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버스터 폭탄 지하시설 파괴 가능
미군, F-35 등 전투기 중동 추가 배치
이란, 중동 미군기지 타격 채비 맞불
호르무즈 기뢰 설치 가능성도 고조
이스라엘과 이란 양국간 공중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도심이 이스라엘의 공습에 의해 파괴돼 화염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장면. 이 사진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현지 SNS 계정에 올라온 영상이다. [로이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 요새’로 불리는 포르도를 군사 행동 목표라 밝혔다. 하지만 지하 깊숙이 숨어있는 포르도 타격을 위해서는 미국의 지원이 필수인 만큼 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네타냐후 “포르도 파괴 위해 모든 수단 동원…제거될 것”=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베냐민 네탸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14와의 인터뷰에서 “포르도를 파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면 “이 시설들은 어떤 식으로든 제거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차치 하네그비 국가안보보좌관도 네타냐후 발언을 언급하며 “포르도는 실존적 위협”이라고 불렀다.
포르도는 고농축 우라늄이 보관된 이란의 핵심 핵시설이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160㎞, 이슬람 성지에서 약 32㎞ 떨어진 이란 중북부 산악지대에 건설됐다. 국제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에 따르면 이곳엔 60% 농도의 우라늄 408kg이 보관돼 있어 단 몇 주 만에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다. 하지만 산 아래 약 60~90m 아래 있는 데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져 이스라엘도 쉽게 파괴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며칠간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포르도 시설은 큰 타격이 없다. 이스라엘은 지난 13일부터 이란 최대 핵시설인 나탄즈에 대해 공습을 퍼부었으나, 지하 저장시설 등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네탸냐후 총리가 포르도 파괴를 자신하는 데는 미국의 지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군사 개입은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공중 투하용 초대형 관통 폭탄(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을 B-2 스텔스 전략폭격기에 실어 이란 포르도의 지하 핵시설을 타격하거나, 이란 내 지상 작전을 수행하는 이스라엘 특수부대를 공중 엄호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벙커버스터는 벙커 파괴용 무기로 무게만 3만 파운드에 달한다. 현재 공개된 벙커버스터 중 최신식인 GBU-57은 전작보다 10배 더 강력한 폭발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교전 초기 기습적인 미사일 공격으로 나탄즈를 비롯한 이란 내 주요 핵시설에 피해를 줬지만, 이것만으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얼마나 타격을 받았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란은 농축우라늄을 여러 장소의 지하 터널에 분산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포르도를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미국산 대규모 무기 침투(벙커버스터)”라며 “하지만 이스라엘에는 폭탄도 없고, 이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유일한 항공기로 여겨지는 미국의 B-2도 없다”고 전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충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이란 핵 협상 등 대화로 이란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란을 향해 “무조건 항복하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 배경에는 네탸나후 총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의 핵 협상 의지에 대한 의심이 들 때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의지와 전술에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돌렸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과거부터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 공격 지원하거나 최소한 묵인하도록 10년 넘게 노력해 왔으나,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중동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두려워해 이스라엘이 공격을 감행하지 못하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지난 4월과 5월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겠다는 의중을 전해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적인 공격이 외교 노력을 단절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미군은 중동에 F-35를 비롯한 전투기를 추가 배치하는 등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군 당국자를 인용해 F-16, F-22, F-35 등 전투기와 여타 군용기를 중동에 추가로 배치해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요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미군은 항공모함 니미츠호의 베트남 입항 계획을 취소한 뒤 중동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31대 이상의 공중급유기도 중동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날 외신이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이 벙커버스터를 투하하거나 이스라엘군을 공중 엄호해 이란 핵시설을 추가 타격할 경우, 항모와 공중급유기는 폭격기 투입 등 공중전의 작전 범위를 넓혀주는데 필수적이다.
▶이란, 미국 개입땐 중동지역 미군기지 공격 할수도=미국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란이 중동 지역의 미군기지를 공격할 것이라는 전망이 미 당국자들을 통해 나왔다.
NYT는 복수의 당국자들을 인용,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격을 지원할 경우에 대비해 이란도 미군기지를 타격하기 위한 미사일 등 군사 장비를 마련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도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지역의 미군기지들을 보복 공격할 가능성을 인정했다고 NYT는 전했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16일 성명에서 “우리의 적들은 군사적 공격으로는 어떠한 해결책도 낼 수 없으며, 이란 국민에게 자신들의 의지를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락치 장관은 유럽 국가들의 외교 장관들과 전화 통화에서도 ‘확전할 경우 그 책임은 이스라엘과 주요 후원국에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미국은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의 미군기지를 ‘고도의 경계 태세’로 전환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중동 지역에는 미군 4만명 이상이 주둔 중이다. 이란은 이들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사정거리 내 배치해둔 상태다.
또 다른 미 당국자는 미국이 군사 개입에 나설 경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해 미 해군 함정의 작전 수행을 가로막을 것으로 관측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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