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수영 메달에 도전하는 황선우(오른쪽)와 김우민. 연합뉴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늦게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의 10대들이 처음 도전에 나섰고 희망을 쐈다.
수영의 황선우(21)가 자유형 100m에서 65년 만에 결승 진출해 5위를 했고, 자유형 200m에서도 2012년 박태환 이후 9년 만에 결승에 올라 7위를 차지했다. 배드민턴의 안세영(22)은 8강에서 첫 올림픽을 마치고 펑펑 울며 그 자리에서 다음 올림픽을 다짐했다. 실패하고 다시 다음 도전을 각오하는 어린 선수의 단단한 정신이 많은 감동을 안겼다. 양궁의 김제덕(20)은 안산과 함께 출전한 혼성단체전에서 대한민국에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동료들이 고비에 닿을 때마다 큰 기합 소리를 내며 신세대의 기운을 뿜어낸 김제덕은 형들과 함께 남자 단체전 금메달까지 2관왕에 올랐다.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 연합뉴스
도쿄에서 첫 올림픽을 경험했던 이 10대들은 20대가 된 2024년 프랑스 파리에서 큰 도전에 나선다. 특수 상황에서 열렸던, 관중 없는 올림픽에서 인생의 첫 체험을 했던 그들이 이번에는 개방된 올림픽, 뜨거운 파리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중심이 된다.
도쿄 이후 전성기로 올라선 한국 남자 수영에서 황선우는 선봉에 선다. 자유형 200m에서 세계 스타들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도쿄에서 ‘천적’ 천위페이(중국)에게 8강에서 밀려 탈락했던 안세영은 이후 천위페이를 넘어섰다. ‘천적’ 관계를 청산하고 세계랭킹 1위로서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우승후보로 출격한다. 이제 만 스무살에 두번째 올림픽에 나가는 김제덕은 역시나 남자 단체전 3연패 도전과 함께 도쿄에서 일찍 탈락했던 개인전의 아쉬움도 털어낼 각오를 하고 있다.양궁 국가대표 김제덕이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혼성 단체전 멕시코와 준결승전에서 목청껏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누군가에게 첫 올림픽, 첫 메달을 안겨줄 파리올림픽에서 누군가의 마지막 무대도 열린다.
펜싱 어벤저스로 불리는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맏형 구본길(35)은 파리올림픽을 마지막 올림픽으로 정했다. 2012 런던 대회를 시작으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까지 출전했던 구본길의 4번째 올림픽이다.
구본길이 마지막까지 도전하는 꿈은 개인전 메달이다. 구본길은 2012 런던과 2020 도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개인전에서는 메달을 따본 적이 없다. “이번에는 꼭 따고 싶다. 색깔은 관계 없다”고 각오를 다지는 구본길은 그동안 주특기였던, 손을 쭉 뻗어 득점하는 롱어택을 버리고 새로운 공격 스타일로 변화하며 마지막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구본길. 연합뉴스
배드민턴 여자복식의 간판으로 뛰어온 김소영(32)도 파리올림픽을 마지막 각오로 나선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공희용과 2020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차지해 한국 배드민턴에 유일한 메달을 안겼던 김소영은 역시 공희용과 함께 파리에서 ‘유종의 미’를 준비한다.
파리를 마지막 무대로 택한 월드스타도 있다. 세계남자테니스의 ‘빅4’로 불리며 한 시대를 평정했던 라파엘 나달(38·스페인)과 앤디 머리(37·영국)도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라파엘 나달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클레이코트의 황제’인 나달은 프랑스오픈을 14번이나 제패했다. 파리올림픽 테니스는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롤랑가로스의 클레이코트에서 열린다. 나달의 마지막 무대에 큰 의미가 더해진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단식,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남자복식 금메달을 딴 나달은 파리올림픽에는 카를로스 알카라스(세계랭킹 2위)와 함께 남자복식 호흡을 맞춘다.
역시 ‘빅4’ 중 한 명이었던 앤디 머리도 나달과 마찬가지로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인 머리는 올림픽 테니스 역사상 유일하게 단식 2연패 위업을 세운 선수다. 다니엘 에반스와 남자복식에 출전하는 머리는 “단식보다 복식 메달 가능성이 더 높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