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과실연 미디어데이
과학기술 국가 거버넌스 부재, 국가경쟁력 위기
과학계와 권력 나눠 '과학의 독립성' 실현해야
30일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미디어 데이에서 발언하는 과실연 공동대표 일동. 안준모 공동대표(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박재민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하정우 공동대표(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 김승일 공동대표(모두의연구소 대표) (왼쪽부터). /사진=박건희 기자
대선을 약 한달여 남겨둔 가운데 과학기술계는 "글로벌 패권 경쟁 속 우리나라 과학기술 행정체계의 협업과 전략성이 절실하다"며 "과학기술부총리 등 강한 권한을 가진 상위 거버넌스가 필요한 때"라고 목소리를 냈다.
30일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하 과실연)은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이같은 새 정부에 제안하는 과학기술·AI(인공지능) 정책 안건을 발표했다. 과실연은 국내 과학기술·정책 전문가 265명이 설립한 시민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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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에 과도한 정치개입 없어야… 출연연 기관장 독립성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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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연이 제안한 10대 과학기술 정책 어젠다/사진=과실연
과실연은 10대 과학기술 정책 어젠다를 발표했다. 일관적이고 효율적인 과학기술 전략을 추진할 수 있도록 범부처 성격의 강력한 상위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동시에, 과학 연구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게 골자다.
안준모 과실연 공동대표(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원자력-신재생에너지 간 갈등처럼 과학기술이 정치적 이념을 실현하는 도구가 되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정치와 과학기술, 과학기술과 정치 간 관계의 선진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과학 기술적 사실과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음에도 정책적 판단이라는 미명 하에 정치적 입김이 연구 현장에 작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과실연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과학기술 분야는 회계감사로 한정하고 정치적 판단이 개입할 수 있는 정책감사는 R&D 분야에서 폐지할 것 △과학기술 공공기관장의 임기와 독립성을 정권과 무관하게 보장할 것 등을 제안했다.
안 공동대표는 특히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기관장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연구 분야의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 출연연 임무와 전혀 관련 없는 인물이 정권 입김으로 임명돼 좋은 정책을 펴는 데 방해가 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또 "우수한 평가를 받은 기관장이 지속적으로 R&D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관장 연임제가 있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라며 "훌륭한 인물을 선임해 연임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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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전략 이끌 상위 거버넌스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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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연이 제안한 AI 5대 분야 11대 정책 어젠다 /사진=과실연
박재민 과실연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은 "출연연을 향한 정부의 간섭과 개입이 강하고, 특히 예산 운영·관리가 (상위기관) 종속적으로 운영돼 왔다는 비판은 꾸준히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한 리더십을 가진 과학기술 상위 거버넌스 도입이 과학계의 자율성도 함께 보장할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과실연은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행정체계상 예산 배분과 편성 기능이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에 분산돼 있고, R&D 기능은 여러 부처에 걸쳐 분포하고 있어 각 기능 간 연계성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예산 확보를 위해 부처 간 '제로섬(zero-sum)' 경쟁이 발생하기 때문에 중복투자, 전략 부재, 연구성과 미흡 등의 문제가 따라온다고 봤다.
과실연은 "과기부총리 제도처럼 각 부처를 총괄하는 상위 기관을 중심으로 하위 다양한 부처와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과학기술에 기반한 정책 결정을 위해 대통령의 과학기술 자문을 담당할 '국가과학자' 제도를 제안했다. 과기부총리제는 노무현 정부 때 존재했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폐지됐다.
과학기술 정책을 총지휘할 상위거버넌스에 대한 필요성은 AI 분야에서도 제기됐다. 하정우 공동대표(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는 "국가 전체 관점에서 AI 관련 국가전략을 수립·총괄하고 혁신 산업을 키울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가칭) AI 디지털 혁신부를 신설해 장관이 직접 국가 CAIO(최고AI책임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대통령실 내 'AI 수석' 혹은 'AI 전략실'을 신설할 것을 적극 건의한다"고 했다.
또 "AI의 안전성과 관련, 민간전문가와 시민단체가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국회 내에 초당적 성격의 AI 특별위원회와 AI정책연구회를 구성해 상설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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