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 드러내지 않고 SNS 메시지만
핵심 측근 대거 공백에 "전략 실수 위험성↑"
IRCG 수뇌부 줄사망…"신정 체제 기반 붕괴"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중심으로 하는 이란 신정(神政) 일치 체제가 존립 기로에 섰다. 정권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왔던 하메네이가 이번에는 정권 교체, 나아가 생사까지 걸린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진=AFP)
18일(현지시간) 하메네이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리는 시온주의(이스라엘) 테러리스트 정권에 강력하게 대응해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귀한 하이다르(제1대 시아파 이맘)의 이름으로 전투가 시작된다”는 글도 게재했다.
이 같은 하메네이의 강경한 SNS 메시지와 달리 그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가 차기 후계자로 거론되는 아들 모즈타바 등 가족과 함께 지하 벙커에 은신했다는 이란 반체제 매체의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소식통 5명을 인용해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주요 군사 및 안보 고문 등 하메네이의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제거돼 이란이 전략적으로 실수를 할 위험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와 정기적으로 회의를 한다는 한 소식통은 “국방과 내부 안정을 둘러싼 문제에서 이란이 잘못 계산할 위험이 극도로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메네이는 평소 15~20명 규모인 핵심 측근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는데, 이들이 동시에 제거되면서 갑자기 주변이 텅 빈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호세인 살라미 총사령관을 비롯해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대공 사령관, 모하마드 카제미 정보부대 수장 등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주요 인물들이 대거 사망했다.
IRGC 수뇌부 대거 사망은 이란 신정 체제 중심축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로이터는 평했다. IRGC는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집권한 시아파 성직자들의 신정 체제를 보위하기 위해 창설됐다. 하메네이가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고 이스라엘의 공격에 살아남은 핵심 고문도 적지 않지만 IRGC가 내부 치안, 외부 작전, 정권 보호 등 신정 체제의 실질적인 기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구조적 위기를 맞이했다는 의미다.
하메네이 개인 또한 안전한 상황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일 SNS를 통해 하메네이를 ‘쉬운 표적’이라며 이란의 무조건적인 항복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소위 ‘최고 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적어도 지금은 그를 제거(살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939년생인 하메네이는 1979년 이란 혁명을 이끈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측근이자 열렬한 추종자로, 1981년 이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1989년 호메이니가 사망하자 하마네이는 최고 지도자로 선출됐다. 신정 일치 체제 아래 ‘신의 대리인’으로서 그는 절대 권력으로 이란을 36년간 통치하며 국가의 정치, 군사 및 안보 기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반대 의견을 탄압해 최종 결정권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했다. 대외적으로 그의 통치 아래 이란은 반(反)미국 노선을 택해 강경 외교 정책을 펼쳤으며,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팔레스타인 하마스 등 대리 세력을 지원해 이른바 ‘저항의 축’을 구축했다.
김윤지 (jay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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