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부와 오픈AI 단독 계약 체결… MS 우회 ‘직거래’ 신호
오픈AI, 구글·오라클과 손잡고 인프라 다변화… MS 영향력 견제
양사 관계 재편 시도 속 ‘반독점 소송’ 검토… AI 빅딜 균열 본격화
일러스트=챗GPT
“수십년간 파트너십을 지속하길 바란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초 언급한 발언은 더 이상 MS와 오픈AI의 관계를 설명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2019년부터 이어온 양사 간의 밀월이 최근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MS 애저(Azure) 클라우드를 통해 GPT 모델을 상용화하고, 오피스·빙 등 MS 주요 제품에 챗GPT 기술을 연동했었지만 이제는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과 견제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 오픈AI, 美 국방부 계약… ‘탈MS’ 신호탄
긴장감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결정적 계기는 지난 16일(현지시각) 오픈AI가 미국 국방부(DOD)와 체결한 2억달러(약 2744억원) 규모 계약입니다. 오픈AI는 자사의 첨단 AI 모델을 활용해 국방용 행정 시스템과 사이버 방어 지원 기능 등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오픈AI가 기존에는 MS 애저 클라우드를 통해 정부기관에 AI 솔루션을 공급해왔으나, 이번엔 ‘OpenAI for Government(정부 전용 AI 프로그램)’라는 별도 사업 프로그램을 출범시키며 단독 수주에 성공한 것입니다. 이 계약은 그동안 오픈AI 모델을 MS 클라우드(Azure OpenAI Service)를 통해 제공받아온 미국 정부가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오픈AI와 직접 거래를 맺은 사례입니다. MS 입장에선 핵심 고객을 잃을 수 있는 위기로 해석됩니다.
오픈AI는 최근 구글, 오라클 등 다른 클라우드 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글 클라우드와의 계약은 ‘AI 최대 경쟁자’ 간 전격적인 동침으로 평가됩니다. 챗GPT는 전 세계 검색 시장의 90%를 점유한 구글의 ‘본진’을 위협하는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오픈AI는 막대한 연산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구글의 자원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는 오픈AI가 클라우드 인프라 다변화를 넘어, MS 중심의 종속적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오픈AI의 내부 재편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오픈AI는 현재 자사 구조를 영리법인 중심의 공익기업(Public Benefit Corporation, PBC)으로 전환하려는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MS가 보유한 특별의결권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MS는 오픈AI에 130억달러를 투자해 49%의 지분을 보유 중이며, 기술 독점권과 수익 공유 조건 등을 포함한 계약 구조가 얽혀 있습니다.
오픈AI 내부에선 MS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기류가 뚜렷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 경영진은 MS를 상대로 기존 계약 구조가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입니다. MS는 오픈AI 영리법인의 지분 49%를 보유한 최대 투자자이지만 오픈AI는 ‘비영리 모회사(OpenAI Inc.)가 지배하는 자회사(OpenAI Global LLC)’라는 이중 구조를 갖고 있으며, MS는 이사회 의결권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일 뿐 경영권은 없습니다.
문제는 계약 구조입니다. MS는 오픈AI와의 초기 협약을 통해 자사 클라우드 ‘애저’를 모델 호스팅의 독점 인프라로 지정했고, 향후 기술·자산에 대한 자동 접근권까지 확보한 상태입니다. 최근 오픈AI가 추진 중인 AI 스타트업 윈드서프 인수 건에서도, 해당 기술을 MS 계약 범위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이는 기존 계약이 오픈AI의 독립적인 기술 확보·사업 확대를 가로막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AI 시장 내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미국 반독점법상 ‘시장지배력 남용’ 여부는 지분율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쟁 제한 효과로 판단되기 때문에, 투자자이자 파트너인 MS를 상대로도 제소가 가능한 구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 기술 동맹에서 기술 경쟁으로… 산업 지형 흔든다
MS 또한 독자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AI 전문가 무스타파 술레이만을 영입해 자체 AI 모델 ‘코파일럿(Copilot)’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으며, 내부에선 오픈AI 외에 다양한 모델을 활용한 멀티모델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양사는 겉으론 “긴밀한 협력은 계속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쟁적 구도가 빠르게 굳어지는 모습입니다. 챗GPT는 MS의 검색 서비스 ‘빙(Bing)’을 위협하고, 오픈AI는 인프라, 데이터센터까지 전방위적으로 자립에 나서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양사 간 갈등이 단순한 투자-피투자자 관계를 넘어, AI 산업 전반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규제 신호, 클라우드 시장 재편, 기업 고객의 불확실성 증대 등 파장이 예상됩니다. 특히 “단일 모델에 의존하는 구조는 한계에 봉착했으며, 이제는 다중 AI 모델을 상황별로 조합해 활용하는 모듈형 접근이 기업들의 새로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오픈AI와 MS는 초창기에 전략적 필요에 의해 손을 잡았지만, 파트너십이 영속적으로 지속될 구조는 아니었다”며 “오픈AI가 이미 충분한 투자와 기술적 자립 기반을 확보한 상태에서 더 이상 MS에 종속될 이유가 없고, MS는 GPT 모델을 오피스, 빙, 윈도 등에 통합하며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시장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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