면 그 가능성은 충분히 보인다.
#KIA 타이거즈 #이호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