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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위로, 또 앞으로 나아가는 건축가의 삶

온카뱅크관리자

2025-02-27 17:24:01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리뷰] 영화 
         브루탈리스트&gt;</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9rrKwdnbKz">
          <p contents-hash="656745ed393f8003bac9fbef5961a7a8a0719ae571f03c44b0de4a2a04ff738b" dmcf-pid="2XXiHrOJV7" dmcf-ptype="general">[원종빈 영화전문기자]</p>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43b774c6add8ab983771e36ca899d0643e2287cfcd5031adeea7bab4002982e3" dmcf-pid="VZZnXmIiKu"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2/27/ohmynews/20250227172404865mkdj.jpg" data-org-width="600" dmcf-mid="B9Jtn241K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27/ohmynews/20250227172404865mkdj.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lt;브루탈리스트&gt;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UPI 코리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989b2ffe932cdbc52afe2680d41d19962073bcfa904fb5905ed6bd4d6fc57d14" dmcf-pid="f55LZsCnfU" dmcf-ptype="general">
           <strong>(*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strong>
          </div>
          <p contents-hash="9bb9809d3feee00a6d5f7afb503f0ccda457b082133a649b21d589ba9e993245" dmcf-pid="411o5OhLqp" dmcf-ptype="general">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 건너온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 사촌 '아틸라'(알레산드로 니볼라)의 집에서 지내며 미국 사회에 적응하려던 찰나, 그는 아틸라의 아내 '오드리'(에마 레어드)의 모함에 빠져 쫓겨난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냉혹한 현실을 견뎌내던 라즐로. 그런 그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사업가 '해리슨'(가이 피어스)이 야심 찬 건축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p>
          <p contents-hash="9a7123b4469cad0d9dffa5450326a7d01c087fc860a02a0ce40d28a9c2b38d31" dmcf-pid="8ttg1Ilob0" dmcf-ptype="general">건축가로서 재기할 기회를 잡은 라즐로는 열성적으로 프로젝트에 임하고, 빛의 경계를 넘나들며 브루탈리즘 양식이 돋보이는 대담하고 혁신적인 건물 설계안을 완성한다. 이에 더해 유럽에 있던 아내 '에르제벳'(펄리시티 존스)과 '조피아'(래피 캐시디)도 미국으로 건너올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자 라즐로는 찬란한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해리슨의 감시와 압박, 주변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라즐로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다.</p>
          <p contents-hash="ce2c9d5b68a9407fad06e2de36e2d4428fdf8d0d3b5e5c651ac445e6cb414654" dmcf-pid="6FFatCSg93" dmcf-ptype="general"><strong>환상과 허상을 딛고 우뚝 서다</strong></p>
          <p contents-hash="f0b1970bda2c2bdcc469c24ff1b8836154adfcf99759bcf77e9515792365fb3e" dmcf-pid="P33NFhvaVF" dmcf-ptype="general">브래디 코베 감독의 &lt;브루탈리스트&gt;는 개봉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제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은사자상-감독상과 국제비평가연맹상을 받고,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여우주연상을 포함해 10개 부문 후보로 선정됐으니까. 영화 내적으로는 근래 보기 드문 15분 간의 인터미션을 포함한 3시간 34분 51초짜리 장편 영화라는 사실이 호기심을 키웠다.</p>
          <p contents-hash="b179be37046ab2d98dd19271c23fd4fcb9cbbfaa577c124b326cd03ab31234d8" dmcf-pid="Q00j3lTNqt" dmcf-ptype="general">영화 외적인 뉴스도 &lt;브루탈리스트&gt;를 향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제작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주연 배우인 에이드리언 브로디와 펠리시티 존스의 헝가리어 발음을 보정하는 데는 AI 음성 변조 기술을 사용됐고, 건축 도면 생성에도 AI 기술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기술로 인해 촉발된 미국의 작가 조합 파업과 배우 조합 파업 여파가 남아있는 가운데 논쟁에 불을 붙이는 뉴스였다.</p>
