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진단] 일양약품①
사주 정도언 2013년 대표 퇴임, 경영 2선
오너십은 굳건…지분 22% 틀어쥔 1대주주
3대 후계자 정유석 승계 재원 확보 과제
가족社도 적잖아…안주인, 차남 광폭 행보
2대 사주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10여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1대주주로서 주식을 온전히 틀어쥐고 있다. 후계 0순위라고는 하지만 장남은 경영 능력 입증과 더불어 재원 확보 등 향후 주식 대물림에 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뿐만 아니다. 모기업의 계열사로 잡히지 않아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지 오너 일가의 기족기업들이 적잖다. 특히 이곳에서는 안주인이 존재감이 감춰져 있다. 비록 후계구도에서는 밀려나 있지만 제 몫을 꿰차고 있는 차남의 행보 또한 도드라진다. 일양약품(一洋藥品) 오너 일가는 ‘4인4색’이다.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가운데). 장남 정유석 일양약품 대표이사 사장(왼쪽). 차남 정희석 일양바이오팜 대표.
1999년 2대 정도언 체제 개막
중견 제약사 일양약품은 고(故) 정형식(1922~2018) 창업주가 1946년 7월 설립한 공신약업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57년 7월 ‘노루모’를 개발해 사업 기반을 잡았다. 한때 국민 위장약으로 불렸던 일양약품 1호 의약품이다.
1971년 6월 국내 최초 인삼드링크 ‘원비-디’로 돌풍을 일으켰다. 일양약품공업㈜로 사명을 바꿔 달며 법인으로 전환한 때가 그 해 12월의 일이다. 1974년 8월에는 증시에도 입성했다. 1985년 6월 선보인 영지버섯 음료 ‘영비천’ 역시 히트를 치면서 파죽지세로 성장했다.
1991년 1월 정 창업주의 회장 취임으로 이어졌다. 일양약품이 제약업계 매출 2위로 올라섰던 해다. 거침없었다. 중국에 1996년 10월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 1998년 7월 양주일양제약유한공사를 차례로 설립, 해외 생산기지를 확보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이 무렵 일양약품의 2대 체제가 막이 올랐다. 정 창업주가 1998년 6월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이듬에 6월에는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77세, 희수(喜壽)를 맞았던 때다.
일양약품 최대주주
일양약품 계열 지배구조
2023년 오너 3세-전문경영인 과도 체제
정도언(77) 현 회장이 가업을 승계했다. 창업주의 4남1녀 중 장남이다. 중앙대 약대 출신이다. 1976년 일양약품에 입사해 1994년 5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경영 최일선에 등장했다. 부친이 퇴진한 지 1년여 뒤인 2001년 3월 53세 때 회장에 올랐다.
오랫동안 ‘노루모’, ‘원비-디’, ‘영비천’으로 각인돼 왔던 일양약품을 일반의약품(OTC)에서 전문의약품(ETC) 제약사로 체질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일양약품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데 기반이 된 국산 신약 14호 항궤양제 ‘놀텍’, 18호인 아시아 최초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를 개발한 시기가 각각 2008년, 2012년이다.
한데, 왕성하게 경영 활동을 이어가던 정 회장이 65세 때인 2013년 5월 돌연 대표와 사내이사 직을 모두 내려놓으며 한 발 비켜났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는 3대 후계자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정 창업주의 장손이자, 정 회장과 부인 유경화(73)씨와 사이의 두 아들 중 장남 정유석(49) 현 사장이다.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30살 때인 2006년 일양약품 마케팅 담당 과장으로 입사하며 가업에 입문했다. 해외사업․마케팅본부장 등을 지냈다. 정 회장이 경영 2선으로 후퇴한 때는 정 사장이 2011년 5월 상무 승진과 함께 이사회에 합류한지 2년이 지난 37살 때다.
예나 지금이나 단 한 번도 일양약품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린 적 없는 2살 아래 동생 정희석(47) 일양바이오팜 대표와 대비된다. 이렇듯 정 회장의 후계구도는 일찌감치 장자 승계로 가르마가 타졌다.
정 사장은 이어 2014년 전무, 2018년 부사장을 거쳐 입사 17년만인 2023년 4월 사장으로 승진하며 공동대표 자리를 꿰찼다. 이후 정 사장은 전문경영인 김동연(75) 현 부회장의 지원을 받으며 일양약품을 이끌고 있다.
김 부회장은 1976년 입사 이래 47년째 재직 중인 정 회장의 가신(家臣)이다. 중앙연구소장을 지낸 뒤 2008년 3월 각자대표에 이어 정 회장이 퇴임한 뒤로는 줄곧 단독대표로 경영을 총괄해왔다. 3세 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후계자의 경영 멘토인 셈이다.
일양약품 재무실적
‘캐시카우’ 중국 통화일양 청산 직격탄
반면 정 사장 앞에 놓인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 당초 일양약품을 위시한 5개(국내 3개·해외 2개) 계열사 가운데 ‘빅3’ 중 하나가 대표 선임 직후인 2023년 5월 청산됐다. ‘원비-디’ 중국 생산․판매 채널 통화일양이다. 2022년 매출(별도) 404억원에 영업이익 190억원, 이익률 47.0%를 찍었을 정도로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곳이다.
통화일양은 일양약품이 최대주주로서 45.9%, 정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19.4% 도합 65.3%의 지분을 소유했다. 이외 34.7%는 중국 통화시가 보유했다. 하지만 중국 합작사와의 분쟁으로 해체됐다.
일양약품의 작년 영업이익(연결)은 110억원이다. 2021년 410억원에 비해 거의 4분의 1 토막 났다. 이익률은 11.0%에서 4.1%로 추락했다. 위궤양 치료제 ‘알드린’ 등 ETC 중국 생산법인 양주일양이 연결종속회사에서 빠진 이유도 있지만 알짜배기 통화일양 청산의 직격탄을 맞은 데 기인한다.
일양약품 본체 또한 작년에는 성장이 정체됐다. 국내 계열사 일양바이오팜(전문의약품 생산), 칸테크(IT)를 포함해 연결매출이 2690억원으로 2023년(2670억)에 비해 도긴개긴이다. 신약 ‘놀텍’과 ‘슈펙트’의 적응증 확대 및 해외 진출 부진 등이 요인이다.
양주일양 역시 예전 같지 않다. 연결 대상은 아니지만 일양약품이 52% 1대주주로 있는 중국 법인이다. 매출(별도)이 2023년 1150억원에서 작년에는 1100억원으로 주춤했고, 영업이익은 78억원에서 59억원으로 감소했다. 2021년 92억원에서 매년 예외 없이 뒷걸음질 치는 양상이다.
바꿔 말하면 정 사장은 경영 능력을 검증할 진짜 시험대에 들었다는 의미다. 게다가 차기 사주로서 오너십을 확보하기까지는 더욱 갈 길이 멀다. 일양약품 현 지분이 4.24%뿐이다. 정 회장이 21.84% 1대주주로서 14년 동안 단 한 주도 변동 없이 틀어쥐고 있어서다. (▶ [거버넌스워치] 경동제약 ②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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