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명한 나노 과학자인 찰스 리버(사진) 전 하버드대 화학·생물학과장이 중국 칭화대 교수진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키미디어 제공
이공계 인재를 유입시키려는 중국의 노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외국인 연구자 대상 압박과 맞물려 미국 내 중국 연구자가 중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네이처에 따르면 중국은 정부뿐 아니라 지역별로 국내외 이공계 인재, 학생 등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거액의 지원금을 비롯해 주택, 의료 서비스, 배우자 일자리, 기타 복리후생을 제공한다. 이런 혜택은 이공계 인재가 일하는 대학이 주는 연봉, 지원금에 더해지는 것이다.
농촌 지역인 중국 중부 쓰촨성 구린현은 박사 학위 소지자들에게 30만위안(5685만원)의 지원금과 월마다 1000위안(20만원)의 이주 지원금을 제공한다. 저장성 타이저우시는 해안 지역으로 이주하는 대학 졸업생에게 최대 10만위안(1900만원)을 지원한다. 후난성은 해외에서 이주하는 박사 과정생에게 최대 100만위안(1억 8961만원)을 지원한다.
최근 중국 쿤밍 의대는 중국 국가자연과학기금의 연구비를 수여받은 해외 젊은 연구자에게 최소 100만위안(1억 8961만원)의 연봉과 교수직을 제안한다. 쿤밍 의대가 있는 쿤밍시는 연구자들에게 350만위안(6억 6503만원)의 주택 보조금, 최소 500만 위안(9억5005만원)의 연구·지원비, 지도할 대학원생, 고품질 의료 보험을 제공하고 자녀의 학교 입학을 지원할 계획이다.
얀보 왕 홍콩대 과학정책 연구원은 네이처에 "인재 확보를 위한 경쟁은 중국 내 도시들끼리도 치열하다"며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으로 돌아갈지 말지 고민하는 중국 연구자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게끔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가 자국 내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취소 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향후 심사 기준도 강화한다.
고급 이공계 인재를 유치하는 것은 중국이 과학기술·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노력의 핵심이다. 과거 중국은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몇 가지 중앙 정부 정책을 시행해 왔다. 그중 하나는 '천인계획(千人計劃)'으로 세계적인 과학자를 중국에 유치해 중국을 과학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선두주자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재 중앙정부뿐 아니라 중국 성, 자치구, 시 등 여러 단위에서 수백 개의 인재 채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는 천인계획은 중국이 다른 나라의 지적 재산권이나 영업 비밀을 훔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해 왔다.
왕 연구원에 따르면 20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해외 인재가 최고로 여겨졌지만 오늘날 중국 인재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인공지능(AI) 업계에 큰 충격을 준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에는 많은 중국 명문대 졸업생과 박사 과정생이 포진해 있다.
왕 연구원은 "미국 연구자와 중국 연구자의 연봉의 격차가 최근 상당히 줄었다"며 "이는 미국에 있던 중국 연구자가 중국으로 돌아가는 데 기여하는 요인이다"고 말했다. 2023년 와이시스 현대 중국 센터, 하버드대 등 공동연구팀은 "2010년에서 2021년 사이 중국계 과학자들이 미국을 떠나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6월에 세계적인 수면 과학자인 댄 양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교수가 중국 선전 의학연구중개아카데미(SMART)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노 과학자인 찰스 리버 전 하버드대 화학·생물학과장이 중국 칭화대 교수진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장기적으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마리나 장 호주 시드니공과대 교수는 "중국이 학문적 자율성, 제도적 투명성, 삶의 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중국으로 이동한 최고의 인재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참고자료>
-https://doi.org/10.1073/pnas.2216248120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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