          <p contents-hash="6eb8122f806cf0ea551beee1cd2fd323053138bb46becab8d11be3263a550872" dmcf-pid="xppA0Syjf1" dmcf-ptype="general">하지만 &lt;브루탈리스트&gt;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바로 제목 그 자체였다. 215분의 러닝타임이 '브루탈리즘'이라는 과거의 건축 사조에 어떤 의미와 서사를 부여하고 쌓을지 의문이었으니까. &lt;브루탈리스트&gt;는 위로, 또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한 건축가의 품위 있는 서사시를 통해 호기심을 완벽히 충족시켜 준다. 아메리칸 드림의 환상과 허상의 폐부를 찌르는 고전을 펼쳐 보이기 때문. 단지 약간의 과욕이 옥에 티일 따름이다.</p>
          <p contents-hash="8df9c49b6452839a205b589a29a411366e6c6f8e91ebcf63a81561a011816d46" dmcf-pid="yOOVsng2B5" dmcf-ptype="general">&lt;브루탈리스트&gt;는 프롤로그, 제1막, 인터미션, 제2막, 에필로그로 나뉘어 있다. 그중 프롤로그와 제1막 '도착의 수수께끼'는 라즐로가 미국에 정착하는 시기를 다룬다. 전반부는 이미지 두 개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이미지다. 뉴욕에 도착한 배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보는 라즐로. 이때 카메라는 그의 시점에서, 아래에서 위로 자유의 여신상을 비춘다. 자연히 여신상은 거꾸로 뒤집혀서 보인다.</p>
          <p contents-hash="146055caa2685c6d8fb64f4c52c65a391f0950ef7645ea2d837a77723ed7fc46" dmcf-pid="WIIfOLaV2Z" dmcf-ptype="general">다른 하나는 오프닝 크레디트를 장식하는 직진의 이미지다. 라즐로는 버스를 타고 뉴욕에서 필라델피아로 향한다. 이때 카메라는 버스 안에서 밖을 비추되, 버스 전면부로 보이는 풍경을 고정적으로 보여준다. 그 덕분에 목적지를 향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이미지와 움직임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이 둘을 합치면 제1막의 서사,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환상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 모습을 드러낸다.</p>
          <p contents-hash="23002673ae9c771bccb80c2a2c83278291397071370f0b8894cab8c293d9bac3" dmcf-pid="YCC4IoNffX" dmcf-ptype="general">전자는 미국에 건너온 이민자들이 갈망하는 구원을 상징한다. 나치의 압제에 시달리다가 자유의 땅에서 새출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눌러 담은 셈이다. 이 이미지는 여러 형태로 변형된다. 해리슨의 의뢰로 라즐로는 '마가렛 리 밴 뷰런 센터' 설계를 맡는다. 이때 그는 유독 높이에 집착한다. 그에게 하늘에 가까워지는 것은 그 자체로 구원에 다가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처음 본 미국 하늘에서 자유의 여신을 만났듯이.</p>
          <p contents-hash="151269da84e9330b1464f4f714445fd8e062052d0f782871836426e2aa282581" dmcf-pid="Ghh8Cgj4VH" dmcf-ptype="general">후자는 이민자의 진취성을 상징한다. 희망이 현실로 이뤄지려면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럼에도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 라즐로가 사촌에게 배신당한 후에도 기어코 건축가로서 재기한 것처럼. 이는 라즐로가 설계한 커뮤니티 센터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이 건물은 그의 수용소 생활을 상징하는 작은 방들 안에서 높은 천장을 올려다볼 때 하늘이 드러나는 구조가 핵심이다. 과거를 주춧돌 삼아 현재로 나아가고, 그 위에서 미래를 꿈꾸는 직진과 상승의 이미지로 가득한 셈이다.</p>
          <div contents-hash="99f93d143267dfb1ca5440873df3b58108b4e7c40be2c0e70db10e9f03ec2cbe" dmcf-pid="Hll6haA8BG" dmcf-ptype="general">
           <strong>인터미션이 만든 고전</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56c3bd3bffbce02765b120028a53e2b4cc36691e818d24242c186805e2ba361c" dmcf-pid="XSSPlNc6qY"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2/27/ohmynews/20250227172406404rrdr.jpg" data-org-width="600" dmcf-mid="bIO8Cgj4B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27/ohmynews/20250227172406404rrdr.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lt;브루탈리스트&gt;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UPI 코리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693e29e504bf63596dd1cea4802b3f32909297ebf085d096e73c0727f22cf687" dmcf-pid="ZvvQSjkPKW" dmcf-ptype="general">
           이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현실에서 이룰 듯한 제1막의 감흥은 인터미션 직전에 정점에 달한다. 라즐로는 모두에게 잊혔던 자기 커리어와 명성을 되찾고, 자신을 신뢰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기는 든든한 후원자를 만나고, 유럽에서 떨어져 지내던 아내 에르제벳과 조카딸 조피아도 미국으로 데려올 연줄까지 갖춘다. 삶이 원래 궤도로 돌아와 비상하는 바로 그 순간 인터미션이 주어지기에 그의 감격과 환희는 긴 여운을 남길 수 있다.
