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설치 1.9만→100건대…한 달 새 이용자 급감
별도 앱 전략 한계…"설치 동기·사용 유인 낮아"
카카오가 지난달 8일 AI 메이트 서비스 '카나나'의 비공개 베타 서비스(CBT)를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이용자 수와 체류 시간 모두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카카오가 AI 사업 전환의 신호탄으로 내놓은 첫 소비자향 서비스 '카나나'가 베타 서비스 개시 한 달을 넘긴 현재까지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테스트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용자 반응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으며, 정식 출시 이후에도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회의적 시선이 확산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달 8일 AI 메이트 서비스 카나나의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를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이용자 수와 체류 시간 모두 기대이하 평가가 지배적이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나나는 지난달 15일 신규 설치 수가 1만8995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베타 테스트 시작 약 한 달 뒤인 이달 7~9일, 카나나의 일일 신규 설치 수는 각각 131건, 195건, 144건으로 100건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생성형 AI 앱인 챗GPT는 하루 3만건대, 뤼튼은 3000~4000건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
1인당 평균 사용 시간도 경쟁 서비스 대비 현저히 짧았다. 이달 3일부터 9일까지 카나나의 일평균 체류 시간은 5~7분대에 머물렀지만, 뤼튼은 9~12분, 챗GPT는 16~18분 수준을 기록했다.
카카오는 카나나를 '초개인화 기반의 AI 메이트'로 정의, 이전 대화나 상황을 기억해 반응하는 대화형 AI를 지향한다고 설명해왔다. /카카오
카카오는 카나나를 '초개인화 기반의 AI 메이트'로 정의하고, 이전 대화나 상황을 기억해 반응하는 대화형 AI를 지향한다고 설명해왔다. 그룹 채팅 참여를 통해 일정 관리나 조별 과제 등 다양한 상황에 활용 가능하다고 했지만, 베타 버전은 대화 맥락 이해와 이미지 인식 등에서 제약이 있었고, 이용자들은 실질적 효용이나 차별점을 체감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달간 카나나를 사용한 30대 A 씨는 "챗GPT보다 대화 맥락을 잘 이해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며 "지시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답변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 B(28) 씨도 "설치 후 2~3일 정도 써보고 더는 손이 가지 않았다"며 "주변에서 아무도 안 쓰니까 자연스럽게 사용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카카오가 카나나로 AI B2C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려 한 것 같으나, 현재까지 반응을 보면 증권가에서는 시장 선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는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카카오는 지난달 8일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카나나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며 AI 기반 신사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정신아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국내에서 가장 대중화된 이용자향 AI 서비스를 론칭해 지속 가능한 서비스로 안착시키겠다"며 카나나를 그 출발점으로 강조했다. 이후 쇼핑, 로컬 등 분야별 AI 메이트를 고도화하고 오픈AI와의 협업 상품도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흐름대로라면 향후 서비스 확장 역시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첫 B2C 서비스부터 이용자 취향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는 등 카카오의 AI 전략 방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에이전트의 핵심이 '이용자 이해'인데, 첫 단추부터 호응을 얻지 못한 점은 카카오의 AI 전략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대화형 AI는 감정 맥락 이해, 장기 기억, 맞춤형 피드백이 핵심인데, 이를 위해선 데이터 축적이 필수"라며 "지금처럼 카카오톡과 분리된 앱 구조에선 이런 몰입을 만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축적을 위해선 지속적인 이용이 필수지만, 카나나는 진입장벽이 높고 활용 동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사람들은 메신저 앱을 하나만 사용한다"며 "이미 사용 중인 앱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카나나를 설치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또 챗GPT처럼 강력한 대화형 AI가 있는 상황에서, 카나나를 대체제로 선택할 유인도 약하다"고 말했다.
카나나의 차별화 포인트였던 그룹 채팅 기능도 조만간 의미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챗GPT도 셰어링·소셜 기능을 준비 중으로 안다"며 "기술이 평준화되는 시점에선 국내 서비스가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CBT 기간 동안 사용성을 파악하며 기능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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