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토트넘 사령탑으로 낙점된 토마스 프랭크 감독, 전임 감독 경질 일주일 만토트넘 홋스퍼가 예상대로 토마스 프랭크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토트넘은 6월 13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프랭크를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하게 되어 기쁘다"고 발표하며 "프랭크 감독은 현재 축구계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감독 중 한 명으로, 선수와 팀 발전에 검증된 실력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임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한지 일주일만이다. 프랭크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8년까지 3년간이며, 이전 소속팀인 브렌트퍼드에서 활약했던 코치진도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프랭크 감독은 덴마크 출신으로 현역 선수 시절에는 변변한 경력없이 일찍 은퇴했다. 이후 20대부터 자국 클럽과 대표팀에서 유소년 전문 지도자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2013년부터 자국 명문클럽 브뢴비 감독직을 역임하며 처음 1군 감독에 올랐고, 2016년에는 브렌트퍼드 수석코치로 임명되어 처음 잉글랜드 무대로 진출했다.
2018년 딘 스미스 감독의 후임이 되어 브렌트퍼드의 사령탑으로 승진한 프랭크 감독은 지도자로서 본격적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부임 3년차인 2020-21시즌 스완지 시티와의 승격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며 브렌트퍼드를 무려 74년만에 1부리그로 승격시킨 것은 지금까지 프랭크 감독 커리어의 최대 업적이다.
이후 브렌트퍼드는 PL에서 지난 4시즌간 13-9-16-10위의 성적을 기록하며 1부리그에서도 중위권 정도의 입지를 구축했다. 비록 리그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기록하거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은 아니지만, 중소클럽인 브렌트퍼드의 부족한 전력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2022-23시즌에는 당시 트레블(3관왕)시즌을 달성한 최강 맨체스터 시티에게 시즌 더블(2연승)을 달성하는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고, 2023-24시즌에는 한때 강등권까지 추락했으나 뒷심을 발휘하며 결국 1부리그 잔류를 이끌었다.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17년만의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정작 리그에서는 17위에 그치며 PL 출범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는 이유로 고심끝에 감독교체를 결정했다. 이에 주장 손흥민을 비롯한 토트넘의 핵심 선수들은 떠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일제히 헌사를 보내며 구단의 결정에 간접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프랭크 신임 감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영국 매체 < BBC >는 "프랭크가 전임 포스테코글루와는 정반대의 스타일"라고 평한 바 있다. 포스테코글루가 라인을 올리고 빌드업과 공격축구를 강조했다면, 프랭크는 한 가지 전술에 의존하기보다는 상대에 따라 다양하게 맞춤형 변화를 주는 유연한 스타일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선수육성에 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프랭크 감독은 오랫동안 유소년 지도자를 역임해왔고, 브렌트퍼드에서는 이반 토니, 브라이언 음뵈모, 데이비드 라야 등을 과감하게 발굴하여 스타급 선수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마침 토트넘은 현재 세대교체를 추진하고 있으며 루카스 베리발, 아치 그레이, 윌슨 오도베르 등 이미 포스테코글루 시절부터 젊은 선수들의 영입과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프랭크 감독의 장점과 맞아떨어진다.
또한 프랭크 감독은 지도자 생활동안 선수들과 별다른 트러블 없이 두루 잘 지내며 개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덕장으로서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프랭크 감독은 평소 자신을 '총괄 셰프'에 비유하여, 각자 자기 철학과 레시피를 지닌 셰프들(선수들)의 능력을 이끌어내고 디테일을 극대화하는게 자신의 역할이라는 감독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온화하고 지적인 면모로 인하여, 영국 언론과 토트넘 팬들의 반응도 대체로 프랭크 감독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평가가 많은 편이다.
약점으로 꼽히는 것은 빅클럽과 유럽대항전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토트넘은 비록 지난 시즌에는 17위에 그쳤지만, PL에서의 전력이나 클럽 위상은 대체로 '빅6-7강'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프랭크 감독이 지금까지 맡았던 팀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빅클럽이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UEL 우승으로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출전권까지 획득했다.
하지만 프랭크 감독의 유럽 대회 경험은 덴마크 브뢴뷔 시절 유로파리그 예비 라운드 진출이 전부이고, 그나마도 거의 10년전의 이야기다. 1부리그 잔류나 중위권 정도만 해도 선방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브렌트퍼드 시절과 달리, 토트넘은 최소한 리그에서 매년 상위권과 유럽클럽대항전 진출권을 노려야하는 기대치가 다른 팀이다. 선수단 내 인망이 두터웠던 포스테코글루의 경질에 불만을 품은 선수단과, 빅클럽 이적설이 거론되는 몇몇 스타플레이어들을 어떻게 다독이느냐도 관건이다.
국내 팬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것은 현재 토트넘의 주장이자 레전드인 손흥민과의 관계다. 프랭크 감독은 토트넘에서 10년을 보낸 손흥민이 포체티노, 무리뉴, 누누 산투, 콘테, 포스테코글루에 이어 6번째(대행까지 포함하면 9번째)로 맞이하는 새 감독이다.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체제에서 주장으로 임명되며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고, 지난 시즌에는 유로파리그 우승의 중심에 서는 영광까지 누렸다. 지금까지 토트넘에서 손흥민을 부동의 주전으로 중용하지 않은 감독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손흥민과 토트넘이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면서 상황이 미묘해졌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에이징 커브 논란에 휩싸이며 PL에서 7골 9도움(공식전 전체 11골 12도움)에 그쳤다. 토트넘 데뷔 시즌(2015-16) 이후로 가장 부진했던 성적이었다.
지난 시즌 토트넘이 손흥민과 장기 재계약 대신 1년 연장 옵션 발동에 그치면서 손흥민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현재 손흥민은 사우디 리그 진출설 등 토트넘을 떠날수 있다는 이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영국 현지에서는 계약기간이 끝나가고 노쇠해져가는 손흥민을 떠나보내고 이적료를 챙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프랭크 감독이 손흥민의 가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가 변수다. 비록 지난 시즌에는 부진했지만, 팀내에서 주장으로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데다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손흥민의 존재감은 다음 시즌 PL과 UCL을 병행해야 하는 토트넘에서 여전히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프랭크 감독이 손흥민을 더이상 전력의 핵심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더이상 토트넘에서 부동의 주전이나 주장 자리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토트넘은 그동안 팀에 헌신하고도 가치가 떨어진 선수들을 냉정하게 떠나보내며 레전드에 대한 예우가 박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왔기에, 자칫 손흥민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연 다음 시즌 토트넘에서 프랭크 감독과 손흥민의 새로운 사제 케미를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