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수집하지 않는데 수집항목으로 기재…과태료 부과사유서 제외
개인정보위, 과태료 사유는 개인정보 수집 필수동의 항목으로 지정 등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의회 인근에서 열린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서 설교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알뜰폰(MVNO)을 서비스하면서 차량 운행이력, 휴대전화 주소록 등을 수집하겠다는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내걸었다가 부정·과다수집 논란을 빚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관련 업체가 실제로는 당초 논란이 된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업체 문구를 엉터리로 참고한 개인정보 처리방침이 정부 조사를 촉발한 화근이었다.
12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속기록에 따르면 개인정보위는 지난달 14일 전체회의에서 알뜰폰 브랜드 퍼스트모바일 운영사 '더피엔엘'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행위 시정조치안을 심의하고 과태료 12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개인정보위는 더피엔엘을 조사한 결과 △마케팅·광고 목적 개인정보 수집을 필수동의 항목으로 지정한 점 △개인정보 제3자 제공에 대한 별도 동의서를 마련하지 않은 점 △가입자 주민등록번호를 암호화해 보관하지 않은 점 등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 조사는 지난 2월 서울 광화문 일대 보수단체 집회를 향해 제기된 개인정보 부정 수집·제공 의혹에서 비롯됐다. 전 목사가 가입을 독려한 퍼스트모바일이 차량운행 이력정보·휴대전화 주소록 등 알뜰폰 서비스와 관련성을 찾기 어려운 개인정보 항목까지 수집대상으로 삼아 위법 소지가 짙다는 게 당시 의혹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정작 과태료 부과사유에선 이런 내용이 빠졌다.
전체회의 당일 한 개인정보위 위원이 "차량운행이력 등의 정보수집이란 건 어디 나와 있냐"고 묻자 개인정보위 조사조정국 담당자는 "(더피엔엘이) 수집한다고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명시했는데, 알고 보니 잘못 작성한 것이었고 (더피엔엘의) 데이터베이스(DB)상엔 그런 내용이 없었다"고 답했다.
더피엔엘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이 실제와 어긋난 배경에 대해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실무자 설명으론 다른 데 있는 걸 베끼듯이 가져오면서 상관도 없는 항목들이 같이 포함되었다는 식으로 (소명했다)"고 밝혔다. 결국 더피엔엘은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불성실하게 작성했다가 개인정보위 조사를 직면하고 당초 알려지지 않은 법규 위반사항까지 드러난 셈이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더피엔엘은 조사를 계기로 전문 컨설팅업체를 통해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재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소규모 사업체에서 법적 의무사항인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누락하거나 잘못 기재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참고할 만한 동종 업체가 많은 알뜰폰 업계에서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더피엔엘은 2022년 KT 이동통신망을 빌려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중소기업으로 올 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유심(USIM)이 애국심'이라는 등의 문구를 내걸고 가입자 유치에 나서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전 목사는 지난해 4월 유튜브에서 더피엔엘을 가리켜 "내가 70억원을 주고 만든 회사"라고 소개했다. 이 업체 대표는 2023년까지 전 목사의 딸 전하나씨가 맡았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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