          </div>
          <p contents-hash="ff2312448f239eb6efae5265796eb795a95ded280888becdf77c980d16ae5d5d" dmcf-pid="5TTxvAEQby" dmcf-ptype="general">인터미션 동안 라즐로의 결혼식 사진을 보여주는 연출도 여운을 극대화한다. 이 사진은 아내와 조카딸의 이민 작업에 필요한 서류다. 라즐로의 아메리칸 드림을 완성할 가족이라는 마지막 조각인 셈이다. 그래서 인터미션은 감질난다. 거의 현실이 된 그의 아메리칸 드림이 보여줄 제2막이 궁금하니까. 이는 절반만 봐도 &lt;브루탈리스트&gt;를 고전으로 확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인물의 삶에 푹 빠지는 '시네마'다운 경험은 흔치 않기 때문.</p>
          <p contents-hash="7836eb5e38bcc0862e8e38fbfeda6691e08baf9623fba61d6d462dc6ccfe0edb" dmcf-pid="1yyMTcDxbT" dmcf-ptype="general">다른 의미로도 인터미션은 인상적이다. 인터미션 덕분에 라즐로의 감정선은 제1막의 끝과 제2막의 시작에서 극명히 대조되며, 아메리칸 드림의 그림자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밝은 미래를 확신한 라즐로. 하지만 아내와 조카딸을 기차역에서 재회한 순간 그의 기대는 부서진다. 하체가 마비된 아내와 실어증에 걸린 조카딸은 그가 상상한 가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 그가 애써 외면하던 현실이 가족의 모습으로 등장한 셈이다.</p>
          <p contents-hash="e3acf1cf79944fa8750b061ed6ce0aefa4c74508eb9390fcad0081fb105e0ee7" dmcf-pid="tWWRykwMBv" dmcf-ptype="general">제2막 '아름다움의 견고한 본질'은 라즐로가 목도한 현실,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구체화한다. 허상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이중성이다. 미국인은 이민자를 환영하는 듯하나, 그들이 주류 사회에 동화되지 않으면 차별한다.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라즐로가 겪는 고초가 방증이다. 일례로 커뮤니티 센터 내에 교회를 짓기로 합의한 후에도 지역 사회는 라즐로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의도를 불신한다.</p>
          <p contents-hash="e644d90ed537cd8093607f8cf3d2ce99b07258d8d9ea7802eb948e8f8f38c502" dmcf-pid="Fgg3of6FBS" dmcf-ptype="general">다른 하나는 자본주의의 횡포다. 라즐로와 해리슨의 관계 변화가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라즐로가 해리슨보다 우위에 있다. 라즐로는 해리슨이 애걸한 끝에 그가 제안한 커뮤니티 센터 프로젝트를 수락한다. 하지만 건설 프로젝트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선의로 시작된 후원자와 수혜자 관계는 점진적으로 수직적인 위계 관계로 비틀린다. 그렇게 해리슨은 돈을 목줄 삼아 라즐로를 통제하려 한다.</p>
          <p contents-hash="f42c6b1b163b83ca28205a693b60c0aacf91970f2e8ba4c8d4ac0ca2c83ca64f" dmcf-pid="3aa0g4P3fl" dmcf-ptype="general">왜곡된 관계는 다른 영역에서 갈등을 초래한다. 라즐로 가족은 해리슨 가족으로부터 인격적 모욕을 당한다. 라즐로는 만찬 자리에서 해리슨에게 구두닦이 취급을 당하고, '해리'(조 앨윈)는 조피아에게 추근거린다. 가치관도 충돌한다. 철로 사고로 인해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라즐로는 예술가로서 프로젝트를 강행하려 한다. 그에 반해 해리슨은 회사 이미지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 공사 현장 직원을 모두 해고하고 프로젝트를 중단한다.</p>
          <p contents-hash="e946878019ba6536e040f813b4ce4698d4e23f1596abe4a6daafadf12a250e73" dmcf-pid="0NNpa8Q02h" dmcf-ptype="general">환상 뒤에 숨은 허상은 건축적으로도 암시된다. 제1막에서는 빛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뇌가 중점이었다. 커뮤니티 센터에 교회를 설계할 때 라즐로는 햇빛을 어떻게 십자가 모양으로 다듬을지를 고심했다. 마치 아메리칸 드림의 빛을 보여주는 듯하다. 반면에 제2막에서는 건물의 그림자 안에 깃든 추악함이 두드러진다. 공사가 재개된 후, 채석장 동굴 안 터널에서 해리슨은 술과 마약에 취한 라즐로를 강간한다. 그 이후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라즐로와 제1막 끝에서 환희에 찬 그를 비교하면 이보다 극적인 추락도 없다.</p>
