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탄성체 나노상은 세탁 전후에도 초기 전도도값을 그대로 유지하는 우수한 내구성을 보인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고무처럼 늘어나면서 금속처럼 전기가 잘 통하는 첨단 바이오 신소재가 개발됐다. 뇌주름처럼 표면적을 증가시킨 나노구조를 갖고 있어 내구성 높은 신축성 전극 소재로 전자피부, 웨어러블 등에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이태일 가천대 교수, 오진영 경희대 교수, 최원진 미국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원 박사, 채수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로 이뤄진 국제 공동연구팀이 잘 섞이지 않는 두 물질인 고무와 금속을 속도론적 방법으로 뇌주름 형상의 금속-탄성체 나노 구조체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속도론적 방법은 화학 반응에서 반응 경로 및 속도 등을 탐구하는 방법이다.
피부를 닮은 전자피부나 촉각센서, 잘 구부러지는 웨어러블 디스플레이를 만들려면 전기가 잘 통하면서 유연한 소재가 필요하다. 하지만 금속 물질과 고무 같은 탄성체는 반발력 때문에 섞이지 않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속도론적 방법이라는 새 접근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열역학적으로 섞이기 싫어하는 금속과 탄성체를 섞어 각각의 고유한 물질 특성을 유지하는 나노구조체 신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연구팀은 고무 탄성체 기판 위에 금속 박막을 증착하는 시스템에서 고무와 금속 각각의 증착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화학반응을 통제했다. 고무 분자들의 이동 속도와 증착되는 금속 원자들의 증착 속도 간 상대적 차이를 조절해서 나노니들 형태의 금속구조체들이 조밀하게 연결된 금속-탄성체 나노상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나노니들은 머리카락보다 얇은 미세바늘로 화학물질을 전달·이동시키는 기술이다.
고무 탄성체 기판 표면에 형성된 금속-탄성체 나노상은 기판과 계면 사이의 큰 기계적 불안정성을 유도해 증착이 끝난 후 수 시간에 걸쳐 뇌주름과 같은 형태의 표면 주름을 형성했다. 이로 인해 표면적이 증가하고 기계적·화학적·열적 측면에서 기존 재료에서 보기 힘든 수준의 높은 내구성이 형성됐다.
채 교수는 “기존 신축성 전극이 가질 수 없었던 매우 뛰어난 내구성을 바탕으로 차세대 웨어러블 의료 및 전자기기나 가상현실(VR)과 같은 응용 분야의 전극 소재로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 9일 게재됐다.
(왼쪽부터) 최원진 미국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원 박사, 채수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오진영 경희대 교수, 이태일 가천대 교수. 한국연구재단 제공.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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