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탄소중립화학공정실증센터 가보니
촉매 실증 위한 첨단장비 구축..산업체 지원
탄소중립형 화학공정 상용화 테스트베드 역할

전남 여수 산업단지에 구축된 한국화학연구원 탄소중립화학공정실증센터의 촉매 소재 성형을 위한 '분무 건조기' 모습

박정현 화학연 선임연구원이 탄소중립화학공정실증센터에서 24종의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학연 탄소중립화학공정실증센터에서 제조한 촉매 샘플 모습

"실증실험동에서 가장 핵심 장비입니다. 전체 구축 비용 40억원 중 23억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이기도 하죠."

지난달 27일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미래혁신지구 내 한국화학연구원 탄소중립화학공정실증센터. 석유화학촉매공정 실증실험동은 마치 커다란 공장의 보일러실에 와 있는 듯 다양한 형태의 최신 장비와 설비로 가득차 있었다. 장비와 설비 모두 새로 들여와서 그런지 반짝반짝 광이 났다.

실증실험동은 지난 3월 문을 연 후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장비 세팅, 운전 시스템 구축, 장비 시운전 등으로 분주했다. 가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천장과 연결돼 있는 거대한 깔대기 모양의 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이 장비는 500도의 고온을 가해 물질을 미세한 입자로 분산·건조시키기 위해 구축된 분무 건조기다. 높이만 7.8m에 달하고, 전체 장비가 천장 바깥과 연결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대략 12m 높이에 이른다. 산업체에서 개발한 촉매 소재의 입자 크기와 분산도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실증에 활용하기 위한 촉매 제조에 쓰인다. 분무 건조기는 시간당 300㎏의 시료를 제조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박정현 화학연 선임연구원은 "분무 건조기는 실증실험동에서 가장 비싼 장비이자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된 설비"라며 "슬러리를 분무 건조해 마이크로미터 크기로 만들어 화학, 에너지, 환경, 의약, 식품 등 다양한 분야의 촉매 소재 제조에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실증실험동에는 석유화학 원재료 합성을 위한 슬러리 혼합기를 비롯해 진공 건조기, 소재 제조를 위한 반죽기·압출기, 대규모 소재 합성 용도의 상압합성장비·유동층 반응설비, 시험분석을 위한 각종 분석장비를 포함해 총 24종의 장비가 들어서 있다. 구축된 장비들은 화학연이 보유한 장비에 비해 적게는 5배, 많게는 200배 가량 규모가 커 실증 연구가 가능하다. 분석장비는 지난 4월부터 기업체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석유·정밀화학 산업 도시다. 하지만, 탄소 다배출 업종 특성상 우리나라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도시라는 오명도 안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 속에서 여수의 석유화학 산업은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중국 수출 감소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출 경쟁력 저하와 탄소저감 기술 확보라는 도전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화학연은 여수에 탄소중립화학공정실증센터 구축을 통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체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에 나섰다. 실증센터는 탄소중립형 석유화학 공정 개발에 필요한 촉매와 분리 소재를 실증하고 생산할 수 있는 산업체 지원을 위한 연구시설로 활용된다. 2단계에 걸쳐 센터가 구축되는데, 1단계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총 226억원을 투입해 지난 3월 석유화학산업 고도화를 위한 촉매 실증설비(석유화학 촉매공정 실증지원동)가 완공됐다.

화학연은 오는 9월부터 여수 산단을 포함한 국내 석유화학과 정밀화학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실증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2단계로는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 실증을 위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실증센터'를 올해 말 완공할 예정이다. CCU 실증센터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는 기상전환 설비, 이산화탄소 전환을 위한 액상화합물 제조 설비, 이산화탄소 처리를 위한 고압액상화합물 제조설비 등 원천기술을 스케일 업하고, 실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활용된다.

센터가 모두 완공되면 석유화학공정의 주요 온실가스 발생원인 메탄을 활용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고부가가치 물질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와 실증 및 검증을 통해 탄소중립 화학공정 기술 상용화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게 화학연의 구상이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기업들과 손잡고 이산화탄소 기반 친환경 화합물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 인프라를 구축해 탄소중립을 대비한 국가 화학공정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여수(전남)/글·사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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