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이스라엘·이란전쟁 때문에 중단하고 미 워싱턴DC 백악관으로 복귀하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백악관으로 급거 귀국하면서 “휴전과는 관계없다. 훨씬 큰 것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이 이스라엘·이란전쟁에서 지하에 건설된 이란의 핵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군사 개입’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이날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하에 건설된 이란의 핵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초대형 벙커버스터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그는 이날 중동 상황을 이유로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캐나다에서 조기 복귀하면서 “내가 백악관으로 돌아가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중동 정세가 달렸다. 이란이 우리 국민을 위협한다면 나는 단호하고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JD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에게 이란에 회담을 제안하라고 지시했다. 대화가 재개된다면 이란 측 협상 대표는 압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거나 이란이 모든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가 이란 핵 시설을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 개발 저지를 명분으로 맹폭을 퍼붓고 있으나 산속 지하 80m 지점에 있는 이란 중부 콤주의 포르도 지하 핵시설은 거의 타격을 입지 않았다. 이란 핵시설 핵심으로 꼽히는 이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는 미군만이 보유한 벙커버스터 GBU-57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GBU-57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4년 이란과 북한이 산속에 숨긴 핵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개발된 폭탄이다. 무게 3만 파운드(약 13.6t)에 이르는 이 폭탄을 실을 수 있는 폭격기도 미군이 보유한 B-2가 유일하다.
미군은 지난 2년 동안 백악관의 면밀한 감독을 받으며 포르도 파괴 작전을 준비해왔다. 시뮬레이션 결과 1발의 벙커버스터만으로는 포르도가 파괴되지 않으며, 여러 대의 B-2 스텔스 폭격기가 투입돼 연속으로 벙커버스터를 투하해야 한다는 계획이 수립됐다.
폭격기 조종과 투하도 모두 미군이 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미국이 직접 가담함을 의미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몇 달 동안 트럼프와 대화하면서 자주 벙커버스터 사용을 언급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직접 답변하기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미국 바깥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미국 병사를 보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이란도 미군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원할 경우 미국에 직접 보복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의 공습 직전인 지난 11일 “미국의 모든 역내 기지가 우리의 사정거리 내에 있다”며 분쟁 발생 시 미국의 역내 기지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벙커버스터를 지원하지 않을 경우엔 이란의 핵무기 개발능력 제거라는 이스라엘의 핵심 목표 달성은 어려워진다. 브렛 맥거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아프리카 조정관은 포르도의 핵시설에 대해 “항상 가장 핵심적인 문제였다. 이번 충돌이 끝난 뒤에도 포르도에서 농축 작업이 계속된다면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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