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사단법인 학교체육진흥회가 사무처장 '불공정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특정 학교 출신 장학사를 채용하기 위해 '자격 기준'을 제한하고, 특혜를 주려고 시도한 정황이 확인됐다.
학교체육진흥회는 '공부하는 운동선수, 운동하는 일반학생'을 목표로 내걸고 2018년 10월 출범했다. 학교체육 활성화를 명분으로 삼은 학교체육진흥회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전 의원이 설립을 주도했다.
그러나 진흥회는 설립 초기부터 '특정 학연' 중심의 인사가 조직을 장악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안민석 전 의원의 대학 동기가 사무처장으로 임명됐고, 현재까지 진흥회를 운영하고 있다.
진흥회 사무처장은 사업 기획과 예산 집행 총괄, 대외 협력, 직원 인사 관리 등 실질적인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자리로, 17개 교육청의 교육감이 돌아가며 이사장을 맡는 진흥회에서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한다.
설립 초기부터 잡음이 생긴 진흥회는 최근 사무처장 채용 과정에서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먼저 제기된 의혹은 현 사무처장의 '셀프 임기 연장' 시도이다.
임기 3년에 1회 연임이 가능한 규정에 따라 올해 2월 임기를 마쳐야 했을 현 사무처장이 스스로 임기 연장을 시도한다는 제보가 쏟아졌다.
하지만 스포티비뉴스의 취재가 시작되자 '임기 연장' 논의는 일단락됐다. 현재 진흥회는 대구시교육청 강은희 교육감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현 사무처장의 임기는 올해 2월까지"라며 "진흥회 정관 제31조에 따르면 사무처장의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이 규정을 2025년 정기총회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임기와 횟수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개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후 진흥회 사무처장 '신규 채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채용 공고가 올라오기 전부터 A교육청 소속의 B장학사가 이미 진흥회 사무처장으로 내정됐다는 제보가 쏟아졌다.
B 장학사는 현 사무처장의 대학 동문으로 교육부 연구사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B 장학사를 선발하기 위해 진흥회가 '자격 기준'을 제한하고 특혜를 주려고 시도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스포티비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진흥회는 애초 사무처장의 자격 기준을 '교육공무원'으로 제한하려고 시도했다. 또한 '교육전문직원 경력 중 체육 관련 업무 2년 이상 경력자를 우대한다'는 조항까지 삽입했다.
사립학교 교사는 애초에 지원하지 못하게 자격 기준을 제한하고, 장학사나 교육부 연구사 등 '교육전문직원'에게 특혜를 주는 조항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스포티비뉴스의 취재가 시작되자 자격기준이 변경됐다. 스포티비뉴스의 공식 질의가 교육부와 대구시교육청에 이어지자 지원 자격을 '교육 및 교육전문직원'으로 변경하며 사립학교 교사도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또한 '교육전문직원'을 우대한다는 조항도 삭제됐다.
논란 속에서 진흥회 사무처장 채용은 시작됐다. 결국 B 장학사는 사무처장직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티비뉴스의 취재 결과 '내정자 논란'이 일어난 B 장학사는 최종 면접만을 앞두고 있다.
현재 논란이 제기된 사무처장 '셀프' 임기 연장 시도, 채용 자격 변경, 특정인 내정 등 모든 의혹에 대해 학교체육진흥회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학교체육진흥회 사무처장은 "지난해 11월 진흥회의 새 이사장을 맡을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을 만나 임기 종료에 따른 후임자 선정을 요청했다. 그런데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직을 상실하며 신임 사무처장을 이사회에 추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 과정에서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임시로 사무처장을 맡는 것으로 결정됐다. 대책을 찾는 과정에서 여러 방안이 모색됐는데 최종 결정되지 않은 내용이 제보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어 "신임사무처장을 선발하기 위한 공고문 내용이 바뀐 적은 없다. 자격 기준을 논의한 TF위원과 17개 시도 학교체육 담당 과장들이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자격 범위를 넓혔다고 봐야 하는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혈세인 17개 시도교육청의 예산을 받아 운영되는 진흥회는 공적 자금을 받는 기관으로 고도의 투명성과 윤리성이 요구된다. 진흥회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교육청 장학사와 교육부 연구사 출신이 사무처장으로 선발된다는 점이 이해충돌방지법과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진흥회는 17개 교육청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단체이다. 그런데 교육청 장학사가 진흥회에 취업하는 것은 이해충돌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 사무처장이 1년 동안 수당을 포함해 받는 돈은 교육감과 비슷한 수준이다. 돈을 주는 교육청에서 일한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받는 하위 기관인 진흥회에 취업하는 셈이다. 또 진흥회 사업 대부분은 교육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장학사나 교육부 출신이 사무처장을 맡게 되면 이권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이해충돌 방지법과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되는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학교체육진흥회는 이러한 주장을 반박했다. 진흥회 사무처장은 "사무처장은 전임기관에 계속 근무 시 받을 호봉에 준하는 금액을 기본급으로 보장받고 채용된다. 그리고 진흥회 보수 규정에 따라 수당과 성과급을 받는다. 현 사무처장이 교육 경력이 많아 보수가 많을 수 있으나 교육감보다 많을지는 교육감의 실제 보수를 정확히 알 수 없어 비교가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이해충돌방지법 제10조 5항은 '직무와 관련된 다른 직위에 취임하는 행위, 다만 소속 기관장이 허가한 경우는 제외한다'고 되어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또한 공직자 윤리법이 적용되는 공무원은 대통령부터 4급 이상의 고위공무원이다. 장학사와 연구사는 6급이라 공직자윤리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진흥회가 주장하는 법 조항 해석이 '아전인수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법률사무소 대련의 김범식 대표 변호사는 "진흥회는 17개 교육청에서 돈을 받아 운영되는 단체이다. '교육청'은 재정 보조를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에 해당하며, 장학사는 이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로 볼 여지가 많아 '공직자'를 4급 이상의 고위공무원으로만 제한하여 해석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국민의 법 감정이나 일반적인 상식에 따라 생각해 보면 어떤 사람이 다니던 회사에서 휴직하고, 그 회사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기관에 취업한다고 했을 때 이권이 개입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 이러한 불안 요소를 공직에서나마 제거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 공직자윤리법이다. 그런데 법을 자신들의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여 '교육청의 장학사가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진흥회에 취업하는 것이 취업제한 규정에 저촉되지 않으며, 고위공직자를 제외한 공직자들에게는 공직자윤리법 총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해충돌방지 의무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범식 변호사는 "진흥회에서 말하는 이해충돌방지법 제10조 제5호의 '직무와 관련된 다른 직위에 취임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것이다. 소속 기관장이 허가한 경우는 제외되는 것이 맞으나, 공직자윤리법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우려의 소지가 있는 교육청 장학사의 진흥회 사무처장 취임은 기본적으로 '소속 기관장이 허가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해당 법 규정을 진흥회의 주장처럼 '직무와 관련된 다른 직위에 취임하더라도 소속 기관장의 허가만 있으면 된다'는 방향으로 해석하고 적용했을 경우, 소속 기관장의 허가만 있으면 이해충돌방지법이라는 법에서 너무나도 손쉽게 벗어날 수 있는 면책을 허용하는 것이어서 이와 같은 법령 해석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학교체육진흥회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이번 채용 논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향후 진흥회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진흥회 사무처장 채용이 이미 내정된 장학사를 선발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스포티비뉴스의 질의에 대구시교육청은 "학교체육진흥회와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공동 주관하여 선발할 예정이며, 임명 단계별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