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뜬 남자테니스 빅3라파엘 나달(오른쪽 두번째)과 카를로스 알카라스(오른쪽)가 24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코트에서 훈훈한 분위기 속에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프랑스오픈 ‘성지(聖地)’ 파리 롤랑가로스. 24일(현지 시각) 이곳에 ‘롤랑가로스의 신(神)’ 라파엘 나달(38·스페인)이 떴다. 프랑스오픈 14회 우승자로 클레이 코트인 롤랑가로스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여 ‘흙신’이라는 별명이 있는 그다. 이곳엔 그의 철제 조형물도 설치돼 있다. 이날 파리 올림픽 테니스 경기가 열리는 메인 코트 ‘필립 샤트리에’에서 공식 훈련을 가졌다.
나달이 코트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 등이 술렁였다. 훈련 파트너가 남자 단식 세계 랭킹 3위이자 올해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휩쓴 스페인 ‘신성(新星)’ 카를로스 알카라스(21)였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 남자 단식 우승 후보. 나달은 단식뿐 아니라 남자 복식에서 알카라스와 한 조로 출전한다. 이날 애초 일정상 알카라스가 먼저 훈련한 뒤 나달이 훈련하기로 했는데 둘이 함께 훈련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각국 취재진과 자원봉사자, 경기 진행 요원 등 60여 명이 몰렸다. 이들은 미국 남자 농구 ‘드림팀’과 함께 파리 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들이다.24일 훈련에 여념 없는 노바크 조코비치. /로이터 뉴스1
둘은 실전 같은 강도로 훈련에 임했다. 공을 향해 전력 질주했고, 라켓을 휘두를 때마다 탄성이 코트를 울렸다. 나달은 훈련인데도 서브를 넣을 때마다 라켓으로 양발을 툭툭 치고, 엉덩이에 낀 바지를 뺀 후, 코와 양쪽 귀를 만지는 특유의 루틴을 매번 실행했다. 알카라스는 중간중간 테니스공을 축구공처럼 가슴과 발로 트래핑하거나, 골프처럼 라켓으로 공을 쳐서 네트 기둥을 맞히는 등 장난도 쳤다. 1시간 30분가량 훈련을 끝낸 후엔 두 선수가 서로 끌어안으며 격려했다.
이날 롤랑가로스에 뜬 별은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남자 테니스 ‘GOAT’(역대 최고)로 꼽히는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도 메인 코트에서 몸을 풀었다. 현재 세계 랭킹 2위인 조코비치는 역대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24회)·최다 승(375승) 등 숱한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 갖지 못한 게 올림픽 금메달이다. 앞서 올림픽에 4차례 출전했지만 최고 성적은 동메달(2008 베이징). 파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커리어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조코비치는 캐나다 선수 펠릭스 오제 알리아심과 2시간가량 훈련했다. 수술받은 오른 무릎에 회색 보호대를 차고 있었지만, 뛰는 데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훈련 도중 절묘한 포핸드 다운 더 라인 공격을 성공시킨 후 관중석을 향해 “왜 반응이 없느냐”는 듯한 손짓도 했다. 훈련에 방해가 될까 숨죽여 지켜보던 이들은 그제야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조코비치는 훈련이 끝난 후엔 코치들과 테니스공을 손으로 던져 베이스라인 가장 가깝게 멈추게 하는 내기를 하기도 했다. 코트를 빠져나가면서는 자원봉사자, 타국 코치 등의 사진 요청에도 일일이 응했다.
조코비치와 알카라스는 이날 결정된 남자 단식 대진표에서 각각 1·2번 시드를 배정받았다. 현 세계 랭킹 1위 얀니크 신네르(23·이탈리아)가 “편도선염으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다”고 하면서 랭킹 2·3위인 이들이 상위에 배치됐다. 알렉산더 즈베레프(세계 4위·독일), 다닐 메드베데프(5위·러시아), 알렉스 드 미노(6위·호주), 카스페르 루드(8위·노르웨이)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도전장을 내민다. 대진표상 조코비치와 나달은 1라운드를 이기면 2라운드에서 맞붙는다.
여자부도 세계 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가 단식에 출격하는 가운데, 세계 2위 코코 고프(미국)는 단식·여자복식·혼합복식에 모두 출전한다. 엘레나 리바키나(3위·카자흐스탄), 자스민 파올리니(5위·이탈리아), 제시카 페굴라(6위·미국) 등 쟁쟁한 선수들이 롤랑가로스에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