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는 지난달 인공지능(AI) 기반 자체 고객피해방지 분석시스템을 고도화해 4월까지 세 달간 약 2000억원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했다고 발표했다. 업계 최초로 보이스피싱 범행에 사용되는 착신전환번호를 추출해 경찰에 제공했다. 그 결과 악성앱 5090건을 포착해 경찰청에 제공하면서 피해 예방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약 2087억원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것으로 추산된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벌이는 다양한 변조 행위의 근본을 추적하는 데 주력한 결과다.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은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 장비를 설치해 국내에서 전화를 건 것처럼 조작하는데 LG유플러스는 고객피해방지 분석시스템의 솔루션으로 불법 변작 패턴을 포착하고 범행에 활용된 단말기 식별번호(IMEI)를 추출했했다. 변작행위를 사전에 포착해 보이스피싱을 예방한 것이다.
LG유플러스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보이스피싱 위험을 실시간 탐지하는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 체험부스를 대학교 축제에 마련했다. 19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대학생들이 AI가 흉내낸 보이스피싱 목소리 찾기 체험을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통신사를 중심으로 발신번호 변작 행위와 악성앱 등을 통한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에 적극적이다. LG유플러스 외에도 KT와 SK텔레콤 역시 AI를 적극 활용해 보이스피싱 예방에 적극 나섰다. 보이스피싱 다수가 메시지와 전화 등 통신사가 서비스하는 휴대폰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다.
KT는 지난 1월 출시 AI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 상용화 이후 2개월간 1528건의 주의·위험 등급 통화를 분석해 경찰청 등에 제공했고 SK텔레콤도 보이스피싱 악성 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AI 모델 기반 분석을 통해 악성 앱 유포 링크가 포함된 스미싱 문자, 도메인과 IP를 추적해 차단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통신사의 노력과 더불어 정부도 보이스피싱 예방에 예산을 편성해 범죄 예방 기술 고도화에 나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180억원을 투입해 보이스피싱 범죄 분석·예측을 위한 각 유형별 범죄 의심정보 내 개인정보 가명·익명처리 기술과 데이터 안심 공유 플랫폼을 개발한다.
신종 보이스피싱 대응을 위한 조치로 범죄 의심 정보 내 개인정보 비식별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화자의 대화 내에 포함된 이름, 주소, 전화번호,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식별해 검출하고, 해당 정보를 가명·익명처리한 후 범죄 의심정보 안심 통합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개발해 경찰청,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주요 수요처와 협력해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에 나설 방침이다.
국회도 올해 초 관련 법안을 내놓고 법제화 준비에 나섰다. 현행법에서는 보이스 피싱에 주로 사용되는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전화번호를 거짓으로 표시하는 서비스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070 등 해외에서 걸려 오는 전화번호를 010과 같이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거짓으로 표시하는 장치인 발신번호 변작기가 해외직구 사이트를 통해서 누구든지 쉽게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실은 송신인의 전화번호를 변작하는 장치를 제조, 수입, 배포, 판매,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려는 전기통신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1월 발의했다.
현행법에서는 발신번호 변작기를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등의 행위를 제재하는 근거 규정이 없어, 세관에서는 발신번호 변작기가 적발되어도 수입을 허가하고 있는 상황이란 점을 반영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전화 금융사기에 사용되다 경찰에 적발된 발신번호 변작기는 2021년 500여 대에 불과했지만, 2022년 1만4000여 대, 2023년 1만6000여 대로 급증했다.
다만 법제화를 위해선 여야가 보이스피싱 예방에 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에게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주는 전화금융사기 범죄를 막는 데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면서 “이를 통해 국민이 안심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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