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검열의 오해와 진실/그래픽=이지혜
카카오의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이 때아닌 검열논란에 휩싸였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를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정책을 개선했으나 정치권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카카오톡 대화가 검열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서다. 신고 없이는 대화내용을 들여다볼 수 없는데 지속해서 검열 부당성의 소재로 이용당하는 모습이다.
17일 카카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전날부터 카카오톡에서 △아동 및 청소년 대상 성착취 목적의 대화 관련 세부 금지행위 명시 및 제재대상 확대 △성매매 및 성착취 목적의 대화 등에 대한 금지행위 추가 △테러예비, 음모선동, 선전행위 및 폭력적 극단주의 정보공유 금지 △불법 채권추심 행위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 운영정책을 시행했다.
카카오가 이런 정책을 시행하자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검열 또는 사전검열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태근 국민의힘 구리시 당협위원장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단톡방에서 정치얘기를 나누다 누군가의 신고로 수사대상이 되는 상황, 친구와의 농담이 극단주의로 해석돼 계정이 정지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며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허위정보로 규정돼 처벌받는 상황을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논란 자체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의 이번 정책개정의 이유는 ESG 평가에 있어서다. 폭력적 극단주의(Terrorist and Violent Extremist Content·TVEC)라는 단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사용하는 일반적인 표현이며 글로벌 기업에서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현을 운영정책에 포함한다. 실제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더드&푸어스(S&P)는 CSA(기업지속가능성평가) 항목에 TVEC 제재를 포함한다.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업) 중 구글은 운영정책에서 정부가 지정한 테러단체 및 기타 폭력적인 단체의 활동을 촉진하거나 조장하는 콘텐츠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테러 또는 폭력적 극단주의 콘텐츠를 게시하거나 관여하지 말라고 규정했다. 애플과 메타도 친테러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를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대화방을 들여다보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게 카카오 측의 설명이다. 이용자가 신고를 위해 대화내용을 캡처한 부분만 볼 수 있을 뿐 나머지 대화내용은 암호화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친구관계에선 신고가 불가능할뿐더러 신고당한다고 즉시 이용이 제한되는 것도 아니고 부당한 이용제한을 당한 경우 누구나 고객센터를 통해 소명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신고된 내용은 운영정책과 카카오 내부적으로 확립된 기준에 따라 위반 여부를 검토한다. 카카오는 어뷰징(조회수 조작) 우려가 있어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려우나 해당 서비스의 특성과 법적 기준을 각각 고려해 검토기준을 수립한 뒤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필요한 경우 외부자문도 받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번 운영정책 개정은 글로벌 기준에 맞춰 ESG 평가를 잘 받자는 취지에서 이뤄진 것일 뿐 메시지 검열은 불가능하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부분만 운영정책을 위반하는지 판단하는 것이지 전체 메시지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다. 이런 운영정책은 글로벌 빅테크도 대부분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