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럭비 선수 해리 맥널티는 골판지 침대의 내구성을 보여준다며 동료 조던 콘로이와 찍은 영상을 올렸다. 콘로이가 침대에 누으려다 튕겨나와 바닥에 쓰러진 후 다시 침대에 눕고 있다. /@mcnuts_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성관계 방지 침대’라고 조롱받던 선수촌 골판지 침대가 2024 파리 올림픽에도 제공됐다. 각국 대표선수들은 도쿄 올림픽에 이어 골판지 침대의 내구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각) 미국 NBC 등에 따르면, 개막식을 앞둔 출전 선수들이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서 제공한 골판지 침대 테스트에 나섰다.
아일랜드의 럭비 선수 조던 콘로이와 해리 맥널티는 재치 있는 영상을 통해 골판지 침대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증명했다. 맥널티는 지난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림픽 침대에 대한 음모”라는 글과 함께 영상을 올렸다.
맥널티는 “한 명 이상 침대에 올라가면 아마도 무너질 것”이라며 영상을 시작했다. 맥널티가 침대에 오른 다음 “한 명”이라고 외쳤다. 이후 침대가 두 명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콘로이가 뛰어들었다. 그런데, 침대의 매트리스가 딱딱한 탓인지 그는 매트리스에서 튀어 올라 바닥에 쓰러졌다. 맥널티는 웃음이 터졌고, 잠시 기절한 척하던 콘로이는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침대 위로 다시 뛰어올랐다. 두 사람이 뒹굴어도 침대가 무너지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영상은 끝났다.영국의 다이빙 선수 토머스 데일리가 골판지 침대가 튼튼하다며 침대 위에서 뒤고 있다. /@tomdaley
영국의 간판 다이빙 선수 토머스 데일리도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림픽 선수촌 골판지 침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이것이 골판지 침대입니다”라며 영상을 올렸다. 데일리는 앞서 도쿄 올림픽 다이빙 남자 싱크로 10m 플랫폼 금메달을 포함해 올림픽 무대에서 4개의 메달을 따냈다.
2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데일리는 골판지로 된 침대 프레임을 손으로 두드려보고, 직접 침대 위에서 펄쩍 뛰면서 점프하며 내구성 실험을 펼쳤다. 이후 밝은 얼굴로 “보시다시피 아주 튼튼해요”라고 말했다. 32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데일리의 영상에 20만명이 ‘좋아요’를 눌렀다.호주의 수구 선수 틸리 컨스가 골판지 침대의 매트리스 내부를 보고 난감해하고 있다. /@tillykearns
호주의 수구 선수 틸리 컨스는 골판지 침대에 곤혹스러워하는 영상을 올렸다. 컨스는 “골판지 침대에서의 첫날 밤”이라며 침대 매트리스의 모습을 공개했다. 매트리스는 ‘부드러운 부분’과 ‘단단한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선수들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매트리스를 구성하는 내장재는 부드러운 부분과 단단한 부분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그의 옆자리 동료는 “내 등이 절벽에서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컨스가 이 영상을 올린 후 호주 대표팀은 다른 매트리스와 추가 베개를 제공했다고 한다.
앞서 2020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환경을 고려해 재활용이 가능한 골판지 침대를 썼다. 침대의 길이는 210㎝, 200㎏까지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장한 체격의 선수들이 편히 눕기에는 내구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미국 뉴욕포스트(NYP)는 골판지 침대가 선수들의 성관계를 방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허술하게 만든 것이라고 꼬집었다.23일(현지시각) 파리 생드니에 위치한 2024 파리 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대표팀 숙소가 공개됐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사용됐던 골판지 침대가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저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낯선 침대 환경 탓에 깊은 잠을 잘 수 없다고 호소하거나, 침대가 찢어진 모습 등을 공개하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그러나 골판지 침대는 재구성 논란을 딛고 2024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도 사용됐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는 4년 전보다는 더 진화한 침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선수촌에 들어오는 각 나라 선수는 먼저 전신 스캔과 사진 촬영을 하고,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키, 몸무게, 출전 종목을 고려해 선수에게 가장 알맞은 매트리스를 정해준다. 200㎏ 하중을 견딜 수 있다고 했던 도쿄 때와 달리 이번에는 250㎏까지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침대 길이 또한 키가 큰 선수들을 위해 220㎝까지 늘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