          <p contents-hash="3359b62a17dd2232c872d3d0d0562e862c2281f0f7f40d0f0e7b70a79414aebb" dmcf-pid="pjjUN6xpKC" dmcf-ptype="general"><strong>브루탈리즘이 마련한 구원의 길</strong></p>
          <p contents-hash="902e056ff3d9786d5059f7cc5b10d1761a28cb0d3f92dddb4b18cca80615ab4a" dmcf-pid="UAAujPMU9I" dmcf-ptype="general">아메리칸 드림의 이중성이 밝혀지는 과정을 쫓다 보면 제목 '브루탈리스트'의 의미도 서서히 분명해진다. 사전적으로 브루탈리즘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의 재건 과정에서 등장한 건축 사조를 뜻한다. 이전의 모더니즘이 추구하던 기능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게 특징이다. 적은 수의 창문과 기하학적 구조를 외장 없이 노출된 콘크리트 건축물로 표현하는 양식이다.</p>
          <p contents-hash="b62fdbf3a21aa43f0548b1b88a92a5f4168e5b071be4d7ddcfe63ef0eb7bb91c" dmcf-pid="ucc7AQRuKO" dmcf-ptype="general">극 중 라즐로는 브루탈리즘 양식의 특징을 구원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그는 위양을 꾸미지 않고 콘크리트 구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특성을 솔직함의 미덕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그는 재개된 커뮤니티 센터 건축에 열과 성을 다한다. 자신의 상처와 절망, 구원을 향한 희망, 그의 탈선과 집착까지도 숨기지 않은 채로. 아메리칸 드림의 '잔인함(brutal)'에 '브루탈리스트(brutalist)'답게 맞서는 셈이다.</p>
          <p contents-hash="dc2c734763ff78166ee219b78bbe94501640abe39bf7984159e34550d8e92347" dmcf-pid="7kkzcxe7fs" dmcf-ptype="general">실제로 제2막의 후반부는 솔직한 고백의 향연이다. 라즐로는 아내가 미국에 도착한 이후로 숨겨왔던 마약 투여 사실을 고백한다. 에르제벳은 해리슨이 라즐로에게 저지른 만행을 그의 가족과 사업 관계자들 앞에서 폭로한다. 더 나아가 그들은 마침내 아메리칸 드림 앞에서도 솔직해진다. 환상과 허상을 모두 거두어 내고 현실만 직시한다. 그래서 그들은 조피아가 이민 간 이스라엘로,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다.</p>
          <p contents-hash="32d982504650eede39f85f2113f2fac124f920ca9b19c5c84e0d7b1f5885160c" dmcf-pid="zEEqkMdzfm" dmcf-ptype="general">유대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인해 그들의 선택은 종교적으로도 의미심장하다. 특히 라즐로와 해리슨의 대비가 눈길을 끈다. 유대인이라서 배척받은 라즐로는 구원받지만, 해리슨을 비롯해 그를 배척한 이들은 구원받지 못했으니까. 라즐로는 자신의 건축물이 그랬듯이 신 앞에서 떳떳해졌다. 그 솔직함은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그의 회고전이 열릴 정도로 높아진 명예로 보답받았다.</p>
          <p contents-hash="b1611e2133712c4924709b288a4470da1803cc8b89af722dd696f27ace638fbc" dmcf-pid="qDDBERJqKr" dmcf-ptype="general">반면에 독실한 개신교도라던 해리슨은 죄악을 숨기려다가 파멸했다. 그는 라즐로를 강간했다는 진실이 밝혀지자 커뮤니티 센터 교회의 그림자 속으로 실종된다. 그 순간 햇빛 대신 달빛으로 만들어진 역십자가는 그의 비극적 최후를 암시한다. 이 대조적인 결말에 다다르면 &lt;브루탈리스트&gt;를 호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민자라는 보편성과 유대인 건축가라는 특수성의 접점을 이렇게까지 깊고 다층적으로 파고들기는 어려울 테니까.</p>
          <div contents-hash="585afcd35449009e6d570e476bed240af4ea3a6df180f6dc8840a10e4c06256b" dmcf-pid="BwwbDeiB2w" dmcf-ptype="general">
