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도 가입자 회복에 사활
가입자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에스케이(SK)텔레콤이 신규 영업을 중단한 지난 5월5일 서울 시내 한 에스케이텔레콤 직영점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에스케이(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고 여파로 10년 만에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보조금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 4월 사고 발표 이후 이달 초까지 52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잃은 가운데, 16일 에스케이텔레콤의 신규 영업 재개를 앞두고 케이티(KT)와 엘지(LG)유플러스 등 100만원이 넘는 지원금을 뿌리며 불법 보조금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에 에스케이텔레콤도 가입자를 되찾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다음달 11년 만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되면서 통신 3사 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업계에선 다음달 22일 이동통신 단말기 보조금 상한선을 규제했던 단통법 폐지 시행을 앞두고, 과거와 같은 ‘보조금 폭탄’ 경쟁이 부활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단통법이 도입된 2014년과 견줘 이동통신 시장의 성장세가 정체됐고, 통신 3사 모두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이동통신 가입자 유치에 돈을 쓸 여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상황이 달라진 건 에스케이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고가 불거진 뒤다. 정보 유출이 공개된 4월22일부터 이달 8일까지 에스케이텔레콤에서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로 이탈한 가입자 수는 52만1741명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의 사고 대응에 실망한 가입자들이 번호이동 때 내야 하는 위약금을 회사가 면제해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50만명이 넘게 빠져나간 셈이다. 업계에선 에스케이텔레콤이 지난 10년간 지켜온 휴대전화 회선 점유율이 올 2분기 40% 아래로 떨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5일부터 한 달 넘게 신규 영업이 중단된 게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업계 1위’를 사수하려는 에스케이텔레콤은 경쟁사에 빼앗긴 가입자를 올 하반기 동안 되찾아와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경쟁사들은 에스케이텔레콤의 신규 영업 재개가 가까워지자 막판 ‘가입자 뺏기’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는 지난 14~15일 번호이동 가입자를 대상으로 최신 스마트폰을 공짜 수준으로 제공하는 대규모 보조금 정책을 폈다. 삼성전자 갤럭시 S25 기준 케이티는 105만~109만원, 엘지유플러스는 110만~120만원의 번호이동 지원금이 지급됐다. 아직 단통법이 폐지된 것은 아니기에 공시지원금에 유통점의 추가 지원금(공시지원금의 최대 15%)을 더한 액수를 웃도는 보조금을 주는 건 불법이다. 에스케이텔레콤 역시 본사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아 신규 영업이 가능한 판매점을 중심으로 불법 보조금 경쟁을 벌였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 13일 오후 6시 이후 적용된 케이티(KT·왼쪽)와 엘지(LG)유플러스의 보조금 일람표. 번호이동(MNP) 가입자의 경우 삼성전자 갤럭시 S25 기준 100만원이 넘는 보조금이 지급됐다. 독자 제공
한 통신사 관계자는 “에스케이텔레콤이 (신규 영업 재개 뒤) 본격적으로 시장에 돈을 투입하기 시작하면 경쟁사들도 모두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시장 상황은 에스케이텔레콤이 신규 영업 중단 기간 아껴둔 마케팅비를 어떻게 쓸 것이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시장 점유율을 1% 올리려면 마케팅비 1조원이 든다’는 말이 나온다.
한편에선 에스케이텔레콤이 단통법 폐지 등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통 큰 지원금’을 풀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회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전국 2200여개 대리점의 신규 영업 중단에 따른 보상안 등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지난해 대비 마케팅 비용을 크게 늘리진 못할 것이란 얘기다. 시장에서도 “올해 마케팅 비용은 작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에스케이텔레콤을 비롯한 통신 3사가 단통법이 폐지되는 7월 말 전후로 일시적인 보조금 경쟁을 벌이다 8월 이후엔 가입자 쟁탈전이 주춤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 이전에 ‘집토끼’ 가입자를 2년 약정으로 잡기 위한 보조금 경쟁이 벌어질 것 같다”며 “통신 3사 모두 마케팅비 지출에 한계가 있는 만큼 8월 이후엔 업체 간 눈치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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