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안스페이스, 내년 1분기로 일방 통보
개발비 3700억원에 보관비까지 ‘눈덩이’
‘아리랑 6호’에 대한 발사 시점이 또 다시 내년 초로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리랑 6호는 가로·세로 50c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 가능한 이른바 서브미터급 고해상도 영상을 제공하는 다목적실용위성으로 국내 기술진이 독자 개발했다. 하지만 발사체를 해외에 의존하다보니, 발사 시점을 정하지 못하는 대목이다. 이에 ‘반쪽짜리 우주 주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우주항공청 등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6호’ 발사 일정과 관련해, 유럽 우주발사체 기업 아리안스페이스로부터 내년 1분기로 미뤄질 것이라는 일방 통지를 받았다.
아리랑 6호는 2022년 러시아 앙가라 발사체를 활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사가 연기됐고, 이에 정부는 유럽의 발사 서비스 제공업체인 아리안스페이스와 새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후 아리안스페이스의 발사체인 베가C에 결함 문제가 터졌다. 이후 2023년 12월에서, 2024년 12월, 올해 하반기 등으로 잇따라 연기됐다. 또 다시 내년으로 연기된 것이다.
아리랑 6호는 전천후 고해상도 지구관측 임무를 맡은 실용위성이다. 기상이변에 대한 실시간 관측과 군사적 관심도가 높은 지역에 대한 정밀 촬영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2012년 개발사업을 시작해 국산 영상레이더(SAR) 등을 제작하며 개발에 10년 넘게 공을 들여왔다. 순수 개발 예산만 3700억원이 넘는다.
문제는 발사를 기다리면서 수백억원의 혈세가 낭비된다는 점이다. 러시아 측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발사 비용, 창고에 두면서 발생하는 위성 유지보수관리 및 보관 비용, 급히 맺은 대체 계약으로 불리한 계약조건에 따른 손해 등을 포함한 것이다.
아리랑 6호 외에도 아리랑 7호, 차세대중형위성2호 등도 줄줄이 발사 연기를 겪는 중이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실으려면 맞춤형 개량사업이 필요하다. 신의섭 전북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국가 우주발사체 계획을 명확히 세우지 않으면 이 같은 손해들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사가 네 차례나 연기되면서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6호’는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창고에 보관 중이다. 아리랑 7호와 차세대중형위성 2호도 해외 우주발사체 이슈로 인해 개발해놓고 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언제든 쏠 수 있는 자력 우주 발사체를 보유하지 못한 한국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국가 우주개발계획상 적절한 발사체 개발 계획이 없기 때문에, 당장 10년 안에 이 같은 현실을 타파할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발사체 기술, 전적으로 해외 의존한 탓
발사계획 부재에 후속 위성들도 발목
37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개발한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6호’. 발사가 네 차례나 연기되면서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창고에 보관중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1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당초 아리랑 6호와 함께 러시아 앙가라발사체로 2022년 발사 예정이었던 차세대중형위성 2호도 발사를 수년 째 기다리는 중이다. 아리랑 6호를 잇는 7호 역시 발사가 계속 연기돼 올 하반기에야 발사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발사체 업체에서 일정이 밀렸다라고 하면 꼼짝없이 통보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리랑 위성 시리즈 중 5호 역시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탓에 발사가 2년이나 연기되기도 했다. 신의섭 전북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대외의 불가항력적인 상황 탓에 이 같은 위성 발사 연기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이 완료된 위성이 발사를 대기하다보면 혈세가 낭비된다. 위성의 유지관리 및 보수, 보관에 들이지 않아도 될 비용이 소요되며, 이를 관리하는 인력들의 인건비와 절대적 업무량드 증가한다. 전쟁 같은 특수한 상황에는 해외 발사체 업체에 지급했던 수백억원의 발사 비용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체 계약을 찾다보니 제대로 된 협상 없이 웃돈을 얹어주고 급하게 파트너를 물색해야 한다.
모든 것이 우리 자력으로 언제든 쏠 수 있는 우주발사체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노스페이스 등 국내에 우주발사체 민간 기업들이 있지만 이들은 모두 소형 발사체를 주력으로 한다. 아리랑 6호나 차세대중형위성 2호 같은 대형 위성들은 쏘지 못한다.
한국은 중대형발사체인 누리호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누리호로 대형 위성들을 쏘긴 힘들다. 아직 시험발사를 3회 밖에 하지 못했으며, 아리랑 6호 같은 위성을 실으려면 페어링(위성덮개)이나 구조 등에 대한 맞춤형 개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개량 사업은 요원하다. 누리호는 현재 고도화사업을 통해 3번 더 쏘게 된다. 기존에 만들었던 누리호를 올해 11월, 2026년, 2027년 한번씩 더 쏘는 것이다.
개량 사업을 통한 누리호 추가 발사에 대한 목소리가 과학기술계에서 높다. 현재 우주항공청은 누리호 7차 발사에 대한 예산 약 1000억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량 사업이 아닌 누리호를 단순히 1번 더 쏘는 내용이다.
우주항공청은 누리호 외에 차세대우주발사체에 대한 개발을 추진 중이다. 현재 사업 개편을 두고 기획재정부의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심사를 받고 있다.
신 교수는 “차세대발사체는 2035년에야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누리호 추가 발사가 없다면 근 10년 간 한국 우주발사체 공백기가 생길 것이며, 그로 인해 해외 발사체를 사용하며 겪는 위성 발사 연기는 피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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