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에 4점 차 승리... UAE·홍콩 뚫어내면 사상 첫 월드컵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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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아시아 럭비 에미레이츠 챔피언십 스리랑카전에 출전한 15인제 국가대표팀이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 대한럭비협회 |
사상 첫 럭비 월드컵 본선 진출에 나서는 남자 15인제 럭비 대표팀이 월드컵 예선 첫 경기에서 스리랑카에 신승을 거뒀다. 트라이 한 번만 더 내줬더라면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질 뻔했다.
대표팀은 현지 시간 13일 오후 스리랑카 콜롬보 레이스 코스에서 열린 2025 아시아 럭비 에미레이츠 챔피언십 첫 경기에서 스리랑카를 상대로 38대 34로 이겼다. 초중반 두 차례 역전을 내줬던 대한민국은 스리랑카를 상대로 후반 뒷심을 발휘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홍콩과 UAE, 스리랑카와 한 조로 구성돼 조 1위를 달성하면 2027 호주 럭비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대한민국. 하지만 첫 경기에서 한국에 견주어볼 때 비교적 약팀으로 꼽혔던 스리랑카에 일격을 맞을 뻔하면서 이어질 홈 경기에서의 대응을 숙제로 안고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
스리랑카(40위)는 한국(세계 36위)보다 세계 랭킹이 낮지만 무시할 순 없는 상대였다. 스리랑카는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중반까지 럭비의 진흥을 위해 국가 단위의 투자를 한 바 있다. 이후 정권 교체로 인한 투자 감소, 대표팀 선수의 살인 사건·자금세탁 등 범죄 연루로 인해 한동안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정치 개입 논란이 불거진 2023년에는 협회의 출전 자격이 정지돼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스리랑카 출신 개인 선수'로 나서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올해 다시 '월드컵 진출 프로젝트'에 나섰다. 지난 달 열린 아시아 럭비 챔피언십 예선에서는 아시아 럭비의 4강권 국가로 꼽히는 말레이시아를 따돌리고 월드컵 예선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다.
'난적' 된 스리랑카... 어렵게 이겼다
이날 경기 첫 트라이는 장정민의 몫이었다. 장정민은 장현구로부터 측면에서 공을 받아낸 뒤 적진 맨 끝으로 돌진해 피치 위에 공을 찍어내며 다섯 점을 올렸다. 이어 장현구 역시 컨버전킥을 성공시키며 7대 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스리랑카의 공격도 만만찮았다. 스리랑카는 한국 측 진영에서 벌어진 교착 상황을 강하고 빠른 공격 전개로 뚫어내며 역습했다. 컨버전킥까지 성공하며 15분 만에 점수는 7대 7, 동점이 됐다.
이어 대표팀은 역전을 허용했다. 상대에게 페널티킥을 내준 것. 스리랑카는 비교적 먼 거리에도 이를 성공시키며 3점을 달아났다.
20분 가까이 상대에게 뒤쳐지던 대표팀은 상대의 골 라인 주변에서 강하게 공격을 이어나갔고, 노옥기가 마침내 공을 골 라인 바깥에 찍어내며 트라이에 성공했다. 컨버전킥까지 성공하며 스코어는 14대 10.
전반 종료 직전 스리랑카가 측면 빈 공간을 뚫어내며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 스코어는 14대 17. 스리랑카가 만만치 않은 상대로 다시 올라섰음을 대표팀이 체감했다.
스리랑카는 후반의 시작과 동시에 추가 점수를 올렸다. 한국의 킥을 블로킹한 뒤 그대로 그 공을 드리블해 트라이를 찍어내는, 스리랑카 입장에서의 예술적인 득점을 올린 것. 빠른 역습을 골자로 하는 스리랑카의 특징이 드러난 득점이었다. 중앙에서 점수를 만들었으니 컨버전킥도 성공이었다. 스리랑카는 트라이를 한 번 더 올리며 스코어는 14대 29, 더블 스코어에 가깝게 벌어졌다.
위기의 순간 대한민국이 다시 추격에 나섰다. 한국이 예술적인 측면 공격에 돌입한 것. 김남욱이 정연식에게 패스한 뒤, 정연식이 측면으로 끌고 간 공을 김남욱이 다시 받아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대한민국은 컨버전킥에 성공했다. 이어 후반 12분 경에는 대표팀이 스리랑카의 막판 골 라인 사수를 뚫어내고 오른쪽 측면으로 돌파해 골 라인 너머를 찍는 데 성공했다. 아쉽게도 컨버전킥에 실패하며 점수는 26대 29.
역전 트라이 역시 김남욱·정연식 콤비가 이뤘다. 김남욱이 오른쪽 측면을 강하게 파고들면서 정연식에게 공을 넘겼고, 정연식은 다시금 트라이에 성공하며 역전했다. 이어 상대의 체력이 떨어진 틈을 타 대한민국이 추가점을 만드는 데 성공하며 38대 29로 스코어 차이를 도리어 벌렸다.
스리랑카가 트라이를 찍어내는 등 막판 추격에 나섰지만, 대한민국이 앞서가는 스코어를 지켜내며 노 사이드 선언을 받아냈다. 최종 스코어는 38대 34.
UAE·홍콩... 홈에서 만만찮은 상대 뚫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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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8일 경북 경산에서 진행된 2025 아시아 럭비 에미레이츠 챔피언십 국가대표 선발전 모습. |
ⓒ 대한럭비협회 제공 |
경기 종료 직후 나관용은 공식 인터뷰를 통해 "첫 경기를 준비하며 힘을 늘리는 것이 꽤나 힘들었다. 그럼에도 많은 젊은 선수들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면서 "럭비 월드컵 출전은 우리의 꿈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의 팀임을 증명하기 위해 첫 시작의 순간에서 열심히 노력하고자 했다"고 첫 경기 소감을 전했다.
대표팀은 한국으로 귀국해 남은 2연전을 치른다. UAE와 홍콩 역시 쉽지 않은 상대다. 당장 지난해 럭비 대표팀은 2024 아시아 럭비 챔피언십에서 UAE에 32대 36으로 패배했고, 홍콩에게는 7대 67의 스코어로, 그야말로 '대패'를 거뒀다. 이번에는 두 경기가 모두 홈에서 치러지는 데다, 충분한 시간 역시 주어져 한국에 유리하다.
그럼에도 한국이 여러 문제로 인해 정체된 사이 UAE의 기량이 올라온 데다, 홍콩 역시 일본에 이은 아시아 2인자의 자리를 견고히 지켜내고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국의 첫 월드컵 출전의 꿈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을 넘어 전략·선수층 등에서의 과제를 모두 풀어내야 한다.
대표팀 선수들은 귀국해 인천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UAE, 홍콩을 차례로 마주한다. UAE와의 경기는 6월 21일 오후 3시부터, 그리고 홍콩과의 경기는 7월 5일 오후 3시부터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