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로봇탐사차 카메라로 첫 촬영 성공
태양 입자와 산소가 충돌해 내는 빛
화성의 밤에 볼 수 있는 녹색 오로라를 묘사한 그림. 녹색은 태양에서 날아온 입자가 대기 상층부의 산소 원자와 충돌하면서 내는 빛이다. 유럽우주국 제공
화성에서도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오로라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는 자외선 영역에서만 관측할 수 있었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가 행성의 자기장에 이끌려 행서으이 상층 대기 입자들과 충돌하면서 빛을 내는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자기장과 대기가 있는 행성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다.
태양계에서는 지구를 비롯해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에서 오로라가 나타난다. 자전속도가 매우 느린 수성과 금성은 자기장이 매우 약하거나 거의 없어 오로라가 관측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다른 행성에서 관측한 오로라는 가시광선 밖의 영역이었다.
이번에 화성에서 포착한 것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오로라다. 다른 행성의 궤도를 도는 우주선이 아니라 행성의 표면에서 하늘 위의 오로라 현상을 관측한 것은 처음이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진은 대기에 산소 원자가 있는 화성에서도 지구와 비슷한 녹색 오로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번 연구에 나섰다. 하지만 화성의 대기는 지구 대기 밀도의 2%에 불과하고 자기장도 국지적으로만 존재해 관측하기가 쉽지 않다. 과학자들은 화성도 처음엔 지구와 비슷한 수준의 강력한 자기장을 가지고 있었으나 중심의 핵이 식어 응고되면서 자기장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화성에서 오로라가 발생하려면 태양에서 아주 강력한 초고에너지 입자가 날아와 화성 대기 입자와 충돌해야 한다.
퍼시비런스 탐사선의 가시광선 카메라로 촬영한 화성의 녹색 오로라(왼쪽). 오른쪽은 오로라가 없는 화성 밤하늘로, 오른쪽 위에 빛나는 것은 위성 데이모스다. 먼지로 인해 적갈색을 띠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화성 밤 하늘 전체가 녹색 빛으로
지난 1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2024년 3월15일 태양에서 강력한 폭발이 발생한 때를 화성 오로라를 포착할 수 있는 기회로 잡았다. 이때 태양에서 뿜어져 나온 무수한 고에너지 입자들이 태양계 전역에서 오로라를 만들어낼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화성 로봇탐사차 퍼시비런스에 탑재된 분광기(슈퍼캠)와 카메라(마스트캠-Z)의 각도를 조정하고 기다린 끝에, 태양의 강력한 폭발 현상인 코로나질량방출(CME)이 일어나고 3일 후 화성에서 가시광선 오로라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예측이 맞아떨어진 순간이었다.
퍼시비런스 카메라에 포착된 화성 오로라는 557.7nm 파장의 녹색으로, 화성 하늘 전체에 거의 골고루 분포해 있었다. 이는 태양의 전하 입자가 대기 중의 산소 원자와 부딪혀 내는 색이다. 퍼시비런스의 카메라가 녹색을 포착하고, 분광기가 성분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화성 땅을 밟게 될 미래의 우주비행사는 아마도 화성 표면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마침 퍼시비런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진이 2023년 5월 이후 몇차례 실패를 거듭하며 끈질기게 시도한 끝에 이뤄낸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엘리스 크누센 박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퍼시비런스가 보내온 데이터파일에서 본 광경을 “검은 지평선과 부드럽게 빛나는 녹색 하늘”로 묘사했다. 그는 “그날은 하필 내 생일이었다”며 “정말 멋진 날이었다”고 덧붙였다.
*논문 정보
Detection of visible-wavelength aurora on Mars. Science Advances(2025)
DOI: 10.1126/sciadv.ads156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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