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효하는 안세영. ⓒ AP=뉴시스[데일리안 = 김태훈 기자]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귀국한 ‘셔틀콕 여제’ 안세영(23·삼성생명)이 “지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우승 소감을 밝혔다.
안세영은 9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올해 들어 패배가 한 번 뿐”이라면서 “정말 지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 내 목표는 항상, 최고, 정상에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펼쳐진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인도네시아오픈(수퍼1000)’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왕즈이(중국)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상금 약 1억3900만원)을 차지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10-11 끌려가던 1게임에서 내리 6점을 내줬다. 12-18로 스코어가 벌어진 상황에서 안세영은 무릎 치료까지 받았고, 결국 13-21로 패했다.
2게임은 패색이 짙었다. 9-17로 크게 뒤진 안세영은 그대로 무너지는 듯했다. 그러나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은 특유의 탄탄한 수비로 19-18 역전에 성공한 뒤 기어코 21-19로 게임을 가져갔다. 극적으로 3게임까지 끌고 간 안세영은 여세를 몰아 대역전에 성공하고 포효했다.
안세영이 무서운 것은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지능적인 플레이와 확고한 믿음으로 위기를 극복한 뒤 기어코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세영은 몸 상태가 좋지 않고 스코어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도 헤어핀 등 지능적인 네트플레이로 왕즈이 동선을 흔든 뒤 갑작스러운 대각선 공격으로 코트 구석을 찌르고 포인트를 쌓았다.
안세영을 상대로 수싸움에서 밀린 왕즈이는 몇 차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체력마저 고갈되면서 잊기 힘든 역전패를 당했다. 그럴수록 안세영은 자신감이 붙었고,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투혼을 불사를 수 있었다.안세영 ⓒ 뉴시스귀국한 자리에서 안세영은 "초반에 경기가 안 풀리는 게 느껴졌다. 그때 코치님이 자신을 믿고 포기하지 말라고 해주셔서 흥분하지 않고 하나씩 했다"며 "상대 선수가 실수를 하나씩 했고, 체력이 떨어지는 것도 보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4년 만에 인도네시아오픈 왕좌를 탈환한 안세영은 올해 5번째 국제대회 우승 감격을 누렸다. 지난 3월 전영오픈에서도 왕즈이에 역전승을 거뒀던 안세영은 최근 왕즈이를 상대로 3연승을 달렸다. 역대 전적에서도 압도적 우위(12승4패)를 점했다.
최상급 대회(슈퍼 1000)서 우승을 차지한 안세영은 랭킹 포인트 12000점을 추가하며 왕즈이와의 격차를 벌렸다. 2위 왕즈이가 안세영에게 잇따라 패하고 있고, 랭킹 포인트에서도 차이가 벌어진 터라 당분간 안세영의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위협할 만한 변수는 크지 않다.
대회 직전 올해 유일한 패배를 당한 뒤 바로 정상에 오른 결과라 더욱 값지다. 천위페이에 0-2로 져 연승이 끊겼던 싱가포르 오픈에 대해 “졌을 때 답답하고 힘들었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조언을 듣는 과정에서 더 의욕이 생겼다”며 패배를 더 큰 발전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이날 귀국장에서 안세영은 "많은 선수들이 나를 많이 분석하고 나오는 것 같다. 상대는 많지만 나는 몸도 머리도 하나라 한계가 있다. 이제부터는 내가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더 명확해졌다. 앞으로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지도 더 알게 됐다"고 말했다.
“나 자신을 믿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해온 안세영은 철저한 준비와 분석까지 하고 있다. 안세영의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위협할 변수는 당장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