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인지 맥킨지앤드컴퍼니 부파트너
최근 디지털 전환을 넘어서 ‘AI 전환(AI Transformation:AX)’이 본격화되고 있다. AI 전환은 AI를 활용해 작업을 자동화하고 프로세스 전반에서 구조적인 혁신을 만들어 비즈니스 체질 자체를 바꾸는 개념으로, 그 성과는 디지털 전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거대한 변화 앞에서 기업이 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AI를 도입할 준비가 되었는가’ 아니라 ‘AI를 중심으로 조직 전체를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에미리트 글로벌 알루미늄(EGA)은 그 질문을 일찍이 던진 기업 중 하나다.
EGA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 중 하나로 UAE 내에서는 에너지 분야를 제외하면 가장 큰 기업이다. 그러나 EGA는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다. 기술이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시점에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는 것을 직감했다.
AI 전환은 곧 체질 전환
EGA는 기업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다는 각오로 AI 전환의 여정에 나섰다.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임명했고, 이를 위해 맥킨지의 AI 전문 조직인 퀀텀블랙(QuantumBlack)과 손을 잡았다.
전환은 크게 두 방향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는 ‘보이는 변화’였다.
EGA의 경영진은 디지털 팩토리를 구축하고 분기마다 빠르게 적용 가능한 AI 사용 사례를 개발했다. 현재까지 80건이 넘는 사례가 현장에 도입되었고, 누적 재무 성과는 약 1억 2,300만 달러에 달한다. 처음부터 눈에 보이는 비즈니스 성과를 만드는 데에 주력했고 이를 기반으로 조직 안팎의 신뢰와 추진력을 얻었다.
두 번째는 ‘보이지 않는 변화’였다.
EGA는 디지털 로드맵을 새롭게 그리며 각 비즈니스 유닛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점검하고, 의사결정 구조와 일하는 방식을 전면적으로 손봤다. 무엇보다도 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디지털 아카데미를 운영해 엔지니어와 리더들을 포함한 3천명에 이르는 인원을 재교육했다.
EGA는 기술 자체보다 기술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일하는 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체질의 변화에 숫자가 반응하다
EGA는 기업 운영 전반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셀프서비스형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고, 전 직원이 자유롭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새로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아키텍처를 도입해 스토리지 비용을 80% 가까이 줄였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무려 35배나 빨라졌다. 데이터 센터는 기존의 절반 수준의 전력으로 운영이 가능해졌고, 전량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공급됐다.
이러한 변화는 현장을 민첩하게 만들었다.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제련소에서 20개 이상의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장의 운영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영상 기반 표준작업절차(SOP)와 실시간 알림 시스템 덕분에 반응 속도는 92% 단축되었고, 안전성과 작업 효율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물류와 조달 시스템도 스마트하게 개선됐다. AI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선박 배치 계획을 최적화한 결과 입고 지연은 절반으로 줄었다. 조달 부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반복 업무에 들이던 시간을 30% 절감하고 더 전략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EGA는 세계경제포럼(WEF)으로부터 ‘글로벌 등대공장(Global Lighthouse)’으로 선정되었다. 중동 최초이자 전 세계 알루미늄 업계 최초의 등대공장이라는 상징적인 성과였다. 등대공장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통해 제조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에게 주어진다.
AI 전환은 더 긴 여정의 시작
많은 조직이 AI를 도입하고 있지만, 모두가 AI 전환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AI의 데스밸리(Death Valley)’를 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기술 적용이 아닌, 전사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핵심이다.
EGA의 사례는 AI가 조직 전반의 다양한 영역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술은 성공의 절반에 불과했다. 나머지 절반은 문화의 변화, 그리고 직원들의 성장에서 나왔다.
AI는 격차를 좁히는 기술이 아니라 격차를 벌리는 기술이다. 그리고 그 격차는 기술을 어떻게 전략화하고 조직에 내재화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AI 전환은 기업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여정에서 시작된다.
Q. 등대공장이란?
A. 세계경제포럼(WEF)은 맥킨지와 공동으로 매년 전 세계에서 혁신적인 제조 공장을 선정해 ‘등대공장(The Lighthouse Network)’으로 지정합니다. 어두운 바다에서 길을 비추는 등대처럼, 이 공장들은 제조업의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는 이정표가 됩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LG화학, 포스코 등이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이들은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적극 도입해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며 글로벌 제조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본 답변은 맥킨지 내부 생성형 AI 리서치 파트너인 릴리(Lilli)의 응답을 기반으로 요약 및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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