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CG 등 핵심 인물 줄줄이 제거
측근 공백에…“전략 오류 위험성 커져”
트럼프 “위치 안다, 당장 제거는 안해”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란에 무조건적인 항복을 촉구한 가운데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중심으로 하는 이란 지도부 의사결정 구조에 중대한 공백이 생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권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왔던 헤메네이가 이번에는 정권교체, 나아가 생사까지 걸린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진=AFP)
로이터통신은 이란 소식통 5명을 인용해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으로 이란 정권 주요 군사 및 안보 고문 등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제거되면서 그로 인해 전략적 오류의 위험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와 정기적으로 회의를 한다는 한 소식통은 “국방과 내부 안정을 둘러싼 문제에서 이란이 잘못 계산할 위험이 극도로 위험한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하메네이는 평소 15~20명 규모인 핵심 측근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는데,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으로 이 핵심 측근들이 연이어 사망하면서 주변이 텅 비어가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호세인 살라미 총사령관을 비롯해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대공 사령관, 모하마드 카제미 정보부대 수장 등 이란 신정(神政) 일치 체제의 중심축인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주요 인물들이 대거 사망했다. IRGC는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으로 집권한 시아파 성직자들의 신정(神政)체제를 보위하기 위해 창설돼 이란의 외교·경제 정책 결정에 있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이다.
심지어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그를 직접 언급하며 이란에 무조건적 항복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소위 ‘최고 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그는 쉬운 표적이지만 거기서 안전할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지금은 그를 제거(살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해 이란 내 지하 핵시설을 파괴하고, 더 나아가 이란의 ‘이슬람 신정(神政) 체제’를 무너뜨리는 정권교체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닷새가 지났음에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가 아들이자 차기 후계자로 거론되는 아들 모즈타바 등 가족과 함께 지하 벙커에 은신했다는 이란 반체제 매체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1939년생인 하메네이는 1979년 이란 혁명을 이끈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측근인 혁명 1세대로, 1981년 이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1989년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사망하자 최고 지도자(종신제)로 선출됐다. 그는 이란의 신정 일치 체제 하의 절대 권력으로 36년간 통치하며 국가의 정치, 군사 및 안보 기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반대 의견을 탄압해 최종 결정권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강화했다. 그는 일종의 ‘신의 대리인’으로 군통수권을 비롯해 외교·안보 등 주요 정책을 최종 승인하며 입법·사법부 역시 그의 통제하에서 제한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이란의 강경 외교 정책의 핵심이었다. 그의 리더십 아래 이란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팔레스타인 하마스 등 대리 세력을 지원하는 이른바 ‘저항의 축’을 구축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이란을 중동 전역에서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에 대항하는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었다.
한편 이날 하메네이는 SNS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테러범인 시오니스트(이스라엘) 정권에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며 “우리는 시오니스트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대응을 강조했다.
김윤지 (jay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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