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근 16경기 17.2이닝1자책으로살아난 두산의 마무리 투수2022 시즌이 끝나고 구단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롯데 자이언츠)이 물러난 두산 베어스는 2023 시즌을 앞두고 이승엽 감독이 부임한 후 2023년 정규리그 5위, 작년 4위를 기록했다. 비록 작년 역대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을 당한 것을 비롯해 2년 동안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전패를 당했지만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면서 무너진 자존심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올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을 허덕이더니 급기야 리빌딩 시즌을 치르는 키움 히어로즈보다 하나 높은 9위로 추락했다. 허경민(kt 위즈)과 김강률(LG 트윈스)이 FA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고 곽빈, 이병헌, 홍건희 등 주축 투수들의 부상 이탈도 있었지만 상위권 도약을 기대했던 팬들에겐 대단히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결국 이승엽 감독은 지난 2일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두산의 올 시즌 부진 원인에는 작년 압도적인 구위로 신인왕을 차지했던 마무리 김택연의 2년 차 징크스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작년 두산의 뒷문을 든든히 지켰던 김택연의 난조는 두산 구단도 팬들도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5월 한 때 평균자책점이 4.32로 치솟았던 김택연은 6월 6경기에서 8이닝 동안 무려 15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1승2세이브를 수확, 작년의 위력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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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초 두산 김택연이 역투하고 있다( 2025.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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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확률 높지 않았던 1차지명 투수들
대부분의 구단들이 그런 것처럼 두산 역시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고교 무대를 주름잡던 최고의 유망주들을 영입했다. 실제로 두산은 지역 연고제가 부활했던 2014년부터 2022년까지 9번의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 중 2019년의 김대한과 2021년의 안재석을 제외한 7번을 투수로 지명했다. 하지만 이들 중 실제 두산의 주축 투수로 순조롭게 성장한 유망주는 그리 많지 않았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한주성은 덕수고 시절 팀을 황금사자기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수상했고 U-18 야구월드컵에서도 대표팀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고 3 때 공식경기에서 91이닝을 소화하고 U-18 야구월드컵에서도 일주일 간 297개를 던지며 혹사 당한 한주성은 프로 입단 후 1군에서 단 3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했고 타자 전향을 시도했다가 2020 시즌이 끝나고 방출됐다.
서울고 시절 최원태(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청소년 대표로 활약했던 남경호는 루키 시즌 5경기에서 9이닝을 던졌고 그 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며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루키 시즌 이후 어깨 부상으로 마운드에 서지 못한 남경호는 군복무를 마친 2020년12월 아버지에게 간 이식 수술을 해주면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고 작년 성남고 야구부의 투수코치로 부임했다.
1차지명 투수들의 잔혹사가 이어지자 두산은 2016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유망주 이영하에게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게 했다.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이영하는 2018년 10승에 이어 2019년 17승을 따내면서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그 후 보직 문제와 개인사로 다소 부침이 있었지만 이영하는 불펜으로 변신해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두산의 필승조로 꾸준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곽빈은 배명고 시절부터 두산이 애지중지 키웠지만 루키 시즌 팔꿈치 부상을 당하면서 수술을 받고 2년 동안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그렇게 실패한 유망주가 되는 듯 했던 곽빈은 2021년 마운드에 돌아왔고 2023년 12승을 거두며 두산의 토종 에이스로 떠오른 데 이어 작년엔 30경기에서 15승을 따내며 원태인(삼성)과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짧은 슬럼프 이겨내고 6월8이닝15K '괴력투'
한국야구위원회는 2023년부터 전면 드래프트를 부활시켰고 2022년 9위에 머문 두산은 202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지난 2년 동안 강속구 투수 문동주와 김서현을 지명했던 한화 이글스는 202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좌완 황준서를 지명했고 두산이 인천고의 김택연을 지명했다. 김택연은 두산의 지명을 받은 후 U-18 야구월드컵에 출전해 8일 간 247구를 던졌다.
많은 야구팬들은 고교 시절의 무리한 등판을 근거로 김택연이 프로에서 고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지만 김택연은 이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루키 시즌부터 승승장구했다. 여느 신인 투수들이 그렇듯 김택연 역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중간계투로 시작했지만 6월 중순부터 마무리로 활약했고 60경기에서 3승2패19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2.08의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루키 시즌 3000만원이었던 연봉이 올해 1억4000만원(366.7% 인상)으로 수직 상승한 김택연은 올해 두산의 마무리 투수로 9회를 책임지는 임무를 받았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7경기에서 4세이브를 기록하며 무실점 행진을 펼치던 김택연은 이후 7경기에서 7.2이닝10실점(8자책)으로 흔들리며 평균자책점이 4.32까지 치솟았다. '김택연도 2년 차 징크스는 피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김택연은 이후 16경기에서 17.2이닝3실점1자책(평균자책점0.51)을 기록하며 짧았던 슬럼프를 극복하고 완벽하게 부활했다. 특히 6월에는 6경기에서 8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1승2세이브를 수확했고 15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괴력투'를 선보였다(이닝당 삼진 1.88개). 무엇보다 완벽한 투구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벗고 루키 시즌처럼 정면 승부를 즐겼던 김택연 특유의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 고무적이다.
두산은 최근 2연승을 달리고 있지만 여전히 5위 삼성에게 8경기, 8위 NC 다이노스에게도 4경기나 뒤진 9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 콜 어빈이 한 차례 2군에 다녀온 후 복귀전에서 6이닝1실점으로 호투했고 곽빈도 복귀 후 3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여기에 리그에서 손꼽히는 구위를 가진 마무리 투수 김택연이 자신감을 찾았다는 것은 두산 마운드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