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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육아X청년과학자]③ "학생연구원 육아 지원은 시스템 아닌 교수 재량"

온카뱅크관리자

2025-05-27 15:47:29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유진선 DGIST 박사과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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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선 DGIST 박사과정생. 유 박사과정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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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편집자 주&gt;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은 과학자로 발돋움 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시기입니다. 평생 가져갈 연구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출산과 육아를 하는 과학자에게는 가장 가혹한 시기입니다. 밤낮없이 육아와 연구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학생 신분이라는 이유로 이들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법적 육아지원에서 배제된다는 점입니다. 법적인 휴직 기간, 보육시설 이용 가산점뿐 아니라 육아휴직비를 지원받지 못합니다. 생계의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연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현장에서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육아하는 아빠 과학자'를 연재한 동아사이언스는 올해에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과 함께 연구현장에서 연구와 육아를 함께하는 청년 과학자들을 만났습니다.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이 겪는 현실 육아, 필요한 육아지원 제도, 연구의 어려움 등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생생히 들여다 봅니다. 과학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육아'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기를 기대합니다. 
 "학생 연구원의 육아는 지도교수님의 '재량'에 달려 있어요.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육아지원 제도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좋은 지도교수님을 만나 많은 배려를 받았어요. 그럼에도 임신·육아로 인해 휴가, 조기 퇴근 등이 필요해 양해를 구할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컸어요. 제도가 없어 재량에 부탁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2일 대구 동구 '한국뇌연구원'에서 유진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SIT) 6년차 박사과정생(휴학 중)을 만났다. 지도교수가 있는 한국뇌연구원에서 학생 연구원 신분으로 연구를 진행 중인 유 박사과정생은 태어난지 6개월 된 아이의 엄마다.
 유 박사과정생은 아이와 같이 살지 않는다. 육아와 논문 작성을 병행하면 연구실에 미안할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아 평일에 부모님 댁에 자녀를 맡기고 있다. 올해 말 중요한 논문 통과만 마치고 아이와 함께 살 계획이다. 
 유 박사과정생은 지난해 임신 소식을 알게 되면서부터 학생 연구원으로 육아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직감했다. 임신의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진행 중인 연구 그리고 논문은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임신 소식을 연구실에서 잘 받아들여 줄지, 교수와 단 둘이 실험을 하는 연구라 출산으로 인해 공백이 발생할 경우 자신을 대체 할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 등 고민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출산을 하면 논문 제출이 1년 늦어지는 것도 큰 걱정이었다. 
 유 박사과정생은 생쥐실험을 통해 조현병 환자의 단기 기억이 손상되는 이유와 손상되는 메커니즘을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가장 큰 부담은 모든 고민의 답이 지도교수에게 달려있다는 점이었다. 석사과정생·박사과정생을 비롯한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은 근로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출산휴가, 단축근무, 육아휴직 등 받을 수 있는 육아지원 제도가 거의 전무하다.
 유 박사과정생은 "학생 연구원에게 지도교수님에게 받은 평판은 평생 따라다닌다"며 "임신·육아로 인해 연구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심어드릴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학생 연구원 사이에서는 연구실 학생의 임신 사실을 안 교수가 학생에게 과제를 주지 않았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 정도다. 
 다행히 유 박사과정생은 지도교수에 임신 소식을 알리고 마음이 놓였다.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그의 지도교수는 너무 기뻐하며 "아기 낳고 충분히 몸 회복해야지. 얼마나 쉬다가 올래?"라며 출산 후 휴가를 먼저 제안했다.
 더 고맙게 느꼈던 말은 "너는 앞으로 오래 볼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 정도는 내가 네게 해 줘야지"였다. 임신·출산으로 인해 연구를 이어가지 못할까 내심 걱정하던 와중에 오래 연구를 할 수 있다고 교수가 든든히 지지해준 것이었기 때문이다. 
 출산 후 3개월을 쉬기로 확정한 유 박사과정생은 연구에 매진했다. 휴직 전까지 최대한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출산 5일 전까지 연구실에 출근했다. 물론 녹록지 않았다. 숨 쉬기 어려웠던 만삭 시절 동물실험 중 마스크를 내내 쓰면서 호흡이 딸려 금방 지쳤다.
 동물 행동실험의 경우 최소 3~4시간 생쥐를 계속해서 관찰하며 진행해야 한다. 독성이 있는 '포름알데히드'를 자주 다뤄야 해 아기한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을 하기도 했다. 입덧으로 인한 미식거림을 참으며 논문을 작성했다. 몸이 힘들 때는 지도교수에게 양해를 구해 일찍 집에 가서 쉬었다.
 '출산 후 휴직 기간에 논문 계속 작성해야지'라는 유 박사과정생의 결심은 출산을 하며 와장창 무너졌다. 그는 "아기가 엄마와 떨어지면 많이 울어서 재우고 먹이는 일을 도맡아서 하다보니까 매일 녹초가 됐다"며 "화장실 갈 시간뿐 아니라 마우스를 잠깐 잡을 시간조차 없었다"고 했다. 
