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추격 대응 3년 만에 대규모 투자
LG디스플레이가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을 중국 기업에 매각한 돈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투자한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신기술 설비에 1조2600억원을 투자한다”며 “이 가운데 약 7000억원은 국내 사업장인 경기도 파주 생산설비에 투입될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나머지 금액은 베트남에 있는 조립 시설에 투자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의 대규모 투자는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중국 TCL의 디스플레이 자회사 CSOT(차이나스타)에 중국 광저우 공장을 매각하며 대형 LCD 시장에서 철수했다. 당시 매각 대금 2조2466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OLED 신기술 설비에 투자하며 차세대 OLED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OLED 사업 전환 속도
약 7000억원이 투입되는 경기도 파주 생산 시설은 축구장 150여 개 규모(약 34만6000평)로 대형·중형·소형 OLED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번 투자로 기존 생산 라인을 저전력·고화질의 신기술이 적용된 OLED 생산 라인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기간은 2027년 6월 30일까지 약 2년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직접 설비 투자뿐 아니라 중소 협력 업체와의 연계 효과로 인해 간접 투자 효과도 예상된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이번 대규모 투자는 LG디스플레이가 사업 중심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OLED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디스플레이이다. LCD(액정표시장치)와 비교해 화질이나 두께, 소비 전력 측면에서 우수하다. LCD보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부터 프리미엄 시장인 OLED에 본격 투자하고 있다. 2013년부터 7차례에 걸쳐 OLED 투자에 나섰고, 2021년 8월에는 중소형 OLED 시설에 3조3000억원을 투입했다. OLED 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역대 최대치인 55%를 기록했다.
이번 투자금도 중·소형 OLED 경쟁력 확보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형 OLED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 노트북,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활용도가 높고 시장이 커지고 있다. 신규 생산 시설에서는 기존보다 더 좋은 화질과 전력 효율이 높은 OLED 제품이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경쟁 업체들과 격차를 벌리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집중 투자한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중국 추격 대응해 대규모 투자
OLED 투자는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과거 한국이 선도했던 LCD 시장은 이미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LCD 세계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반면 한국의 LCD 점유율은 10%대에 불과하다. LG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도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형 LCD 패널 생산을 중단했다. 한국 기업 중 현재 TV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곳은 없고, 모니터용 등 일부 제품만 만들고 있다.
최근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OLED 시장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중국의 BOE나 비전옥스는 OLED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세계 OLED 시장 점유율은 73%였지만 지난해 66.4%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국은 25.7%에서 32.2%로 늘었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중국의 기술 침해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3일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티안마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티안마가 침해한 특허는 LG디스플레이의 LCD와 OLED 특허 7건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기술 탈취 시도와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으로 한국 기업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고 있다”며 “적기에 투자를 통해 기술력으로 중국 업체들을 따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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