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착륙 직전에 통신 두절…추락한 듯
2027년 세번째 달 착륙 도전 예정
일본의 민간 달 착륙선 레질리언스가 달 착륙 시도에 앞서 달 궤도를 비행하면서 찍은 사진. 아이스페이스 제공
일본 민간 우주선의 두번째 무인 달 착륙 시도도 실패로 끝났다.
일본의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가 제작한 달 탐사선 레질리언스는 6일 새벽 고도 1000km 상공에서 착륙을 위해 하강하던 도중 예정 착륙시간 1분45초를 앞두고 교신이 두절됐다. 레질리언스는 이날 오전 4시17분 달 앞면 북쪽 ‘마레 프리고리스’(추위의 바다란 뜻) 지역 중심부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이곳은 달 앞면 북쪽 60도 고위도에 있는 1만8천㎢ 크기의 현무암 평원 지대로, 역대 달 착륙 시도 지역 중 가장 북쪽에 있다.
아이스페이스의 최고경영자 하카마다 다케시는 이날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열어 “우주선이 추락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더 이상 착륙선과의 접촉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강 마지막 단계가 예상보다 느렸다”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확실한 원인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무엇이 잘못됐는지 철저히 분석해 얻은 교훈을 세번째 달 착륙선 아펙스에 적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민간 달 착륙선 레질리언스(왼쪽)와 로봇 탐사차 티네이셔스를 묘사한 그림. 아이스페이스 제공
아이스페이스는 2027년 이 회사 미국 사업부가 설계한 세번째 달 착륙선 아펙스1.0을 발사할 예정이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이 달 유인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를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는 민간 달 탑재체 운송 서비스(CLPS)의 일환인 아펙스에는 달 뒷면 지진계를 포함한 과학장비 3개가 탑재된다. 착륙 예정지가 달 뒷면 슈뢰딩거분지이기 때문에 지구와의 원활한 통신을 위해 중계위성 2기를 함께 실어 보낸다. 아펙스는 300kg의 화물을 달까지 운반할 수 있다. 이는 첫번째 달 착륙선의 10배가 넘는 탑재용량이다.
앞서 아이스페이스의 첫번째 달 착륙선은 2023년 4월 달 착륙을 시도하던 중 고도 추정 소프트웨어 오작동으로 실패한 바 있다.
2019년 이스라엘의 베리시트 착륙선 이후 지금까지 민간 기업의 달 착륙 시도는 모두 일곱차례 있었다. 이 가운데 달 착륙에 성공한 것은 지난해 2월 미국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오디세우스’, 올해 3월 미국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의 ‘블루고스트’ 두차례뿐이다.
일본 민간 무인 달 탐사선이 착륙할 예정이었던 ‘마레 프리고리스’. 아이스페이스 제공
지난 1월15일 블루고스트와 같은 로켓에 실려 지구를 출발한 레질리언스는 5월7일 달 궤도에 진입해 약 한 달간 달 궤도를 돌면서 착륙을 준비해왔다.
레질리언스가 달 궤도까지 가는 데 4개월 가까이 걸린 것은 연료 절약을 위해 지구와 태양의 중력을 이용하는 달 전이 궤도를 따라 비행했기 때문이다. 레질리언스는 이 과정에서 지구에서 태양 쪽으로 110만km 떨어진 우주까지 날아갔다 돌아왔다.
2010년에 설립된 아이스페이스는 2017년 엑스프라이즈재단이 주최한 민간 달 착륙선 경쟁 ‘구글 루나 엑스프라이즈’에서 최종 5개팀에 오른 바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