           <strong>시대의 반영 또는 과욕</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770c329c2f07dfcfc70807879a72007b2892dfa7fb2579af4e1f5ba355249198" dmcf-pid="bIIfOLaVVD"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2/27/ohmynews/20250227172407805bpyd.jpg" data-org-width="600" dmcf-mid="K7XiHrOJBq"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27/ohmynews/20250227172407805bpyd.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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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 </strong> 영화 &lt;브루탈리스트&gt; 스틸컷</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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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d align="left">ⓒ UPI 코리아</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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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 contents-hash="9e86e1d71120256ead14c604156f89583663a1b464112980ccace5396dac9383" dmcf-pid="KCC4IoNfKE" dmcf-ptype="general">
           다만 에필로그는 옥에 티다. 이민자 서사와 유대인 서사 사이에서 절묘하게 잡았던 균형을 잃어버리기 때문. 라즐로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열린 본인 회고전에 조피아와 함께 참석한다. 그 자리에서 조피아는 라즐로의 건축세계를 설명하는 연설을 한다. 마가렛 리 밴 뷰런 센터의 디자인은 라즐로가 지냈던 강제수용소를 재현한 것이고, 그의 건축 세계에서는 과정보다는 목적지가 중요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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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contents-hash="8b737266ac442aed5126581924475895d29b60944624e939ee8b658ff26c72b7" dmcf-pid="9hh8Cgj4Vk" dmcf-ptype="general">얼핏 듣기에는 조피아의 연설이 라즐로가 추구한 건축 세계의 핵심만 짚어주는 듯하다. 하지만 화자가 라즐로가 아닌 조피아라는 점을 생각하면 연설의 뉘앙스가 미묘해진다. 극 중 조피아는 유대인들이 조상의 땅이었던 팔레스타인 지방에 유대 민족 국가를 건설하는 게 신의 사명이라고 믿는 강성 시오니스트로 묘사됐기 때문. 그녀의 신념은 라즐로와 에르제벳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으로의 이민을 강행할 정도로 굳건하다.</p>
          <p contents-hash="842f5c32b3f00a0109d6d3b5f5f0ab67954b2bd15eca29ce2e3fb3c2ee50aa39" dmcf-pid="2ll6haA8Kc" dmcf-ptype="general">이 맥락에서 조피아의 연설은 다양한 종교적, 역사적, 예술적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주던 &lt;브루탈리스트&gt;의 이야기를 유대인 정체성과 시오니즘 이데올로기 안에 가두는 것처럼 느껴진다. 구원을 원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시오니즘을 추구하는 이야기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특히 영화의 시작과 끝에 라즐로가 아니라 조피아가 등장하기에 시오니즘 메시지는 더욱 강조된다.</p>
          <p contents-hash="3b46e7bb115b4d3005315ad9dea96b905df2f7cae31c356efdc67db055c5ffbe" dmcf-pid="VSSPlNc69A" dmcf-ptype="general">물론 주인공을 유대인으로 설정한 이상 시대상을 반영한 불가피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단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추구한 시오니즘이 2025년에도 끝나지 않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유발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에필로그는 &lt;브루탈리스트&gt;의 유일한 오점이 아닐까 싶다. 에필로그에서 욕심 한 숟갈만 덜어낼 수 있었다면 보편성까지 갖춘 명작이자 고전으로 기억되리라는 점에 두말할 여지가 없을 테니까.</p>
          <p contents-hash="855b306ab98a9ce4587d9939ff9e93e8b63dd968ab8c7aeaa2d246b839f5763e" dmcf-pid="fvvQSjkPBj"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potter1113)와 브런치(https://brunch.co.kr/@potter1113)에도 실립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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