 유 박사과정생은 어려운 휴직 기간을 보내면서 3월에 복귀하면 주말에 자녀를 부모님 댁에 맡기는 게 낫겠다고 결심했다. 부모님 댁은 그의 집에서 차로 2시간 떨어진 경남 고성군에 있다. 올해 말 중요한 논문 제출을 끝낸 뒤 자녀와 함께 살기로 계획했다. 유 박사과정생은 "연로하신 부모님께 아기를 맡긴다는 점이 너무나 죄송했고 매일 함께이던 아기와 떨어진다는 점이 정말 슬펐다"고 했다.
 "억지로 단유를 할 때 아기 생각이 나 눈물이 났어요. 그래도 아기가 엄마라는 존재를 인식하기 전에 빨리 졸업을 하고 논문 마무리를 지은 뒤 아기와 함께 살자고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박사학위를 따야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상태로 아기를 더 잘 키울 수 있다고도 생각했어요. 아기와 떨어진 평일에 연구를 더 열심히 했던 이유지요."
 유 박사과정생은 육아를 하는 학생 연구원에게 단축근무, 단기휴가 등을 시스템으로 보장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자녀가 코로나19에 걸렸던 경험 때문에 이같은 생각을 하게 됐다. 지난 3월 유 박사정생의 부모님뿐 아니라 자녀까지 코로나19에 걸려 부모님 회복을 위해 자녀를 집으로 데려와야 했다. 응급실, 병원 등에 갈 일이 많아 일찍 퇴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실험실에 양해를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 박사과정생은 "육아에 필요한 제도가 학생 연구원에게 시스템화 되어 있지 않다 보니 휴가, 단축근무 등이 필요할 때마다 지도교수님께 부탁할 수밖에 없어 죄송한 마음이 컸다"며 "평일에 부모님께 자녀를 맡기는 저와 달리 육아와 연구를 매일 병행해야 하는 학생 연구원에게 이런 일이 더 잦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긴급 돌봄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긴급 돌봄서비스는 급한 일이 있을 때 자녀를 시설이나 돌봄선생님에게 맡기는 서비스다. 지자체나 기관별로 긴급 돌봄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대부분 맞벌이 등 근로자로 인정받는 부모에게 제공된다. 하지만 학생 연구원은 퇴근 후에도 실험, 회의 등으로 인해 자녀를 볼 수 없는 경우가 잦은데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이같은 서비스를 누리기 어렵다.
 유 박사과정생은 주변에 학생 연구원 중 대부분 이런 어려움때문에 임신·출산을 포기하거나 미룬다면서 "국가가 이들이 과학자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도와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사과정은 보통 4년 이상 걸립니다. 박사과정 기간이 8년 넘어가는 분들도 적지 않아요. 박사과정 시기가 보통 출산과 육아를 하는 시기와 겹칩니다. 주변에서 학생 연구원이 육아로 인해 연구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 쉽게 임신을 꿈꾸기 어렵습니다. 이들이 과학자와 엄마를 둘다 잘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유 박사과정생과의 일문일답.
 Q. 임신 소식을 알렸을 때 지도교수님 외 힘이 된 사람이 있다면.
 "연구실 동료들이다. 교수님에게 먼저 '출산 후 몸 회복하려면 3달 이상은 쉬어야 한다'고 여러 번 이야기해줬다. 자녀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아기 아플 때 부모가 옆에 있어야 돼'라면서 응원해줬던 것도 동료들이다. 실험할 때 몸 조심하라고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가장 먼저 제게 갖다주기도 했다. 또 제가 학업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아기를 선뜻 맡아주겠다고 한 부모님에게 감사하다."
 Q. 육아를 하며 도움 받은 제도가 있다면?
 "학생 연구원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제도가 거의 없었다. 그래도 DGSIT에서 육아를 사유로 휴학을 하는 학생에게 배달 지원금을 제공하는 '육아휴학'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첫 육아휴학 사용자다. 이같은 제도가 있는지 몰랐다가 휴학을 고민하면서 여러 제도를 찾아보면서 우연히 알게됐다."
 Q. 진행 중인 연구가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기를 바라나. 
 "현재 조현병 단기 기억상실 증상을 조절하는 매커니즘을 발견하고 있다. 기초연구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모든 약은 기초연구가 하나씩 쌓여 나오게 되지 않나. 언젠가 내 연구가 조현병을 치료하는 약이 나오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Q. 평일에 자녀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많이 난다. 부모님으로부터 자녀의 일상 사진을 보면서 애틋한 마음이 든다. 한창 아기가 이유식 할 때다. 주말이 가까워지면 연구를 끝낸 뒤 집에서 열심히 이유식 재료를 다지고 얼리면서 보고싶은 마음을 달랜다. 주말이 끝나고 아기와 헤어질 때면 눈물이 난다. 빨리 이 시기가 끝나서 아기와 함께 살고 싶다. 잘 끝날 것이라고 믿는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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