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AI 도입률/그래픽=이지혜
삼성전자가 AI(인공지능) 활용의 효율성과 보안 검증을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라이선스 계약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생성형 AI '라마(Llama)'의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공지를 내부에 냈다. 필요한 AI를 선별해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전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DX(디바이스경험)부문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메타의 대규모언어모델(LLM) 라마 사용을 자제할 것을 공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직원에게 오픈AI의 챗GPT 사용 시 회사의 허가를 받을 것을 공지한 바 있다.
보안상의 이유로 챗GPT를 금지했던 것과 달리 라마는 라이선스 계약 등이 문제가 됐다. 메타는 라마의 무료 사용을 폭넓게 인정하지만 대형 사업자의 상업용 활용에는 라이선스 계약 조건을 붙였다. 라마 사용자(계열사 포함)가 제공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의 MAU(월간활성사용자)가 7억명을 초과하는 경우 메타에게 라이선스를 요청해야 한다.
스마트폰과 가전 부문 사업을 맡은 DX부문의 경우 개발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사용자가 월간 7억명을 넘을 수 있다. 갤럭시 시리즈의 경우 전 세계에서 10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스마트폰의 가전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싱스의 경우 가입자 수가 3억5000만명을 넘어섰다. 메타 측에서도 삼성전자에 주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라마를 상업 제품이나 서비스에 활용하고, 그것을 일정 사용자 이상이 사용하면 메타와 라이선스 계약을 해야 한다"며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라마를 사용할지 여부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으로 우선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사용할 만큼 라마가 업무에 도움이 되는지 등을 판단해보겠는 의미로 풀이된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면 굳이 비용을 지불하고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어서다. 이미 삼성전자 DX부문은 코딩 돕는 AI 서비스인 '클라인(cline)'을 이용 중이다. 클라인은 오픈소스 AI로 상업적 활용에 제약이 없다.
각종 생성형 AI가 쏟아지면서 기업들도 옥석 가리기에 나서고 있다. 무분별한 도입보다는 효율성과 보안 검증을 통해 회사에 실제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작업 등이 진행 중이다. 과거 기업은 회사 내부 자료의 외부 유출 등의 문제로 외부 AI 사용을 적극 통제했지만 조금씩 빗장이 열리고 있다. 생성형 AI에 사용할 데이터 등을 먼저 검증하고, 사용을 허가하는 방식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연구에 따르면 2023년 국내기업의 AI 도입률은 6.4%로, AI를 도입한 기업의 부가가치가 약 7.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의 AI 도입률은 65.1%에 이른다는 연구결과(산업통상자원부)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DS부문에 AI 센터를 신설하며 관련 조직을 통합했고, 올해는 경영혁신센터에 'AI 생산성 혁신 그룹' 등을 신설하며 AI 활용을 통한 효율성 증대에 나섰다. 300여명 규모의 AI 크루를 선발해 현장에서 AI 과제 발굴에도 나선다. 최근 미국의 로봇 AI 개발사에도 투자하는 등 AI에 힘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에서 AI 사용을 통제해도 개발자들이 개인적으로 생성형 AI 활용하는 일도 있다"며 "좀 더 효율적으로 AI를 쓰기 위해 기업들이 효율성과 보안을 검증하고, 사용 기준을 잡아가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