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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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그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외계인의 납치를 꿈꾸는 외톨이 소년 엘리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오해로 인해 지구 대표로 우주에 소환되고, 그곳에서 자신과는 너무도 다른 특별한 존재 글로든을 만나 처음으로 마음을 나눌 친구를 갖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설지만 따뜻한 우주에서 꿈같은 나날들을 보내던 엘리오 앞에 온 우주를 위험에 빠뜨릴 크나큰 위기가 닥쳐온다.
▶비포스크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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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29번째 장편영화 '엘리오'는 개봉까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당초 지난해 3월 공개 예정이었던 '엘리오'는 지난 2023년 미국 할리우드 작가·배우조합 파업 여파로 개봉이 연기됐고, 오는 18일에야 전세계에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제작 과정에서 감독과 일부 성우도 교체됐다. 개봉 연기 발표 이전에 공개된 1차 티저 예고편과 2차 예고편을 비교해보면, 일부 스토리와 캐릭터 설정이 변경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엘리오가 우연히 우주로 납치된다는 설정은 그가 자발적으로 우주선을 타게 된다는 설정으로 바뀌었고, 엘리오의 어머니 역할은 고모로 변경됐다.
아주 오랫동안 '애니메이션 명가'의 입지를 지키고 있는 픽사에, 팬들이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우선 전작 '인사이드 아웃2'가 누적 수익 16억 달러(한화 약 2조 원)를 돌파하며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겨울왕국' 시리즈의 아성을 위협했다. '엘리오'가 '인사이드 아웃2'의 차기작으로서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또 하나는 시즌제 작품이 아닌 픽사의 새로운 오리지널 작품이라는 점. 흥행이 보장된 기존 IP의 새 시즌이 아닌, 새로운 IP의 작품으로 픽사의 아성을 다시금 입증하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2023년 개봉된 '엘리멘탈'에 쏟아진 호평만큼, 이번에도 주제의식과 재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픽사다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픽사는 언제나 현 시대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혹은 결핍된 무언가를 소재로 꺼내며 '어른들이 울고 가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다.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를 통해서는 부정적이라고 치부했던 감정을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이뤄낸 사춘기 소녀의 성장을 그려냈고, 원소의 세계를 그린 영화 '엘리멘탈'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자 펼쳐지는 더 넓은 세계를 담아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 삶의 아름다움을 싱그럽게 예찬한 '소울'은 픽사의 DNA가 가장 뚜렷하게 발현된 작품이었다.
이번 작품 '엘리오'가 내세운 주제는 외로움이다. 픽사는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외계인의 납치를 꿈꾸는 외톨이 소년 엘리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전 세대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소개했다.
'엘리오'를 연출한 도미 시 감독은 "'엘리오' 는 모두를 위한 영화다. 외로움을 느껴본 적 있는 사람, 자신을 받아줄 무언가를 찾고 있는 사람은 따뜻한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고 귀띔했다.
▶애프터스크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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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가 한 번 더 현대인의 가려운 부분을 긁었다. 전작 '인사이드 아웃2'는 주인공 라일리의 불안으로 인한 자기 파괴적 성장과 이를 극복하는 서사를 다룬 반면, '엘리오'의 나이 11세 소년 엘리오의 외로움에 주목했다.
작품의 주요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주인공의 나이다. 디즈니 픽사는 그간 사춘기 아이들의 성장과정과 변화를 작품의 주요 서사에 접목시켜 왔다. 픽사의 작품품으로만 모아도 '코코', '루카', '온워드', '메이의 새빨간 비밀' 등이 있다. 의인화되었던 캐릭터까지 합하면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셈. '엘리오'는 이보다 조금 더 어린 나이의 아동을 주인공으로 택했다. 엘리오는 사춘기의 감정 변화에 휘말리며, 타인과의 관계에 더욱 신경을 기울이게 되는 시기에 놓인 주인공. 부모님의 부재, 또래와의 불안정한 유대관계로 인해 외로움에 휩싸인 엘리오는 결국 지구를 떠나고 싶다는 허무맹랑한 꿈을 꾸게 된다.
이 때문에 벌어지는 '우주 소동'은 단순하지만 퍽 따스하다. 엘리오는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다는 욕구와 외로움을 '커뮤니버스'에서 해소하고, 단짝과의 유대를 통해 불완전했던 고모와의 가족애를 회복한다. 주인공이 평범한 모자관계가 아닌 고모-조카 관계로 설정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엘리오의 단짝으로 소개되는 작품의 사이드킥은 외계인 '글로든'이다. 엘리오와 쌍둥이 같은 천진난만함을 갖고 있고, 말투부터 행동까지 꽤 귀여운 구석을 지녔다.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나다움', 즉 자신의 정체성을 훼손당하는 현대인을 위로하는 메시지도 이 캐릭터에 담아냈다. 다만 비주얼까지 사랑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특히 아동들에게까지). 흡사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의 외계 생명체 크리퍼를 최대한 귀여워 보이도록 캐릭터화시켜놓은 모습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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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큰 줄기라고 할 수 있는, 엘리오가 외로움을 우정과 가족애로 극복하는 서사는 여타 픽사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정직하면서도 헐겁다. 가족애로 외로움을 치유하는 전개 과정도 매끈하지 못하다. 비록 친구와 가족이 세상의 대부분인 11세라지만, 외로움으로 인한 결핍을 우정과 가족애로 회복하는 해결 과정 역시 일반적인 성장담에서 볼 수 있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서사다.
엘리오가 겪는 괴짜로서의 외로움이, 그와 접점이 거의 없는 대중에게 쉽게 공감을 전달하기 어려운 점도 장벽이다. 이 때문에 외로움의 깊이는 얕아져, 위로의 메시지로써 기능도 약하다.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가 서사를 비틀고 잘 주목하지 않았던 슬픔과 불안을 탁월한 방식으로 그려낸 바, 문득 전작의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워진다.
물론 상상 속 우주 공간, 외계인 등을 구현한 가상의 비주얼은 놀랍다. 여러 SF 작품에서 표현한 상상의 우주 공간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엘리오'만의 독창적인 미장센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글로든을 비롯한 여러 외계인들까지 신선한 비주얼로 표현한 건 양날의 검이다. 모든 관객들이 애정하긴 어려운 '호불호 비주얼' 탓이다.
'엘리오'는 6월 18일 극장에서 개봉된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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