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이 부채보다 4조원 많아…김광일·조주연 대표 "계속기업가치가 더 높다" 의견
회생원인에 차입경영·자산매각 언급 없어…'면죄부성 보고서'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김태균 기자 =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1조2천억원 웃돈다는 회계법인의 재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청산가치 더 높아…회생계획 인가 전 M&A 신청키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법원이 지정한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12일 법원에 홈플러스 재무상태 등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하고 홈플러스 본사에서 채권단을 대상으로 조사 내용과 진행 계획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홈플러스의 자산이 6조8천억원으로 부채 2조9천억원보다 4조원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10년간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잉여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뜻하는 '계속기업가치'는 2조5천억원으로 산정됐다.
그러나 자산이 부채보다 많아 '청산가치'가 3조7천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법정관리인인 김광일·조주연 홈플러스 각자 대표는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조사위원의 권고에 따라 회생계획 인가 전 M&A 허가를 법원에 신청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은 조사위원 보고서와 달리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가치가 더 높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한 관리인 의견서를 별도로 법원에 제시할 예정이다.
법정관리인으로서 별도의 회계법인에 의뢰해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산정한 결과 일회성 비용 처리 등 계산법이 삼일회계법인과 차이가 있어 계속기업가치가 더 높게 나왔다는 설명이다.
법원이 회생계획 인가 전 M&A 추진을 승인하면 다음 달 10일로 예정된 회생계획안 제출 시기가 인수자 선정 이후로 미뤄진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이 티몬의 새로운 인수자로 '오아시스'를 선정한 것처럼 홈플러스도 매각 주관사를 정해 새로운 주인을 찾은 뒤 회생계획안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홈플러스가 인수 의향자와 조건을 맞춰가면서 회생 개시 전 추진하던 슈퍼마켓 부문(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홈플러스는 작년 6월부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을 추진했다가 회생 개시로 중단했다.
홈플러스 대형마트 점포 수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68개 임대점포 가운데 41개점의 건물주와 임대료 인하에 합의한 데 이어 7개점과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으나 나머지 20개점의 협상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인가 전 M&A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인수자금 형태로 유입되는 신규자금을 통해 채권단은 조기에 채권을 회수할 수 있으며, 영업 지속을 통해 고용과 협력사가 안정을 찾아 조기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10년째 인수자를 찾지 못해 엑시트(투자금회수)를 못했다"며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에 밀리는 상황에서 인수자를 찾으려면 과감하게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에 1조2천억원을 빌려준 메리츠 계열 3개사 등 채권단은 이날 조사보고서 내용과 M&A 추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조사보고서에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차입경영이나 자산매각 등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에 대해 '면죄부성 보고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조사보고서는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이르게 된 주요 원인으로 ▲ 고정비 성격의 원가가 지속해 인상되는 사업구조 ▲ 코로나19 팬데믹과 소매유통업의 온라인 전환 ▲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발생 가능성 등 세 가지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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