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이미지 벗고 인간미와 귀여움 가득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사진제공= SLL, 스튜디오앤뉴,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악역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는 잠시 넣어둬야겠다. '범죄도시'(2017)의 독사, '오징어게임'(2021)의 장덕수 등 강렬한 악역 캐릭터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된 배우 허성태의 이야기다.
요즘 허성태는 치명적인 코믹 연기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JTBC 주말극 '굿보이'(극본 이대일, 연출 심나연)에서는 눈부신 감초 연기로 안방팬들의 즐거운 웃음 버튼이 되고 있다.
'굿보이'는 특채로 경찰이 된 메달리스트들이 메달 대신 경찰 신분증을 목에 걸고 비양심과 반칙이 판치는 세상에 맞서 싸우는 코믹 액션 청춘 수사극. 여기서 허성태는 레슬링 동메달리스트 출신 형사 고만식으로 등장해 차진 재미를 선사하는 중이다. 허성태의 무서운 악역 연기만 기억하던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변신이다.
고만식은 강력계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험상궂은 인상이지만, 위압감을 줄 틈도 없이 반전 매력을 뽐낸다. 아이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모습으로 순수함을 보여주는 그는 변변치 못한 실적으로 서장(김응수)에게 조인트를 까이기 일쑤여서 징징 짜는 날도 적지 않다.
특히 주인공이자 경찰 내에서 사고뭉치로 취급되는 복싱 금메달리스트 출신 윤동주(박보검)를 떠안으면서 온갖 수모를 겪고 있다. 윤동주 때문에 울상이 되고 혈압이 올랐던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윤동주보다 한참 선배이지만, 어찌 보면 윤동주에게 끌려다니는 불쌍한 허당이다.
윤동주를 시작으로 사격 금메달리스트 지한나(김소현), 펜싱 은메달리스트 김종현(이상이) 등을 모으며 특채 팀을 꾸리면서는 일이 더 커지고 있다. 사건 현장에 나갔다가 우연히 먹은 사탕 때문에 환각 상태로 건물 밖으로 뛰어내리고 칼을 정통으로 맞았다. 또 다른 현장에서는 유혈이 난무하는 순간에도 서장의 고급 세단에 흠집이 생길까봐 맨손으로 차를 지켰다.
그때마다 깨알 같은 연기로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자극하는 허성태다. 섬뜩한 악역을 했던 허성태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귀여움 한도 초과의 감초 캐릭터가 찰떡이다. 그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굿보이'의 즐거운 에너지를 한껏 북돋우며 드라마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팬들 중에는 예능에서 여러 차례 발견된 '허블리' 매력이 '굿보이'를 통해 본격적인 연기로 구현된 것이라 반기기도 한다. 악역 연기로 존재감을 떨치던 허성태가 종종 예능 나들이를 하면서 다정하고 귀여운 매력을 보여줘 허성태와 러블리를 조합한 '허블리'라는 별명이 생긴 터였다.
그러던 중 2022년 'SNL코리아 시즌2'에 출연해 조폭 유튜버 '허블리'로 등장, 한창 유행하던 '코카인 댄스'를 선보이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허성태는 당시 섹시하면서도 코믹한 이미지로 중독성 높은 영상을 만들어내며 공개 4일만에 조회수 100만 뷰를 기록했다.
그러니 코믹한 고만식을 누구보다 잘할 허성태라는 걸 '굿보이'의 연출자인 심나연 PD가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심나연 PD는 '괴물'(2021)에서도 허성태를 남달리 활용하며 눈길을 끈 바 있다. '괴물'에서 허성태는 재개발사업을 하며 조폭처럼 악행을 서슴지 않는 악역을 맡았다. 그럼에도 아내에게는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인 로맨티시스트로 그려져 남다른 여운을 줬다. 앞서 허성태가 보여준 악역들과는 분명히 차별화된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이번 '굿보이'의 고만식 캐릭터 역시 코믹하기만 한 건 아니다. 고만식은 찌질한 듯해도 섬세하고, 무딘 듯해도 진국 같은 캐릭터여서 팀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구심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따뜻한 인간미가 고만식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을 더욱 드높이고 있다.
사진제공= SLL, 스튜디오앤뉴,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윤동주에게 핀잔을 주면서도 누구보다 윤동주를 마음으로 챙기는 고만식은 고소 취하 조건으로 형사소송법을 필사해야 하는 윤동주가 이를 거부하고 뻗대자 금요일 밤에 사무실에 혼자 남아 대신 필사를 해주는 모습으로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앞으로도 한참은 더 위기에 부딪히고 난관을 뚫고 나가야 할 윤동주에게 튼튼한 기둥 같은 선배로서 고만식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동시에 '굿보이'에서 무게감 있는 배우로서 더욱더 활약할 허성태에 대한 기대감도 더해진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허성태의 따뜻하고 즐거운 감초 연기에 연신 함박웃음을 짓게 되는 '굿보이'다. 악역 전문 배우도 좋았지만, 허성태가 '굿보이'로 악역 이미지를 벗고 '허블리' 매력으로 각인될 수 있어도 좋겠다.
조성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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